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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면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중동교에서 본 낙동강, 저 멀리 깎아지른 절벽은 얼마 앞서 다녀왔던 군위군 인각사 앞에 있던 '학소대'와 비슷했어요.
▲ 낙동강 낙동면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중동교에서 본 낙동강, 저 멀리 깎아지른 절벽은 얼마 앞서 다녀왔던 군위군 인각사 앞에 있던 '학소대'와 비슷했어요.
ⓒ 금오바이크(배상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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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추워라! 이래 갖고 잔차 타겠나?"
"그러게요. 오늘 날씨가 장난 아니네요. 영하 5도랍니다."


엊그제(11일) 오전 7시 40분, 몇 주 앞서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왔던 경북 예천 지보 '참우마을' 가는 날!

우리 마을 '사곡 잔차방'에는 알록달록한 옷차림으로 머릿수건과 얼굴수건(버프)으로 눈만 빼고는 칭칭 동여매고 완전무장한 선수(?)들이 자전거를 타고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오늘 자전거 모임은 금오바이크(http://www.kumohbike.com) 동호회에서 하는 행사인데, '참우마을 쇠고기 투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정작 날씨가 더 추워지기에 앞서 '장거리 라이딩' 한 번 하자고 모인 거였어요. 그런데 지난밤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데다가 바람이 세게 불어서 이른 아침부터 모여서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다녀올 생각을 하니 서글프기까지 했어요.

추운 날씨에 잘 견디려면 떠나기에 앞서 몸 풀기 운동을 꼭 해야 해요. 하나 둘! 둘 둘!
▲ 몸풀기 운동 추운 날씨에 잘 견디려면 떠나기에 앞서 몸 풀기 운동을 꼭 해야 해요. 하나 둘! 둘 둘!
ⓒ 금오바이크(배상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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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교통질서를 잘 지켜야 해요.
▲ 건널목 앞에서 자전거도 교통질서를 잘 지켜야 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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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바람을 안고 달리다

모두 열여섯 사람이 모였는데, 오늘은 처음 나온 사람도 둘이나 있었고, 몇 사람만 빼고는 거의 자전거를 탄 지 한 해 안팎인 새내기였어요. 또 동호회 식구 가운데 예순다섯 살인 오라버니(고은달씨·65·할아버지이지만 난 스스럼없이 이렇게 불러요)도 계셔요.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셨고, 타는 솜씨가 젊은 우리보다 훨씬 나아요.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바람도 몹시 불고 춥지만, 날씨 탓만을 할 수 없고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 풀기 운동을 하고는 오전 8시에 떠났습니다.

"날씨도 추운데다가 말이 140km지, 되게 힘들겠다."
"괜찮아 이깟 추위쯤이야 얼마든지 이길 수 있지! 그래도 우린 주마다 나가면 100km씩은 꾸준히 탔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
"아자! 아자!"


남편과 나는 이렇게 서로 달래면서 힘차게 발판을 밟았어요.

예천 지보마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구미로 다시 돌아오는 거리가 모두 140km쯤 되는데, 말이 그렇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서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한 달 앞서서 우리 부부가 의성 '대곡사'까지는 다녀왔던 길이기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신나게 달렸답니다.

막상 길을 나서니, 추운 날씨도 문제였지만 날카롭고 매서운 바람이 어찌나 많이 부는지 자전거가 휘청거리기까지 해서 잘 견딜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났어요. 더구나 맞바람이라서 매우 애를 먹었어요. 한 시간 반쯤 달려 도개면 일선리 휴게소를 첫 쉼터로 잡고 잠깐 쉬었는데, 날씨 때문에 모두 힘들어하는 듯 보였어요.

오라버니 고은달씨

예순다섯, 나이는 많아도 자전거 타는 솜씨는 우리 젊은 사람보다 훨씬 나아요.
▲ 금오바이크 오라버니(고은달 씨 65) 예순다섯, 나이는 많아도 자전거 타는 솜씨는 우리 젊은 사람보다 훨씬 나아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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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식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먼 길을 떠나는 건 워낙 오랜만인데다가 추위와 맞바람까지 견디며 가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가장 걱정이 되었던 오라버니도 오랜만에 타는 건 마찬가지인데 젊은 우리보다 더욱 힘들어한 건 달리 말 안 해도 알 만해요.

아니나 다를까, 구미와 의성으로 나뉘는 곳인 '갈현고개' 밑에서 두 번째 쉴 때에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라버니 모습이 뵈지 않아 몹시 걱정을 했지요. 얼마쯤 뒤에 회장님(금오바이크 회장-구바 배상철씨)이 오라버니와 함께 격려하며 오는 모습이 보여요. 걱정하며 기다리던 회원들이 모두 손뼉을 치며 맞아주었지요.

"오라버니, 힘내세요! 여기 고개만 넘으면 이젠 길이 편하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려, 죽을 맛이지만 가볼텨!"


이제 숨도 돌렸고 다시 갈현고개를 올라갑니다. 오르막이 15%, 12%나 되는 길을 두 굽이를 돌아 올라가야 하는데 꽤 가팔라요. 아주 천천히 발판을 밟으며 올라갑니다. 힘들어했던 오라버니도, 또 처음 나온 새내기들도 부지런히 잘 올라가요.

젊은이 못지 않는 몸과 마음으로 자전거를 즐겨 타지요. 가파른 오르막길도 문제 없답니다.
▲ 오라버니, 지난봄 경주 벚꽃 라이딩 때! 젊은이 못지 않는 몸과 마음으로 자전거를 즐겨 타지요. 가파른 오르막길도 문제 없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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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따라 매우 힘들어 했던 오라버니(고은달 씨)가 뒤쳐져 늦어지면 함께 기다려주고 격려하면서 가지요. 또 먼 길을 달리려면, 틈틈이 쉬어야 해요. 행동식도 챙겨서 먹어야 하고요.
▲ 틈틈이 쉬면서 이날따라 매우 힘들어 했던 오라버니(고은달 씨)가 뒤쳐져 늦어지면 함께 기다려주고 격려하면서 가지요. 또 먼 길을 달리려면, 틈틈이 쉬어야 해요. 행동식도 챙겨서 먹어야 하고요.
ⓒ 금오바이크 (배상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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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갈현고개를 넘어서 신나는 내리막을 따라 의성 안계면에 들어서니, 지난번에 우리끼리 왔을 때 봤던 들판에 가득 메웠던 나락은 모두 거두었고 빈들만 남았는데 제법 겨울 냄새가 물씬 났어요.

28번 국도를 따라 한 줄로 서서 다인면으로 가는데, 큰 화물트럭이 많이 지나다녀서 몹시 위험했어요. 이 마을이 고향인 현이아빠(이창희씨)가 가기 앞날 미리 와서 차로 둘러보면서 한적한 시골길을 봐두었다고 해서 다시 그 길로 들어섰어요. 달제리를 지나가는 시멘트로 덮인 산길인데 꽤 넓었어요. 오르막 내리막이 번갈아 있고, 둘레 풍경이 매우 한가롭게 보였어요.

도적떼한테 당하여 흘린 피가 스며들어 '비릿재'

'충효의 고장 어진 다인'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어진 사람들인가 봐요. 여기에서 나는 쌀도 '어진쌀'이랍니다.
▲ 어진 마을 '충효의 고장 어진 다인'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어진 사람들인가 봐요. 여기에서 나는 쌀도 '어진쌀'이랍니다.
ⓒ 금오바이크 (배상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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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여럿이 달리다 보면, 두세 개 조로 나뉘는데, 나는 오늘따라 '선두 조'에 끼어서 갈 때가 많았어요. 오르막길을 천천히, 그러나 온힘을 기울여 올라가고 있는데, 손전화 음악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어요.

"어디로 간 거야? 마을로 올라간 거 아니야?"

하하하, 이럴 수가! 남편이 아까 마을로 들어서기에 앞서서 오줌이 마렵다고 한쪽으로 비켜 서 있더니 그새 우리를 놓친 거였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볼일을 보고 바로 따라와 보니, 사람들이 마을로 올라가는 걸 틀림없이 봤는데 아무도 없더래요.

더구나 거긴 갈림길이라서 너른 쪽 길을 따라갔더니, 난데없이 남의 집 대문만 있는 막다른 골목이었대요. 그렇게 헤매는 바람에 우리와 많이 뒤처져 있었던 거죠.

길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나니 애고, 그새 나와 같이 가던 이들은 저기 고갯마루까지 올라가서 막 모퉁이를 돌고 있었어요.

"에잇! 전화받다가 선두를 놓쳤잖아!"

이렇게 투덜대면서(?) 부지런히 따라갔어요.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충효의 고장 어진 다인'이란 돌비가 우뚝 서 있어요. 이 마을에서 나는 쌀을 '어진쌀'이라고 한다는데, 어진 사람이 많은 마을인가 봐요.

나는 앞서간 사람 따라잡을 욕심에 이 돌비밖에 못 봤는데, 나중에 회장님 이야기를 들으니 여기가 바로 '비릿재'라는 고개래요.

'비로재'라고도 하는 이 고개는 지난날 신라 진흥왕(360년)이 이곳을 지나다가 지름 50cm 남짓 되는 차돌을 보고 이상히 여겨 몸소 들어보았다고 해요. 그런데 그 뒤로 이 길을 지나가던 선비나 장수 가운데 이 큰 돌을 들지 못하면 재를 넘다가 도둑한테 목숨을 잃었다고 해요. 그리고 도적떼한테 당하여 흘린 피가 이 바위에 스며들어서 비린내를 풍긴다 하여 '비릿재'로 일컫는다고 합니다.

비릿재 고개를 지나 곧장 달려가니, 얼마 앞서 우리가 와봤던 '대곡사' 들머리가 나오고 그 앞에 '독점산 임도'가 보였어요. 본디 오늘 계획에는 이 임도까지 모두 타보려고 했지만 시간을 가늠하니 너무 빠듯한데다가 날씨까지 추워 지보에 가서 점심을 먹고 곧장 간다고 해도 구미까지 닿으려면 꽤 늦을 듯했어요. 아쉽지만 이 임도는 해가 긴 여름으로 미루고 지보마을로 바로 갔어요.

고갯마루에 올라보면 정자와 빗돌이 있어요. 여기에 있던 큰 돌을 들지 못하면 재를 넘다가 도둑한테 목숨을 잃었다고 해요. 그리고 도적떼한테 당하여 흘린 피가 이 바위에 스며들어서 비린내를 풍긴다 하여 ‘비릿재’
▲ 비릿재 고갯마루에 올라보면 정자와 빗돌이 있어요. 여기에 있던 큰 돌을 들지 못하면 재를 넘다가 도둑한테 목숨을 잃었다고 해요. 그리고 도적떼한테 당하여 흘린 피가 이 바위에 스며들어서 비린내를 풍긴다 하여 ‘비릿재’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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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계획에는 이 임도를 타려고 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너무 빠듯하여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었답니다.
▲ 독점산 임도 본디 계획에는 이 임도를 타려고 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너무 빠듯하여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었답니다.
ⓒ 금오바이크(배상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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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을 따라 비릿재 고개를 넘으면서.
▲ 비릿재 고개 오르막을 따라 비릿재 고개를 넘으면서.
ⓒ 금오바이크(배상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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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지보면 '참우마을'

마을에 들어서니, 온통 '참우마을' 이름값을 톡톡히 하더군요. 언젠가 텔레비전에 소개되기도 했던 집에 찾아가니 아! 저런, 바깥에서 쇠고기 먹을 때를 기다리는 사람만 해도 한 칠팔십 사람쯤 되어 보였어요. 본디 일요일에는 번호표를 받고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람만 이쯤 된다고 하네요.

우리 차례가 닿을 때까지 기다리려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다른 집을 찾아야 했어요. 가는 곳마다 손님이 넘치더군요. 우린 그 가운데 20호 집에 들어가, 정성스럽게 마련해준 음식은 참으로 맛있고 푸짐했어요.

맛있는 진짜 '한우고기'를 등심부터 전골, 육회까지 골고루 배부르게 먹었어요. 모두 추운 날씨와 맞바람을 이겨내며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예까지 왔지만 맛있는 쇠고기로 배불리 먹고 나니, 다시 힘이 솟아나는지 얼굴엔 환하게 생기가 돌았어요.

경북 예천군 지보면 '참우마을'에는 집집이 한우 고깃집이 매우 많아요. 가는 곳마다 손님이 넘치고요.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이 마을에서 손수 키운 '진짜 한우고기'라고 합니다.
▲ 참우 마을 경북 예천군 지보면 '참우마을'에는 집집이 한우 고깃집이 매우 많아요. 가는 곳마다 손님이 넘치고요.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이 마을에서 손수 키운 '진짜 한우고기'라고 합니다.
ⓒ 금오바이크(배상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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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심, 전골, 육회까지 골고루 배불리 먹었답니다. 값도 싸고 맛도 참 좋습니다. 지보 '참우마을'에는 손님이 끊기지 않더군요. 가는 곳마다 손님이 넘쳐났어요.
▲ '참우 마을' 쇠고기 등심, 전골, 육회까지 골고루 배불리 먹었답니다. 값도 싸고 맛도 참 좋습니다. 지보 '참우마을'에는 손님이 끊기지 않더군요. 가는 곳마다 손님이 넘쳐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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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젠 구미로 되돌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59번 국도를 따라 낙동을 거쳐 선산, 구미로 돌아오는 길, 한낮이 지났어도 날씨는 더욱 차갑고 올 적 갈 적 모두 맞바람과 싸우며 와야 했어요.

오후 2시 40분에 지보 '참우마을'을 떠났는데 돌아갈 시간을 가늠하니 적어도 4시간쯤은 또 달려야 해요. 돌아가는 길에는 아무리 쇠고기로 배를 채웠어도 하루 동안 체력이 차츰 바닥났기 때문에 해가 지면 추위를 다른 때보다 더욱 많이 느낀대요.

몸 조절, 시간 조절을 잘하며 틈틈이 쉬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달렸어요. 또 올 때도 고생을 많이 했던 오라버니는 몹시 힘들어해서 낙동까지 간 뒤에 정 안 되면 버스라도 태워 드리려고 마음먹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맞바람에 시달리다

생각대로 돌아오는 길은 더욱 힘들었어요. 해가 지면서부터 더욱 추워졌고, 온종일 쉬지 않고 발판을 밟았던 몸이 하나 둘 지치기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무릎이 아프다고도 했고, 다리에 쥐가 나서 한동안 주무르며 쉬기도 했어요. 얼마만큼 가다가 뒤처진 사람들을 기다려 다시 떠나고…. 또 손이 얼마나 많이 시리든지 두꺼운 겨울장갑을 끼었는데도 꽁꽁 얼어붙어서 브레이크 조절도 잘 못할 만큼 힘들었어요.

더구나 날이 어두워지면서 캄캄한 길을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도 씨름을 하면서 와야 했답니다. 구미에 닿으니, 저녁 7시가 되었어요. 꼬박 11시간 동안 끝까지 서로 격려하면서 추위와 맞바람을 이겨내며 140km를 탄 셈이었어요.

힘들어서 낙동에서 버스 타고 가야겠다던 오라버니도 아무 탈 없이 끝까지 함께 했지요. 우리는 모두 오라버니가 완주했다는 걸 기뻐하면서 크게 손뼉을 쳐드렸답니다. 먼 길을 힘들게 달려야 했기에 몸은 지치고 아팠지만, 저마다 스스로 해냈다는 기쁨에 몹시 뿌듯했던 하루였답니다.


태그:#금오바이크, #자전거, #참우마을, #고은달, #맞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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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는 자전車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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