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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수업을 듣는 한국외대 정성혜(20) 학생. 그녀는 수업에서 우연히 일본인, 중국인과 같은 조가 되었다. 주제는 '북한의 문화'. 발표를 준비해야 하는데 외국 유학생들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조원들과 함께 준비해야 할 보고서를 혼자서 준비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교수님의 평가 또한 좋지 않았다.

급증하는 외국인 유학생수.
 급증하는 외국인 유학생수.
ⓒ 교육인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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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캠퍼스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들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와는 달리 학교는 아직 그들을 맞을 준비가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다음은 서울 한 대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이버강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한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외국인 유학생들이 글쓰기 수업에 몇 명이나 수강하고 있나?
 "외국인은 100여 명 정도 수업을 듣는데 부모님이 모두 외국인인 학생은 30-40명 정도 되고 나머지는 교포이거나 부모님 중 한 분만이 한국인인 학생들이다"
- 글쓰기라는 수업이 한국 학생들도 따라가기 힘든 수업인데 외국인들이 어떤 점에서 어려워하고 있나?
"외국인 유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어를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입학을 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어 공부를 1년 미만 배우고 들어왔다는 점이 문제다. 의사소통 자체가 힘든 학생들이 글쓰기 수업을 듣기는 어렵다. 그리고 한국어를 외국에서 배워온 학생들도 힘들어한다."

- 외국인 유학생들이 평가에서 불리할 것 같은데, 평가하는데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시고 있나?
"학생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평가 수준을 결정한다. 어느 정도 한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평가한다. 말을 굉장히 잘하는데 글을 못하는 학생은 한국 학생들과 동일하게 평가하고, 의사소통이 힘든 학생들은 가산점을 준다.

의사소통도 안되는 유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들으라고?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강의를 듣는데 많은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 연수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조차도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대학생들과 한국어로 수업을 함께 듣고 그들과 똑같이 평가받기에는 한국어 수준이 많이 부족하다.

의사소통 문제 뿐만 아니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문제가 있다. 한국어를 못하는 유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동일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학의 평가규정에는 유학생들의 평가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모두 교수의 재량에 맡겨지고 있다. 이마저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직접 교수님들을 찾아가지 않으면 한국 학생들과 동일하게 평가되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비싼 등록금도 문제이다. 중국에서 유학 온 한국외대 국제통상학과 위영청(22)학생은 "한국 대학교의 학비가 중국 대학교의 4배나 비싸서 부모님에게 부탁하기가 미안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지만 중국인이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르바이트다. 하지만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운이 좋아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현행법상 학기 중에는 주당 20시간 이하의 근로만 허용되기에 많은 돈을 벌기가 힘든 상황이다. 학자금 대출은 더더욱 쉽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은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 은행이나 제2금융권 역시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100% 자비로 학비와 생활비를 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학생들의 편견과 차별이 외국유학생을 더 힘들게 해

한 대학 포털사이트에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이 사이트에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불만의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한 대학 포털사이트에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이 사이트에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불만의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 강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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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의 편견과 차별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항상 맞닥뜨려야할 어려움이다. 특히 중국 학생의 경우 편견과 차별이 더 심하다. 한 대학 사이트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불만이 자주 나타난다. '컴퓨터실에서 온라인 게임이나 하는 냄새나는 중국인', '중국인들이 학교컴퓨터에서 야한 사진을 본다' 등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난까지 올라와 있다.

2005년부터 교육부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서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오는 2010년까지 5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각 대학에서는 캠퍼스의 국제화라는 명분아래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로 오는 유학생의 수는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유학생을 이전에 각 학교들과 교육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국내로 유학 오는 학생들의 사정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한. 유학생들을 위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평가지침과 관리체계를 세워야 한다. 또한 외국 유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학금 확충이나 자매결연 대학을 통한 교환학생을 늘려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학생들과 외국 유학생들과의 교류를 늘려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없앨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태그:#외국인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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