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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삼성특검법'이 어렵사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 했다. 그러나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대통령 거부권을 넘어 법의 공포가 이루어져야 한다. 참여정부의 법무부장관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가경제 및 국가신인도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 전에 경제5단체장도 입을 맞추어 앞에 법무부장관이 주장한 같은 이유를 들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언론에 광고를 냈다. 그에 발을 맞추듯 언론 경제지와 메이저신문들은 지면을 통해서 삼성의 전 방위 뇌물 공여사건이 해외에 알려져 삼성 기업들이 해외판촉활동에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동정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덩달아 일부 국민들도 국내총생산의 약 1/6을 점하고 있는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재벌이 잘못되면 어쩌나하고 염려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삼성이라는 기업과 삼성기업총수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은 대한민국과 노무현 정부를 구분해서 생각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노정부의 잘못을 예리하게 비판한다. 그 비판이 국가를 비판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 비판이 국가의 앞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건희씨가 소유한 삼성재벌의 주식이 1%내외이고 그 일가족 소유 분을 다 합쳐도 5%미만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삼성은 대다수의 주주들의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건희씨가 삼성 기업을 일으켜 세우는데 큰 공이 있다할지라도, 이건희씨가 삼성이고 삼성이 이건희씨일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의 실책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것은 국가신인도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면서 이건희씨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것이 국가경제와 신인도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현실적으로 재벌총수가 삼성에서 황제적 지배권을 휘두른다고 해서 삼성과 재벌총수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재벌총수의 말이 곧 삼성의 헌법이라는 소문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래서도 안 된다. 사회의 어떤 부문에서도 1인이 지배하는 분야는 썩기 마련이고 퇴보한다. 이 세상에 전지전능할 분은 신밖에 없다. 삼성이란 기업이 어떤 특정인의 생각여하에 존폐가 결정되고 성패가 좌우되는 기업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징후가 보이는 것이 삼성의 문제다. 

 

삼성재벌이 불법상속의혹, 그리고 법조계, 정치계, 경제계, 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에 전 방위 뇌물공여의혹 등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마땅히 처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처벌받는 대상은 기업이 아니라 그것을 지시하고 행위를 한 개인이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재벌총수와 그 수하의 몇 직원이 처벌된다고 해서 삼성재벌이 망할 것이라는 착각은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처벌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말과 똑 같이 어불성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재벌은 새롭게 태어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보다 투명하고 보다 민주적인 기업으로, 그리고 더 많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원리원칙에 따라 법에 의해 엄정하게 실상을 파헤치고 잘못을 바로 잡을 때 가능하다. 이것만이 삼성을 살리고 우리사회가 사는 길이다.


태그:#삼성,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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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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