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

영화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 ⓒ UIP 코리아



현재 대학생인 나는 학창시절,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고등학교 입학부터 입시에 시달린 경험이 더해져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서 등교하고, 똑같은 규격의 복장과 두발, 그리고 같은 시간에 전국 수많은 교실에서 같은 내용을 배워야 하는 양산형 교육에 지쳐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 제일 뒷자리에서 엎드려 자거나 책을 보고, 신문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만약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라는 가정을 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등학교 생활이 나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말씀보다 그 시간에 읽었던 책이나 신문, 자주 보던 영화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만을 가지고서 수업시간에 참여하지 않고, 늦게 등교하고, 남들보다 일찍 하교했지만 근본적이고, 큰 일탈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기 싫어했지만 무단결석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고, 항상 잘못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달게 받았다. 12시까지 계속되던 자율학습이 싫어 일찍 가고 싶다던 어처구니 없는 발언에 되돌아온 담임 선생님의 몽둥이는 자율학습 시간에 나를 누구보다 엉덩이를 지긋이 붙이고 앉아 있게 만들어 주었다.

제도권에서 일탈한 아웃사이더라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주장해왔지만, 난 단지 제도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에 더 가까웠다.

 선생님이 주는 별 하나에 집착하며 공부만 하던 똑똑한 아이들이 듀이 핀 선생을 만나면서 음악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고 변하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주는 별 하나에 집착하며 공부만 하던 똑똑한 아이들이 듀이 핀 선생을 만나면서 음악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고 변하기 시작한다. ⓒ UIP 코리아



듀이 핀(잭 블랙 분)은 락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있지만, 뚱뚱하고 못 생긴 외모와 비호감 넘치는 행동으로 자신이 만든 밴드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그의 밴드는 그를 대신할 키도 크고 잘 생긴 멤버를 새로 구하며 이별을 고한다.

밴드에 대한 열정을 접을 수 없었던 듀이는 새롭게 멤버를 구하고 밴드를 결성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고, 밀린 방세를 비롯 생활이 불가능해진 그는 친구인 네드의 이름을 사칭해 호레이스 그린 초등학교에 대리교사로 부임한다. 결국 이 영화는 뚱뚱하고 키도 작고 못 생긴 듀이가 엘리트만 다니는 학교에 오게 되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고, 교육에 관심도 많은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어린 나이부터 공부에 매진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네 교육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연히 아이들의 음악 시간을 보게 된 듀이는 공부밖에 모르는(또는 몰라야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밴드전쟁에 참여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야기는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선생님이 주는 별(성적과 관련된 일종의 점수) 하나에 집착하며 공부만 하던 똑똑한 아이들이 음악에 있어서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데, 이들 한 명 한 명의 짧은 사연을 통해 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전개되고, 현실적인, 가정적인 그리고 교육적인 문제를 짚어낸다.

모자란 듯한 선생과 함께 밴드를 해야 하다보니 (불가피하겠지만) 지나치게 성숙하게 묘사된 아이들은 영리하다 못해 영악한 인상을 풍긴다. 또한, 황인과 흑인 같은 유색인종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장점 외에는 왕따라서 자신감이 없거나 뚱뚱해서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백인 중에도 반항적이고 문제아적인 배역이 있긴 하지만, 극 중에서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행하고, 결국에는 주류에 잘 편입하는 모습(드럼)을 보이기 때문에 예외로 하고.

 어느 하나 잘난 것 없는 외모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듀이 핀 선생의 모습은 가장 큰 감상포인트 중 하나다.

어느 하나 잘난 것 없는 외모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듀이 핀 선생의 모습은 가장 큰 감상포인트 중 하나다. ⓒ UIP 코리아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인물과 줄거리지만 이 영화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있다. 교육이라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음악과 웃음이라는 장치로 버무려 독특하게, 그리고 쉽게 풀어가고 있다.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그 과정에서 선생님을 통한 학생과 부모님들의 새로운 깨달음, 교육의 참 의미에 대한 고찰 등이 나타났을 텐데 <스쿨 오브 락>에서는 오히려 학생들을 통해 선생님이 구원받는 모습을 보인다.

부조화한 상황들을 가능하게끔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매력인 잭 블랙의 존재다. 어느 하나 잘난 것 없는 외모로 가장 자신있게 화면을 채우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그의 모습은 영화의 가장 큰 감상포인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몇 번이고 이 영화를 봤지만, 얼마 전 다시 본 이 영화에 나타난 장밋빛 교육의 모습이 왜 그렇게 부럽기만 했던지. 어둡기만한 우리 교육 현실에서, 앞으로 더 어두워질 것이 분명한 우리 교육의 미래를, 저렇게 행복한 교실·학교·교육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모두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좋은 영화들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쿨 오브 락 잭 블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