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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24일 사상 최악의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사고와 관련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 선장 김모(39)씨와 예인선장 조모(51)씨가 구속됐다. 혐의는 해양오염방지법 위반이다. 혐의내용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이고 안전사고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태안해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상크레인 삼성 예인선단은 출항 전에 기상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출항을 강행했다.

 

또 사고 당일 새벽 1시 37분에 인천 해상교통안전센터로부터 새벽 3시를 기해 서해 중부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이들은 새벽 4시 45분께 기상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자 때늦은 피항을 결정했다. 

 

삼성예인선단은 또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항해일지를 거짓으로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항해일지에 "7일 새벽 0~2시부터 기상악화를 주시했고, 일찌감치 유조선과 충돌예방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기록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예인선단은 이 밖에도 사고 당일 해상크레인이 유조선 쪽으로 밀리자 무리하게 예인 와이어를 작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예인선단, 무리하게 출항하고 항해일지 거짓 기재

 

무리한 출항은 태안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충돌을 불렀고, 유조선에 싣고 있던 원유 1만2547㎘가 바다로 유출되는 재앙을 낳았다. 해경은 유조선의 선장 차올라 자스프릿 싱(36)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쯤 되면 재앙에 이르게 된 원인 등 윤곽이 대체로 드러난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아예 이번 사고 명칭을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을 낸 삼성중공업은 말이 없다. 전국 45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기름띠와 싸우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삼성은 '왜 사과 한 마디 없느냐'는 지청구에도 말이 없을까?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기름 유출사고에 대한 삼성의 전략이 부인하고 속이고 지연시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고 초기에는 책임공방으로 사고원인을 가리고, 여의치 않자 항해일지 조작으로 속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어 사건 윤곽이 드러난 뒤에는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때까지 지연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물음에도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말이 없다.

 

드러난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 그래도 말없는 삼성

 

말만 없는 게 아니다. 행동도 없다. 삼성중공업과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기업의 명운을 걸고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시민사회단체 지적처럼 1989년 엑슨 발데즈호 사고 당시, 가해자인 엑손정유사가 1조원 가량을 정부 측에 지급하고 지난 10여 년간 정화작업을 벌인 전례와도 대별된다.

 

진정성을 폄훼해 억울한가? 그렇다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태안 주민들과 국민들 앞에 사죄하라.

 

27일 전국 5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그룹에 대해 "사활을 건 노력을 강구하고 생태계 복원이 끝날 때까지 소요비용에 대해 무한책임을 질 것임을 국민 앞에 천명하라'고 촉구했다.

 

태안 주민들 사이에서도 'X싼 놈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방제복 뒷면에 '삼성 XXX'라는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삼성에게 이르노니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도 않으면서 믿어주기를 바라지 말라. 아니, 더 이상 태안주민들과 국민들을 무시하지 말라.

 

더 이상의 침묵은 뻔뻔스러운 게 아니다. 태안 주민과 국민에 대한 멸시다.


태그:#삼성, #삼성 기름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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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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