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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 <웃지 마! 나 영어책이야>가 3, 4위를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가 8위를 차지했다. 김혜자의 책은 지난주부터 약진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 <웃지 마! 나 영어책이야>가 3, 4위를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가 8위를 차지했다. 김혜자의 책은 지난주부터 약진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서점에서 16일 현재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4권의 한국 책이 포진해 있고, 한국 유학이나 한글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일부 언론이나 학자들의 악의적인 반한 감정 위주로 한국에 전해지면서, 중국인의 한국관 전반이 반한류인 것처럼 오해되는 우려스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출판계에 신한류 바람이 무섭다. 2000년대 초반 '귀여니 돌풍'에 버금간다. 지난해 중반부터 중국 출판계에는 <웃지 마! 나 영어책이야(문덕 저, 中國檔案出版社 간)>의 돌풍이 거셌다. 그런데 이 바람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 책의 1편에 이은 2편이 중국 아마존 순위에서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1권은 5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한국 책 4권... 한국 유학, 한글 열풍도 한몫

이런 바람은 영어책에 머물지 않는다. 탤런트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오래된 미래 펴냄)>는 중국에서 <비야 아프리카에도 내려라(<雨啊,請你到非洲>, 中国三峽出版社 간)>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1월 출간되어 역시 베스트셀러 7위를 달리고 있다. 또 홍콩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남인숙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랜덤하우스 코리아)>도 <20대, 여자의 인생을 결정한다(<20几歲,決定女人的一生>, 南海出版公司 간)>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 8위에 올랐다.

이처럼 중국 최대 인터넷 서점에서 한국 서적이 베스트셀러 10권 중 4권이나 되는 것에서 중국 출판계에 부는 신한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실용서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한국 책들의 베스트셀러 선점은 중국 내에서 출간된 출판 콘텐츠 가운데 절대적으로 높은 성공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바람은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출판 전문가 임선영씨는 "지금 중국 청장년층은 실용성과 감성, 트렌드가 섞인 새로운 것을 원하는데 그런 점에서 한국 콘텐츠가 유효한 것 같다"며 "한국에서는 일본 콘텐츠가 인기 있지만, 중국에서는 일본보다는 한국 쪽 정서가 더 경쟁력이 있어서 앞으로도 이런 책들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학생들의 한국 유학 열풍도 뜨겁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 수는 2003년 5600여명에서 2004년 8600여명, 2005년 1만2300여명으로 매년 50% 정도 늘어났다. 2006년에는 2만 명을 넘어섰고,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 유학 선호는 10년 넘게 지속된 한류의 영향이 중국 전반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열기는 한글 열풍으로 이어진지 오래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10년째 계속해온 한글 강좌의 경우 수강 신청 기간이 시작되면 곧 강좌 신청자가 꽉 차는 열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중국 내 많은 외국어학원들도 한국어 강좌를 개설해 재미를 보고 있다. 또 과거 2~3곳에 지나지 않았던 대학의 한국어학과도 이미 100여 곳에 육박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글 학습 열기는 패션으로서 한글에 대한 열기도 불러왔다. 요즘 중국에서는 한글로 된 티셔츠나 핸드백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은 한류가 한글로까지 확산된 것을 의미한다.

악의적 반한류 보도와 한국 언론의 받아쓰기

<신화통신>에서 만드는 매체에서 주변국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를 실은 타블로이드 신문.
 <신화통신>에서 만드는 매체에서 주변국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를 실은 타블로이드 신문.

그러나 중국 언론의 악의적인 여론조사 및 이를 다룬 기사, 그리고 그 기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 때문에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감정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무렵 한국 언론은 "中, 좋아하지 않는 나라 한국이 1위(<뉴시스>)", "일본보다 한국이 더 싫어(<조선일보>)" 등의 제목으로 한 중국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중국인이 싫어하는 나라는 1위 한국, 2위 일본이고 반대로 좋아하는 나라는 1위 파키스탄, 2위 일본, 3위 러시아라고 보도한 기사였다.

지난해가 일본의 난징대학살 70주년이었고, 평상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중일관계 역사에서 느껴지는 정도의 적대감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이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인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기사를 게재한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중국의 대표적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의 하부 조직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런데 이 소식을 처음 전한 언론사는 일본의 보수 매체 <산케이신문>이었다. 선정적인 이 기사를 10일 오후 <뉴시스>에서 <산케이신문>을 인용해 보도했고, <조선일보> 인터넷판은 <산케이신문> 인용 대신 다음날 새벽 베이징특파원발로 보도했다.

그 후 다른 매체들도 이 기사를 바탕으로 중국 내 한국의 이미지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다. 또 이 기사들이 포털들에 실리면서 한국 네티즌들의 중국에 대한 증오감도 커졌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 이 기사는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 조사의 설문 문항은 모두 8개였는데, '주변국 중 여행환경이 좋지 않은 곳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영토 분쟁 등의 내용을 집어넣어 한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 질문지뿐 아니라, 조사 결과를 전하는 본문에서도 반한류나 영토 문제 등을 언급하며 "한국, 알면 알수록 곤란해지고 있다"고 보도한 데 비해 "일본, 애증 교차하는 복잡한 정서"라고 평하며 한국에 대한 비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언론들이 <국제선구도보> 내용을 여과 없이 전하는 대신, 조금 더 맥락을 짚어보고 차분하게 보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조사 결과, 반한류의 전형일까

그런데 문제는 이 기사의 반향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중국에서 반한류, 혐한류가 기본 정서인 것처럼 한국 언론에서 계속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며칠 전에는 중국 네티즌들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로 <대장금>을 선정했다는 내용이 한국에 보도됐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가 새해 첫날부터 시나닷컴, 야후 등 주요 포털들과 공동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였다.

<중국청년보>는 '2007년에 방영된 것 중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를 꼽는 이 투표에 '고추장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국 사람들이 고추장을 먹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상의 이름에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60편의 드라마 중 네 번째 위치에 있던 <대장금>은 8만 표 정도(6.64%)를 얻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로 꼽혔다. 이 조사 결과가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한국에서는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또한 이러한 여론조사가 반한류의 전형으로 보도되면서 한국 내 반중 감정은 더 높아졌다.

그렇지만 이 조사 결과를 반한류의 전형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득표율 6%대를 기록한 드라마는 5편이었는데, <대장금>을 제외한 나머지 4편은 한국 드라마가 아니라 중국 드라마였다.

또한 설문에서 <대장금>을 비롯해 앞쪽에 있던 4편의 드라마가 모두 5% 이상의 표를 얻은 점을 감안하면, 이 조사만으로 <대장금>에 대해 다수 중국인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자가 보기에 <대장금>이 1위로 뽑힌 것은 한국 드라마 자체에 대한 악감정보다는 한국에 대한 복잡한 느낌이 작용한 것 같다.

중국의 속사정을 면밀하게 진단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은 조사 결과들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친다면 한국에서는 반중 감정이, 중국에서는 반한 감정이 고조될 것이다. 실제로 관련기사들의 댓글에는 이성적인 지적보다 부정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중국 내에 한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해 중국 관영매체의 의도성 짙은 활동에 정당하게 항의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라도 나섰으면 한다.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상의 이름을 '고추장상'으로 지은 관련 여론조사 사이트.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상의 이름을 '고추장상'으로 지은 관련 여론조사 사이트.


태그:#신한류, #혐한류, #반한류, #대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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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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