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은 최근 간판스타 이상민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 속에서도 연패 사슬을 끊고 2연승을 거두었다. 강혁, 이규섭, 테렌스 레더 등 기존 주전들이 잘해준 탓도 있지만, 팀 승리의 숨은 주역에는 벤치 멤버에서 최근 주전급으로 급부상한 식스맨 이원수의 깜짝 활약이 있었다.

올해 2년차인 이원수는 빠른 발과 수비력을 갖추어 주로 수비전문 선수로 활약하는 전형적인 식스맨이다. 이상민, 강혁, 이정석 등 쟁쟁한 선배들이 포진하여 가드왕국으로 불리우는 삼성에서 올시즌 이원수는 지난해에 비교하여 출전시간이 크게 줄었다. 데뷔 첫해 20.6분 출장, 5.6점 1.6도움을 기록했던 이원수는, 올시즌 이상민이 부상으로 빠지기 이전까지 불과 17.5분 출장. 3.3점. 2.3도움에 그쳤다.

그러나 이원수는 이상민이 빠진 첫 경기였던 지난주 29일 KTF전에서 득점은 비록 3점에 그쳤지만, 상대 포인트가드 신기성의 전담 마크맨으로 활약하며 꽁꽁 묶는데 성공했다. 신기성은 이날 11점을 올렸으나 가드의 전매특허인 도움에서는 단 2개에 그쳤다. 볼배급의 키를 쥐고 있는 신기성이 이원수의 마크에 저지당하며 KTF는 후반 공격을 제대로 풀어보지 못하고 완패를 당해야했다.

이원수는 지난 1일 LG와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올시즌 최다기록인  23점(3점슛 5개)을 비롯하여, 4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하며 삼성의 연승행진을 견인했다. 지난해 신인왕이자 동갑내기인 LG 주전 가드 이현민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은 물론, 종료 1분전 결정적인 쐐기 3점슛까지 성공시키며 이날 승리의 최대 수훈갑이 되었다.

이원수의 활약이 늘어나며 삼성의 경기내용이 달라진 것은 역시 수비가 강해졌다는 점이다. 삼성은 올시즌 89.3점으로 공격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비에서도 87.5점으로 최다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서장훈, 올루미데 오예데지, 이규섭 등 리그 최고의 장신군단을 바탕으로 강력한 높이의 농구를 구사했던 삼성은, 올시즌 선수층이 대폭 물갈이되며 팀의 무게 중심이 높이에서 스피드로 바뀌었다.

빠른 템포의 농구를 구사하는 팀컬러로 인하여 득점만큼이나 상대에게도 공격찬스를 많이 헌납할 수밖에 없지만 삼성은 단지 보여지는 수치와 달리 수비가 그리 약한 팀도 아니다. 그것은 이원수, 강혁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가드진의 힘에 있다.

삼성은 최근 2경기에서 80점대 후반의 득점력을 유지하면서도 상대 수비를 모두 평균 이하의 득점으로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삼성의 가드들은 강한 체력과 적극적인 압박을 바탕으로 상대의 포인트가드들이 쉽게 공을 잡거나 안쪽으로 패스를 찔러넣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했다. 적극적인 수비로 상대의 공격기회를 빼앗아서 추가득점을 노리는 것이 삼성이 올시즌 지향하는 플레이스타일이다.

삼성과 상대했던 KTF와 LG가 대부분의 득점을 외국인 선수들의 일대일이나 개인플레이를 통하여 만들어낸 것과는 대조적으로, 삼성은 가드진의 속공패스와 돌파를 이용한 오픈찬스가 많았다. 같은 득점이라 할지라도 공격의 효율성과 정확도에서 그만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올시즌 초반 이상민의 회춘 활약이 두드러지며 상대적으로 삼성 가드들은 수비와 패스 등 궃은 일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강혁의 경우 지난 시즌 35.3분 출장, 13.1점 7.0도움에서 올 시즌에는 29.1분 출장, 7.1점 6.6도움으로 지난해에 비해 공격비중이 크게 줄었고. 이정석도 지난해 평균 31.0분 출장에 8.2점 3.9도움에서 올 시즌 17.6분 출장, 3.1점 2.3도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것은 노장인 이상민이 공격에서 활약하며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이 슛 시도나 무리한 일대일 플레이를 자제하고 팀플레이에 따른 결과다.

이상민의 공백은 그동안 개인기록면에서 다소 손해를 감수해야했던 이정석, 이원수 등이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도하 AG 기간 서장훈과 이규섭이 차출된 공백에도 지금의 가드진을 중심으로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며 반전의 계기를 만든 바 있다.

노장으로 잦은 부상의 위험에 시달리는 이상민의 체력 안배에도 도움이 될 전망. 개인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공격과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은 올 시즌 삼성이 강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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