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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재 의도 및 소개>

이 소설은 일면 소모적일 수도 있는 친일 청산 논쟁보다는, 영혼으로 극일에 성공한 실제 인물과 허구적 인간을 얼크러뜨려 그들의 성취와 좌절을 로맨틱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식민지 역사를 창조적으로 청산하고자 했다.

뻔해서 지루한 픽션보다는 의미 있는 팩트를 적재적소에 가미하여 내러티브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서술 전략을 사용했다. 그리고 제한적인 특정한 화자를 세우지 않고 아무 곳이나 들여다 볼 수 있는 카메라 서술자를 선택하여 보다 비주얼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 소설이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역사와 인물이다. 제목에도 언급되는 상해의 인물 중 네 사람이 특히 중요하다.

먼저 두 인물은, 10억이 넘는 자기 돈을 가지고 상해에 가 손문과 사귀면서 독립지사 양성 기관인 박달학원과 임시정부 준비 단체인 동제사를 만들고, 끝내는 임시정부의 조직에 성공하는 임정 수립 제1 공헌자 신규식과 휘문의숙에 다니던 13세 소년의 나이로 상해에 찾아가 중국군 고급장교가 되어 임시정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마지막 중경임시정부까지 지켜내는 민필호이다.

나머지 두 인물은, 짝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상해에 갔다 우연히 신규식과 민필호를 만나 우정을 맺고 상속 받은 재산을 다 탕진해가며 임시정부 일을 돕게 되는 민감하고 예술적인 청년 김태수와 김태수의 정신적 연인이면서 총독부 잠입 밀정이기도 한 묘령의 여인 백주원이다.

신규식은 임시정부 초기 국무총리와 법무장관을 지냈고 43세에 요사했으며, 민필호는 김구 주석의 판공실장을 지냈고 해방 후 초대 주중대사를 역임한 실존 인물이다. 반면 김태수와 백주원은 허구적으로 가공된 인물이다.      

<소설 제1부 줄거리>

1900년대, 국운이 기울자 외국어학교에 다니던 신규식은 무관학교로 옮겨 군사교육을 받는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그는 격심한 모멸감을 느낀다. 마침 민영환이 매우 순결하면서도 선동적인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다. 신규식도 독약으로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남편의 자살에 대비했던 아내 조정완의 해독제로 목숨을 건진다. 몸에 퍼진 독이 한쪽 눈의 신경을 해쳐 고정 사시가 된 그는, 세상을 흘겨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해서 스스로 호를 예관으로 정한다.

그는 경기 부호의 딸인 아내의 재정 지원에 힘입어 의병 투쟁을 시도하지만 동료의 배신으로 다시 좌절한다. 한국 군대가 해체되어 군인들의 저항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서소문으로 달려가 시가전에 참가한다. 끝내 한일합병이 이루어지자, 국내 무력 투쟁의 한계를 절감한 그는 오랜 사색 끝에 중국 상해를 생각해낸다. 그는 지금 가치로 20억이 더 되는 돈을 자루에 담고 말을 달려 의주에 이르고, 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 육로와 수로로 상해에 다다른다.

그는 10억이 넘는 돈을 손문의 혁명 조직에 기증하고 손문, 당계요 등 핵심 혁명 인사들과 친분을 쌓는다. 그는 실제 중국 혁명대에 참여하면서 경륜을 축적하기도 한다.

휘문의숙에 다니던 13세 민필호는 형 제호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독립 운동가를 선망한다. 형 제호는 필호에게 제국주의의 실상을 가르쳐 주고 먼저 중국으로 떠난다. 필호는 안중근을 낭만적으로 우러러보는 소년이었다. 그는 신문반 서클에서 최도애를 만나 첫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최도애의 아버지는 친일파로 기운다. 필호는 최도애에게 함께 상해로 가자고 제의하지만 그녀는 주저하다가 거절한다. 그녀는 배신의 자책감으로 필호에게 처녀성을 주려 하지만, 필호는 그것을 의식 없는 여자의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여 뿌리친다. 그는 단신 무일푼으로 상해를 향한다.

거부의 아들 김태수는 친일파의 딸 최영애와 혼인을 하라는 아버지의 요구에 압박을 받는다. 그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던 중 그는 오윤정 활터에서 정체미상의 한 여인을 보고 강렬한 자극과 욕망을 느낀다. 그녀는 그를 황홀하게 만든 최초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여인은 김태수에게 무심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결혼을 늦춰볼 궁리를 하던 김태수는, 최영애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최영애의 동생 도애라면 혼인하겠다고 말한다. 최도애가 법적 혼인 연령이 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활터의 여인은 여전히 그에게 냉담했다. 어느 날 김태수는 일본 형사에게 체포되려는 그 여인을 구해준다. 여인은 생명의 은인 김태수에게, 자기는 중국 항주로 떠난다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김태수는 편지를 보고 그녀의 이름이 백주원이라는 것만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최도애와 혼인한 김태수는 아들을 낳고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 받는 데 성공한다. 그는 배 한 척을 임대하여 마포나루에서 무작정 중국 항주를 향해 출발한다.

상해의 신규식은 <동제사>를 만들어 임시정부의 초석을 닦는다. 그는 항주에 지사를 둔다. 항주 지사에는 민제호와 백주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백주원은 임시정부 밀정으로 총독부 경무총장의 비서를 하다가 탄로나 체포될 뻔했던 것을 김태수가 극적으로 구출해 준 것이었다. 김태수는 백주원을 만나 애절한 눈빛과 단소 연주로 구애하지만 백주원은 사랑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마침내 임시정부 구성에 성공한 신규식은 자금을 구하기 위해 민필호와 백주원을 부부 행세를 시켜 국내로 밀파한다. 그들은 경성 숭교방에 있는 한 거부의 집을 방문하는데, 그곳이 바로 김태수의 집이다. 백주원의 남편 자격 민필호와 그 집 며느리 최도애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최도애는 민필호에게 미련을 갖고 있었지만, 민필호는 마음의 정리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미국으로 가 버린 이승만의 뒤를 이어 임시정부 국무총리 겸 외무총장이 된 신규식은 민필호, 백주원 등을 대동하고 손문의 광동정부를 방문하여 중국으로부터 정부 승인을 얻어낸다. (이것은 임시정부가 얻어낸 전무후무한 외국 정부의 승인이었다.) 그는 조소앙, 백주원 등을 동경으로 보내 2·8독립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었다.

한편 민필호는 신규식의 딸 신명호와 결혼한다. 그는 중국 공무원으로 취업하여 물심양면으로 임시정부를 지원한다. 필호의 형 제호는 건강이 안 좋은 상태였다. 백주원은 민제호에게는 지적 매력을, 김태수에게는 성적 매력만을 느낀다.

자신이 함께 있으면 백주원에게 부담만 줄 뿐이라고 생각한 김태수는 위험한 일을 자청한다. 그는 동북삼성을 다니며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제공하고 돌아온다. 백주원의 마음이 그대로임을 확인한 그는 살아 돌아오기 힘든 길을 떠난다. 음악적 소양이 있는 김태수는 백주원의 쑥대머리 창에 자신이 북채를 잡는 환상에 늘 사로잡히고는 해왔다. 동경 유학 전 어려서 기생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 백주원은 좋은 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김태수가 떠난 뒤에야,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김태수의 건달 기질 때문에 그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김태수가 돌아오면 쑥대머리를 부르리라고 결심한다.

김태수는 김좌진과 이범석을 만나 자금을 제공한다. 하지만 조선독립군은 뿔뿔이 흩어져야 할 운명에 처한다. 만주의 정세가 악화되어 상해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김태수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차가운 거리를 쏘다니며 백주원을 생각한다. 그는 무작정 시베리아 철도에 올라타 일주일 만에 이르쿠츠크에서 내린다. 그는 러시아의 분방한 여성 갈리아와 바이칼 호의 호텔에서 묵는다.

신규식은 이승만으로 인한 임시정부의 갈등과 분열, 만주 광복군의 패주, 궤멸에 낙담하여 평소의 지병인 신경쇠약이 재발한다. 그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독립운동가들에게 보라는 듯이 투약과 식사를 거부하다가 25일 만에 정부를 지켜달라는 외마디 유언을 남긴 채 죽는다.

신규식의 죽음 소식을 들은 김태수는 상해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러나 만주는 이미 일본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낙타를 타고 몽골의 평원 사막을 지나다가 길을 잃고 죽어간다. 그는 자신이 백주원과 함께 쑥대머리를 연주하는 환상을 본다. 이미 그는 재산을 민제호와 백주원에게 돌려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민제호는 병이 악화되어 죽고 백주원은 심장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한편 신규식의 딸 명호와 결혼한 민필호는 잠시 중국 공무원으로 돌아갔다가 백범 주석의 판공실장으로 부임하여 끝까지 임시정부에 크나큰 기여를 하게 된다. 그에게는 민영주라는 딸이 생기는데, 그 처녀는 먼 훗날 학병 출신 광복군 청년 김준엽과 중경 독립군 지대에서 결혼하여 8·15를 맞는다.

*부언 : 예관 신규식의 부친 신용우 공은 정2품 조선 관리로서 의병 투쟁에 목숨을 걸었고 신규식의 동생 신건식은 중국에서 평생 독립운동을 했다. 신규식의 조카 신필호는 세브란스 의사로서 서울에 잠입한 독립군들에게 자금과 은신처를 제공했다. 신규식의 사위 민필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임시정부 주석 판공실장이었고 그의 딸 민영주는 독립군 참모장의 비서를 하다가 청년 독립군 김준엽(전 고려대 총장)과 결혼했다. 이렇게 4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치열하게 한 가문은 세계 독립운동사에 그 유례가 없다. 

덧붙이는 글 | 묻혀진 역사와 인물, 그리고 영혼으로 극일에 성공한 매혹적인 인물들을 그림으로써, 식민지 역사를 생산적으로 청산하고자 하는 소설입니다.



태그:#제국,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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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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