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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1월 11일 오전 8시 55분]

 

숨진 이씨, 태안기름유출 사고 후 크게 낙심... 제초제 마시고 음독 사망

 

 

"운규야, 아버지 정신적 고통에 못 살겠다. 나 보려면 지금 집에 들어와라."


혼수상태인 이영권씨를 지키던 둘째 아들 이운규는 오열을 터뜨리며 말을 흐렸다.


이운규씨는 태안집에서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8시가 조금 안 되어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 이운규씨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통화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차를 몰고 아버지가 계신 소원면 의항리 집에 달려갔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제초제를 마시고 신음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했지만 아버지는 저녁 7시 47분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이씨의 음독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민들은 설마설마 하다가 이씨가 숨지는 것을 보면서 할 말을 잃고 공황 상태로 바뀌었다.


숨진 이씨는 태안의료원 장례식장 1층 2분향소에 안치되었다. 이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술렁이고 있다. 마을 대표들은 회의를 시작했고 가족들과 상의해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이운규씨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평생 굴 양식만을 하면서 살아와 굴 양식장이 유일한 재산인데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고 발생이후 방제 작업을 하면서도 가해자 보험회사 감정사들이 와서 3년치 서류를 준비해야한다, 무면허 양식장은 보상이 안 된다, 군에서도 이런 저런 서류를 준비해야한다 등의 말을 하자 평생 굴 양식만 하면서 별 걱정 없이 살아왔던 이씨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것.


숨진 이씨와 어제 방제 작업을 같이 했다는 주민 이모씨는 숨진 이씨가 "우리는 근거 자료도 없고, 평생 해본 것은 굴 양식밖에 없는데 이제 언제 다시 굴 양식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 앞으로 어찌 해야 하나"하면서 큰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씨가 "어제도 방제 작업을 하다가 애지중지하며 길러온 굴 양식장에 배를 타고 다녀와서는 큰 한탄을 했다"며 "사고 발생이후 정신적 괴로움에 끊었던 술을 최근에 다시 마시는 일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운규씨는 "아버지를 이렇게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다"며 "가족장이 아니라 대책위원회와 상의를 해서 태안군수장으로 라도 치러야한다"고 말했다.


태안장례식장에 속속 도착하는 동네 주민들은 큰 불안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책위원회가 가족들과 장례절차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보를 듣고 왔다는 동네 주민 김모씨는 "기어이 걱정했던 일이 터졌다"며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 놓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것은 거의 없다. 나도 방제 작업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반기는 것은 연체고지서와 이자 독촉장 밖에 없으니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신: 1월 10일 오후 7시 50분]

 

'음독' 60대 어민 사망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 따른 굴 양식장 피해를 비관해 음독한 태안 어민 이영권씨가 10일 오후 7시 45분쯤 사망했다. 이씨의 유해는 태안 의료원에 안치할 예정이다.

 

 

[1신: 1월 10일 오후 6시 20분]

 

태안 피해어민 음독... 병원 옮겼지만 중태

 

태안반도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생계 터전을 잃은 60대 어민이 비관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에서 굴 양식장을 하는 이영권(65)씨가 오늘(10일) 아침 8시 10분경 유류 피해로 생계 터전을 잃은 것을 비관해 제초제로 자살을 기도했다.

 

제초제를 음독한 이씨를 발견한 가족들은 즉시 이씨를 태안군보건의료원으로 이송을 했으나 위독해 천안 순천향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회생 가능성이 없어 다시 태안의료원으로 이송된 상태이다.

 

태안군 보건 의료원 관계자는 "이씨가 제초제를 워낙 많이 마셔서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을 넘기기 어려운 상태"로 "이미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부탁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족과 주민들에 따르면 이씨는 기름피해가 닥친 후 그동안 "나이 먹어 노동도 못하고 배운거라고는 바다일 밖에 없는데 이제 무얼 해 먹고 사느냐"고 처지를 비관해 왔다는 것.

 

특히 이씨는 최근 들어 방제작업을 다녀온 뒤 괴롭다며 술을 많이 마셨고, 그 때마다 동네사람들 한테 "내년에는 굴 양식으로 돈을 벌어 자식들 집이라도 제대로 장만해 주려고 했는데 이제 희망이 없어졌다"며 절망감을 자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 주민 이모(62)씨는 "이씨는 바다일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살아온 순박한 어부로 그에게는 바다가 전부였다"며 "3년 전 빚을 내 투자한 굴 양식장에서 지난해부터는 겨울 한철에도 3000만원 이상을 벌었다"고 말했다.

 

부인 가모(64)씨는 "바깥 양반을 따라 죽고 싶은 심정이다"며 "마을 앞바다를 덮친 기름이 우리 양반 목숨을 빼앗아 갔다"고 통곡했다. 그러면서 부인은 "돈 벌어 나 칠순 때는 자식들하고 여행이라도 가자고 하더니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오열했다.

 

한편 이 마을 이장과 어촌계·청년회 등 주민들은 비상회의를 소집, 이씨의 사망에 대비해 장례 절차를 숙의하고 있다.


태그:#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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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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