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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은 "배추벌레에게 반 넘게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을 노래했다. 희생을 통한 내적 성숙을 의미하는 노래이다. 그 배추의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 소개한다.

 

십정2동 사무소 측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2동에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으로 등록되어 있는 가구 수가  400가구에 이르며, 이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가구는 70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정에 겨울 따뜻하게 보내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김장김치를 십정2동 새마을 부녀회(이하 부녀회) 회원 20명이 동사무소 주차장에 마련된 공간에 모여 26일과 27일 양일간에 걸쳐 담갔다.

 

26일엔 배추 300포기를 구입해서 반으로 자른 뒤 깨끗하게 씻어 소금에 절이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부녀회 회원 20명이 거의 참석하셔서, 비가 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닐로 친 천막 안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배추를 절이셨다.

 

이날 소요된 경비는 구에서 지원되는 사회보조금 백만원과 회원들이 회비로 매달 오천원씩 내는 돈에, 1년에 2번 있는 바자회와 미역, 액젖 판매 수입금을 합쳐서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작년과 달리 비싸진 배추값으로 인해 작년보다 백포기가 적어진 양을 하게 되어 안타까워 하셨다.
 
 
27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배추절이기에 들어가셨다. 추운 날씨에 지칠 법도 했지만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니 취재를 하는 기자의 마음도 따뜻해지기까지 했다.
 
일은 대충 오후 1시가 되어 마무리가 되었고. 이틀 동안의 수고를 격려하기 위한 점심도 준비되고 있었다. 마음을 담은 김치에 돼지고기와 밥으로 조촐했지만 너무나 맛있는 음식이었다.
 
1시가 지나자 김장김치를 담그는 걸 아는 독거노인 한 분이 처음으로 도착하셔서 김치를 받아가셨다. 점심을 먹고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은 직접 오셔서 받아 가시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동사무소에서 직접 가정에 방문해 나눠주셨다.
 
우리 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에서 하는 일인데 이게 무슨 기사거리가 되겠느냐며 쑥스러워하시는 분들의 소박한 모습에서 오히려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 온 내 자신의 과거 모습을 부끄러워해야 했다. 10포기가 안 되는 작은 양이지만 큰 마음을 담아가셨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이 겨울을 나기를 바라며 발길을 돌렸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2동 새마을 부녀회 회장 인터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시는 회장님을 설득하였다.
 
- 회원 수와 자격, 회비는 어떻게 되나요?
"현재 회원수는 20명으로 자격은 십정2동에 거주하시는 부녀자면 됩니다. 그리고 회비는 매달 오천원입니다."
 
- 김장을 담그는 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 조달하셨나요?
"매년 운영계획을 짜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에서 사회보조금 백만원을 받고, 모자라는 돈은 회비와, 1년에 2번하는 바자회 수익금, 또 동에서 파는 미역과 액젖의 수입금을 합쳐서 비용을 조달합니다."
 
- 김장담그기 외에 하는 부녀회에서 하는 일은 뭔가요?
"일년에 한 번 독거노인 생일상을 차려드립니다. 올해 하반기에 했으면 내년엔 상반기에 하는 식으로 치러집니다. 대체적으로 생일상을 차리는 달을 기준으로 앞 뒤로 한 달씩 해서 3개월에 포함된 노인분들을 모셔 생일상을 차려 드립니다. 그리고 상반기에 사랑의 밑반찬 행사를 열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드리고 있으며, 농촌 일손 돕기도 일년에 상반기 하반기 이렇게 두 번 하고 있습니다."
 
- 하시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좀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곳에 나누어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경숙 회장님은 자신이 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는 일이고 별로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라고 인터뷰 내내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나 일년에 한 번 백만원과 천만원을 내는 것은 쉬워도 매달 오천원씩 수년째 내고, 매년 이렇게 봉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에 회장님을 비롯한 회원분들에게 존경심을 보낸다.

태그:#봉사, #십정동, #함께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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