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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9일에 강화군 불은면 넙성리 오마이스쿨에 사는 강아지 깜순이와 깜순이 보호자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인터뷰는 말 뿐만이 아니라 몸짓과 소리 등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아푸~ 안녕하세요! 나는 강화도 오마이스쿨에 살고 있는 깜순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와 내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나는 이번 겨울이 시작될 무렵 태어났어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중 한 분은 진돗개의 혈통을 이어받았고, 또 한 분은 서민이지만 나름 뼈대 있는 발바리 가문 출신이에요. 젖을 뗄 무렵 엄마 아빠 품을 떠나 쌍둥이 동생과 함께 이곳에 와서 이제 2주쯤 되었어요.

 

동생을 소개합니다


얘가 나의 쌍둥이 동생 흰돌이에요. 사람들은 우리가 남매라고 하면 놀란 표정을 지어요. "색깔이 이렇게 다른데?" 하면서요. 그게 왜 이상한지 모르겠어요. 우리 엄마 아빠도 색깔이 달랐는데 말이에요.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동생도 나도 매일 울었어요. 내가 울면 동생이 내 털을 핥아주고 동생이 울면 내가 동생을 안아줬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어요.  

 

이곳은 우리 둘이 함께 자는 방이에요. 보일러실 안에 있어서 따뜻하긴 하지만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밤에 잠자다가도 깰 때가 많아요. 오마이스쿨에 온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와! 귀엽다"고 외치면서 우리를 향해 달려올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방으로 도망오곤 해요. 아직은 사람들이 낯설고 부끄럽기도 해요. 얼마 전까진 이방이 참 넓었는데 요즘은 점점 좁게 느껴져요. 그래서 볕이 좋은 날이면 주로 밖에 나가 있어요.

 

우리가 주로 하는 놀이

 

요즘은 이가 간지러워서 딱딱한 것이면 무엇이든 입에 넣고 우물거려요.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따뜻한 양지 녘에 앉아 입에 뭔가 넣고 우물거리는 거에요. 주로 주변에 흔한 나뭇조각이나 풀을 씹곤 해요. 어쩌다 죽은 쥐나 뱀의 마른 살코기를 발견한 날이면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서로 가지려다가 끝내 싸움이 되곤 해요. 흰돌이는 나보다 크고 힘세다고 나를 막 깔아뭉개요. 하지만 나는 잡종견 후예답게 끈기 하나는 끝내준다고요. 양보는 없어요.

 

"아야야야, 왜 이래! 이거 놔…." 
"내 고기 내 놔!"

흰돌이를 맹추격한 끝에 쥐고기를 되찾는 데 성공했어요. 항복도 받아냈고요. 햇볕 따사로운 오후입니다. 근데 내 마음이 왜 불편할까요? 흰돌이가 조용히 앉아있는 모습이 마음 짠하네요. 말라비틀어진 고기조각 하나 때문에 싸우다니….
 
'미안해 흰돌아. 너는 쥐고기보다 더 소중해. 내 고기 먹어. 네가 안 먹으면 나도 안 먹을래…. 아, 어떻게 하면 흰돌이 마음을 풀어준담….'
 
앞마당으로의 여행
 
우리 집은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아주 넓어요. 아득히 먼 끝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리는 어지럽고 두려워져요. 하지만 한편으론 끝까지 가보고 싶기도 해요. 요즘 이 두 마음이 한창 싸우고 있어요.
 
'만약 거기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면 어떡할래? 그 괴물이 나를 잡아 질겅질겅 씹어먹으면 어떡할거야?  가지마.'
'아니야. 그건 그냥 생각일 뿐이야. 실제 가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있을지도 몰라. 가보자.
 
용기 내어 앞마당 동상 밑에까지는 왔는데 더 이상 발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네요. 하지만 어제에 비한다면 이건 대단한 발전이에요. '잘했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내일 좀 더 가보자. 정말 멋져. 잘했어. 대단해. 멋지다. 깜순이 화이팅!' 왠지 내 자신이 너무 대견스럽게 느껴져요.
 
사랑하는 아찌

이분은 나를 키워주는 오마이스쿨 아찌예요. 우리 아찌는 웃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매일매일 밥도 잘 챙겨주고, 우리랑 잘 놀아줘요. 나의 앞마당 여행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요. 아찌는 내 마음을 다 읽고 있나 봐요. 난 그런 아찌가 좋아요.
 
오~오~ 나는 아찌에 대한 사랑을 노래로 표현해요. 뱅글뱅글 돌며 춤도 춰요. 아찌 아찌 나의 사랑 아찌. 나는 영원히 아찌를 사랑할 거야.

나의 친구들
 
이곳 오마이스쿨에는 우리 말고도 많은 친구들이 살고 있어요. 친구들은 대부분이 여행을 떠나 집이 텅 비어 있어요. 빈집을 보니 나도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져요.
 
이 친구는 집에 남아 있었네요. 강당 천장 위에 사는데 오늘 무리해서 나무를 건너다가 그만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자기도 놀랐는지 집게를 치켜세우고는 한쪽 구석으로 가 숨죽이고 2시간 이상을 꼼짝하지 않고 있었어요. 나도 한 끈기하지만 이건 도저히 못 할 것 같아요. 대신 오래 씹기 게임이라면 자신 있어요.
 
 그리고 오마이스쿨에 오시는 많은 분들~ 여러분도 나의 친구예요. 다음에 만나면 도망가지 않고 꼬리 치면서 반갑게 맞아줄게요. 사실은요, 여러분이 오셔서 정말 기뻤어요.

오마이하우스의 밤

조금전에 모닥불가에서 어떤 아줌마 아저씨가 도란도란 정답게 얘기 나누는 모습을 봤는데 문득 멀리 있는 나의 엄마 아빠 생각이 났어요. 잘 계실까? 우리 생각 종종 하실까?
 
"별아, 네가 소식 좀 전해주렴. 우리는 잘 있다고."
 
아웅, 졸리다. 우리 이제 인터뷰 그만 해요. 나도, 흰돌이도 꿈나라로 갈래요. 오늘 밤엔 보일러 소리가 우리를 깨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 자요, 멍멍!
 

태그:#강아지,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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