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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초기에 안정된 시청률로 대박을 예고했던 <왕과 나>(연출 김재형 손재성, 극본 유동윤)가 이제는 갈 때까지 간 느낌이다.

방영 시작부터 끊임없는 논란과 구설수에 올랐던 <왕과 나>는 이제 수장인 김재형 PD마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하차를 결정하였기 때문에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미스캐스팅 논란부터 김재형 PD의 하차까지 그간의 <왕과 나>의 행보를 돌아보자.

미스캐스팅 논란... 주인공은 누구?

김재형PD 사퇴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왕과 나>
 김재형PD 사퇴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왕과 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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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는 방영 전부터 캐스팅에 대한 우려를 안고 시작한 작품이었다. 구혜선, 고주원 등의 사극 경험이 전무하거나 일천한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극 경험이 그나마 풍부했던 오만석마저도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들으며 결국 세 주인공이 모두 미스캐스팅이라는 비판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럼에도 <왕과 나>는 초반 20%를 상회하는 안정된 시청률로 출발을 하였다. 그러나 이런 높은 시청률의 일등 공신은 세 주인공이 아닌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전광렬이었다. 세 주인공이 아역 시절이었던 무렵에는 전광렬의 연기를 보며 <왕과 나>에 대한 호평도 나왔지만, 성인 연기자들로 바뀐 후부터는 어색한 연기가 연일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 명의 주연 배우들이 투입된 이후에도 시청자들은 전광렬의 연기에만 찬사를 보냈고 <왕과 나>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계속되었다.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던 <왕과 나>는 심지어 SBS 연기대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최우수상을 주연이 아닌 조연을 맡은 전광렬이 수상한 것이다. <왕과 나>의 세 주인공은 최우수상 수상자 명단에 끝내 이름을 올리지 못하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주연들의 어색한 연기를 SBS 스스로도 자인한 꼴이라고까지 말하였다.

<왕과 나>의 적은 <이산>이 아닌 내부에 있다?

<왕과 나>는 경쟁작인 MBC의 <이산>(연출 이병훈 김근홍, 극본 김이영)보다 3주나 먼저 시작한다는 메리트를 안고 방영되었다. 당연히 초반에는 <이산>을 시청률 면에서 압도하며 나갔다. 그러나 그 시기에도 위기는 이미 엄습하고 있었다.

MBC는 <왕과 나>를 견제하기 위해 <태왕사신기>(연출 김종학 윤상호, 극본 송지나 박경수)를 주 4회 편성하여 <이산>을 지원사격 하였고, 이 편성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태왕사신기>가 시작되면서 <왕과 나>의 시청률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끝내 안정된 연기력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찬사를 받은 <이산>에게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왕과 나>의 적은 <이산>이 아닌 내부에 있었다. <왕과 나>는 주연뿐 아니라 가수나 개그맨 출신의 연기자를 대거 기용하여 연기력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았고, 역사 왜곡 논란과 더불어 스토리마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내시 김처선'을 조명한다는 애초의 기획 의도는 온데간데없이 여인들의 궁중 암투를 그리는 모습이 마치 <여인천하>(연출 김재형, 극본 유동윤)의 재탕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는 혹평이 쏟아지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극 중 인수대비 역을 맡은 전인화의 남편인 유동근이 제작진을 폭행하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시간에 쫓기는 쪽대본과 엉성한 스토리 전개 등으로 인한 불만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유동근의 사과로 사건은 일단락 되었지만 <왕과 나>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는 상황이었다.

김재형 PD 하차... <왕과 나>의 앞날은?

간신히 이런 안 좋은 분위기를 추스르나 싶었던 <왕과 나>는 수장이었던 김재형 PD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다시금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김재형 PD의 바통을 이어 받은 이종수 PD 역시 여러 드라마를 연출한 베테랑이기는 하지만 연출자가 바뀐 어수선함을 <왕과 나>가 극복해 나갈 지는 미지수이다.

우선 <이산>에 철저히 밀리며 시청률이 10% 초·중반까지 떨어진 이 총체적 난국을 이종수 PD가 단번에 타개해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원래 드라마 시청률은 뒤쳐진 드라마가 앞선 드라마를 잡은 예를 손꼽을 정도이다. <왕과 나>와 <이산>의 예가 그 손꼽히는 사례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한 번 역전 당한 상황에서 재역전을 한 예는 국내 방송 역사상 일찍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종수 PD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왕과 나>는 더 이상의 시청자 이탈을 막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보다 시청률이 더 하락한다면 조기 종영을 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시 김처선을 조명한다던 애초의 기획 의도를 다시 되살려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그것만이 <왕과 나>에게 주어진 최선의 미래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티뷰 기자단 기사



태그:#왕과 나, #김재형, #이종수, #이산, #김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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