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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후 한시가 조금 넘어서 아들 녀석이 1박2일간의 캠프를 마치고 돌아왔다. 약간 지친 듯한 모습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캠프가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어서 와라 우리 아들, 캠프는 재미있었어?”

“응, 재미있었어.”


“무슨 놀이가 제일 재미있었어?”

“풍선 만들기.”

 

“그래? 강민이는 풍선으로 뭐 만들었는데?”

“응, 풍선 칼. 나 풍선 칼 잘 만들었다. ”

 

아들은 자기 스스로 풍선칼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늘어놨다. 나 역시나 아들이 직접 자기 손으로 풍선 칼을 만들었다니 대견스러웠다.


“형아들 하고도 잘 놀았어?

“응, 그런데 형아들이 내 옷 다 망쳤어.”


“왜?”

“형아들이 물장난해서.”


가방을 열어보니 아들의 옷이 물에 흠뻑 젖어있다. 겉옷은 물론이고 내복까지 흠뻑 젖어있었다. 이런 세상에. 물장난을 얼마나 심하게 했기에 옷이 이렇게 젖었을까 싶었다. 감기에 안 걸린 게 천만 다행이다.


“저녁에 잘 때 춥지 않았어?”

어제 오늘 계속 비가 내리며 쌀쌀한 날씨가 이어져서 밤에 춥지 않았나 싶어서 물었다.


“이불을 안 덮어서 추웠어.”

이불을 안 덮고 자서 추웠다는 아들의 대답이다.


“왜 이불을 안 덮고 잤어?”

“옆 친구가 이불을 끌어가서 나는 이불을 안 덮고 잤어.”


옆 자리에 누운 친구가 아들의 이불을 끌고 가는 바람에 아들 녀석은 이불을 못 덮었다는 것이다.


“그럼 친구를 깨워서 이불을 달라고 해야지.”

내가 답답하다는 듯이 아들에게 말하자 아들은 더욱 답답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그럼 친구가 잠에서 깨잖아.”


아들 녀석은 잠자는 친구를 깨우는 게 미안해서 그냥 이불 없이 잠을 잤다는 것이다. 아들의 말을 듣는 순간 아들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기특하기도 하고 또 한편 저렇게 자기주장이 약해서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아들 녀석은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야광 내의를 입고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다. 장난감만 있으면 혼자서도 저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건 아이들만의 특권인 것 같다. 장난감 놀이에 열중해 있는 아들에게 마음속으로 한마디 한다.


‘아들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좋다만 최소한 자기 것은 챙길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태그:#자기주장,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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