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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기자는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학생,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잠깐이면 돼요, 신입생이시죠? 이건 입학 축하 선물이에요."

"감... 감사합니다."

"이거 설문지 하나만 작성해줄래요?"

 

신입생을 잡아라!

 

대학 내 기독교 동아리가 학생들을 전도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바로 신입생 환영회(일명 새내기 배움터)에서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리는 것이다. 설문지의 항목은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으로 빼곡하다. 설문지의 마지막 란에는 학과 학번 이름 연락처를 적어야 한다.

 

대학교 1학년 학생인 ㅂ씨(20)는 새터에 왔다가 다니는 길마다 기독교 동아리 회원을 만났는데 그 중에는 같은 학교 학생도 있었고, 근처 대학 연합 동아리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대학에 갓 입학한, 대학 사정을 잘 모르는 신입생들은 순순히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준다. 그 뒤로 기독교 동아리에서는 계속 연락을 하는 게 이들의 전도 순서이다.

 

설문지의 내용을 보면 이렇다. '지금 믿고 계신 종교가 있습니까?', '하나님을 믿으십니까?', '지금처럼 살면 천국에 가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성경공부를 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등등 모두 종교와 관련된 내용이다. 물론, 전도를 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학교에서 뜻이 맞고 종교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더 깊은 신앙심을 쌓는 일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무서운 집착이다. 설문지를 한 번 작성하게 되면 끊임없는 전화에 시달려야 한다. 우리 동아리에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 또는 타종교를 믿는 사람 가리지 않는다. 기독교를 믿는 학생일지라도 그 동아리에는 가입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고, 타종교를 믿는 사람은 개종할 의사가 없는데도 기독교 동아리 회원들은 매번 회유한다.

 

'학생이 지금처럼 기독교를 믿으면 하나님이 좋아하실까요? 적극적으로 함께 공부하고 그 뜻을 이어가도록 해요.', '지금 믿고 계신 그 종교를 계속 믿으면 천국에 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등등 전화번호를 적은 순간부터 이들의 회유는 계속된다. 같은 학교 학생이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그들을 차마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게 되거나 원래 매몰찬 말을 잘 못하는 학생들은 입학 후부터 지금까지 이들의 전화를 계속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종교'를 강요하지 말라고!!!

 

많은 대학교에 있는 기독교 동아리의 또 다른 전도 방법은 이미 이들의 존재를 알고 피하기 시작하는 재학생을 설득하려는 방법이다. 혼자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도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대표적 표적이 되는 사람들은 혼자 공부하고 있거나 밥을 먹는 사람들이다.

 

특히나 여자대학의 경우는, 공학과는 다르게 혼자 공부를 하거나 밥을 먹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들이 공강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기독교 동아리 회원들이 자연스레 다가온다. 그리고 엄청난 설교를 하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전화번호를 요구한다. 그건 좀 곤란하다는 뜻을 정확히 밝히면 그냥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서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면 전화번호를 줄 수밖에 없다.

 

가짜 전화번호를 적어주면 된다는 생각은 안일한 생각일 뿐이다. 그 자리에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는 게 요새 전도하는 사람들이 필수로 행하는 과정이다. 만약 거짓번호를 적어준 게 들통나면 엄청난 시간을 전도하는 분과 보내며 설교를 또 들어야 한다. 수업 사이에 공강이 생겨 공강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ㄱ모(20)씨 역시 기독교 동아리 회원의 접근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겪는 일반 학생들은 기독교 동아리 회원들을 보면 도망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종교의 선택은 자유인데 이건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 동아리 회원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 건 동아리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동아리가 더 활성화되고, 더 적극적인 기독교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일 것이다. 그런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불특정 다수를 공략하는 게릴라 방식의 막무가내 전도 방식은 오히려 기독교 동아리에 대한 인식만 나빠지게 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각자가 종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정해진 장소에서만 기독교 동아리를 소개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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