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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모주석기념관 앞의 중국인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모주석기념관 앞의 중국인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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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가짜 천국’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듯이, 이른 바 인공합성계란 즉 가짜 계란까지 판매된다는 소식에 많은 한국인들이 혀를 찬 적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듯이, 중국에서 주류 제품의 경우에는 진짜보다는 가짜를 구입할 확률이 많다는 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 대학에서 연구 중인 어느 한국인 학자의 경험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식당 종업원에게 “이 술, 진짜냐?”고 따져 물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던 그 직원이 주인을 향해 “이거 진짜 맞죠?”라고 소리치더라는 것이다.

베이징의 번화가인 우다오커에서 자전거 점포를 운영하는 어느 중국인의 경우에는 최악의 상도덕 사례에 포함될 만할 것이다. 얼마 전에, 그는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들에게 중고 자전거 15대 정도를 판매한 적이 있다.

한국 상인들 같으면, 자전거를 단체로 구입하는 손님들에게 한두 대는 거저 주거나 아니면 질 좋은 자전거를 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전거를 사들고 나간 한국인들 중 몇 명이 10분 만에 되돌아와서 “자전거 안장이 가라앉았다” 혹은 “체인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자, 그는 “나는 이미 팔았다”면서 “수리비를 내면 고쳐주겠다”는 답변만 했다. 

중국의 상도덕이 이처럼 땅에 떨어져 있는 현상과 얼른 조화되지 않는 또 다른 현상은,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자본주의 국민들에 비해서 상당히 순진한 편이라는 점이다. 물건을 팔 때에는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도 그 외의 사적 영역에서는 자본주의 국민들보다도 훨씬 더 착하다는 사실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맥도널드 햄버거.
 중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맥도널드 햄버거.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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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중국인들이 상도덕에 관한 한 ‘F학점’인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지적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인들이 아직 자본주의 윤리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 윤리에 익숙한 상인들일수록 더욱 더 교묘하게 손님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가는 법이다. 지속적인 신용 구축을 바탕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일본 같은 선진 자본주의 사회의 상인들이다. 이런 나라의 상인들은 언뜻 보면 더 많이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많은 이익을 챙겨가곤 한다.

한국도 점점 그 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웬만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두고두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이윤 확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한국 상인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그런 훈련이 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장기간의 신용 축적을 통해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옛날 상인들에 관한 책에서 신용의 중요성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서로 차원이 다를 것이다.

상업 이외의 영역에서는 한국인들보다도 더 순진한 사람들이 돈을 버는 영역에서만큼은 일말의 도덕적 양심도 느끼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은, 위와 같이 중국인들이 돈을 버는 영역에 관한 도덕적 훈련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버는 방식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인된 방식이 아닌 ‘자신에게 편한 방식’으로 돈을 벌려는 유혹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아직까지 자본주의 상도덕에 덜 익숙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중국인들의 인성 문제보다는 중국사회의 구조적 측면이 보다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잘 알다시피,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사실상 자본주의를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절대로 자본주의를 안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지식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시장경제를 할 뿐 자본주의를 하지 않는다”면서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는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상호 배척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이 시인하든 않든 간에 중국은 현재 사실상 자본주의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경제 영역에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고 사적 소유가 계속해서 발달하는 나라를 자본주의국가가 아니라고 한다면, 대체 어떤 나라를 자본주의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공적 소유인데, 중국에서 사적 소유가 발달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것은 왜일까? 한 달에 한국 돈으로 10만 원 정도를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 상황 하에서 어떤 부자들은 600만 원짜리 허리띠를 차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신들이 자본주의체제를 운영하고 있음을 중국인들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이전의 주요 사회주의국가로서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국이 공산당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두 번째일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으니, 자본주의를 한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공산당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주의적 가치관 수립을 촉구하는 선전간판. 곳곳에 낙서와 구멍이 있다. 외교부 건물 앞에 있는 간판이다.
 사회주의적 가치관 수립을 촉구하는 선전간판. 곳곳에 낙서와 구멍이 있다. 외교부 건물 앞에 있는 간판이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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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시내 곳곳에 맥도널드 햄버거와 코카콜라 간판을 볼 수 있는데도 지하철 입구 같은 곳에는 여전히 사회주의 구호가 나부끼는 모습은, 자본주의를 하면서도 자본주의를 안 한다고 말하는 중국인들의 모순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기 자신들의 문제라서 그러한 모순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지도 모른다.

위와 같이 국가가 공식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있으니, 자본주의적 상도덕의 강화를 위한 사회적 교육이 확산될 리가 만무한 것이다. 자신들이 자본주의를 한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만 그에 필요한 윤리를 배우려 할 텐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자본주의윤리가 공식적으로 침투하기 힘들 것이다. 자본주의 방식으로 돈을 벌 수는 있어도, 자본주의에 필요한 윤리를 배울 만한 곳은 없는 셈이다.

윤리는 본래 국가에 의해 장악되기 쉬운데, 국가가 이처럼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있으니 자본주의 윤리가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 침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과도기에 속할 것이다. 자본주의가 옳건 그르건 간에 중국에서 자본주의경제가 계속 심화되다 보면 그에 맞는 자본주의윤리 특히 자본주의적 상도덕도 뿌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사회에서 자본주의 윤리가 기반을 굳히게 되면, 그 윤리와 모순되는 공산당의 이념도 어느 정도는 도전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보다 더 우월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자본주의의 심화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일정한 변화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가짜 천국이 된 것은 중국인들의 천성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중국이 아직 자본주의적 상도덕에 덜 친숙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신뢰 구축이 이윤확보에 더 낫다는 점은 오래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절대로 확보할 수 없는 지혜일 것이다.


태그:#가짜 천국, #중국, #사회주의, #자본주의윤리,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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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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