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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의 ‘형님’ 대형 마트가 지속적으로 쌀을 할인 판매하고 있어 일반 농민과 영세 소매업자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쌀농사를 하고 있는 안상철(49)씨는 “올해는 장마가 길어 흉년인데다 쌀값도 하락해 농민들의 어려움이 큰데, 대형 마트는 계속해서 쌀을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대형 마트의 ‘최저가 전쟁’이 쌀의 이미지와 가치를 격하 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이 참여하는 홈페이지 ‘우리쌀지킴이본부’의 한 누리꾼 (id:늘푸른)은 "우리 쌀은 세계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좋은 쌀을 제 값 받고 팔아야 하는데 대형 유통업체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춰 질적 대비 정당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ID ‘장군’을 쓰는 누리꾼은 “대형 마트가 가격을 낮춰 주변 식당, 소비자들은 일반 쌀집에서 쌀을 사지 않아 문을 닫을 지경이다. 미곡처리장은 계속 가격을 떨어뜨려 적자를 내며 출하하고 있다. 농민들은 계속되는 가격 하락으로 벼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매상들도 대형 마트의 싼 값을 ‘맛본’ 손님을 다시 잡기가 힘들다.

“대형 마트가 싼 가격의 쌀을 판매한 후로 매상이 뚝 떨어졌어요.”

강동구 성내동에서 5평 남짓 한 규모의 쌀 소매상을 운영하고 있는 P씨는 요즘 장사가 잘 되냐는 질문에 “대형 마트가 쌀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이후로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며 어두운 표정을 내비쳤다.

 

P씨의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은 ‘청결미’. 가격은 20kg에 4만3000원이다. 하지만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은 이마트 PL제품인 ‘이맛쌀’로 가격이 20kg 기준 3만8500원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20kg의 쌀 가격이 대개 4만 원 후반에서 5만 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월등히 싼 가격이다. P씨는 “이마트에는 쌀이 4만원도 안하는데 왜 여긴 몇 천원이나 더 비싸냐며 소비자들이 나를 도둑놈, 사기꾼 취급한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형 마트들이 쌀을 자사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형 마트가 싼 가격의 쌀을 ‘미끼’로 내놓고, 고급 쌀을 비싸게 내 놓아 이익을 챙긴다는 것.

 

 

대형 마트의 쌀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쌀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고 그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어떤 쌀이 고급인지, 어떤 쌀이 중급인지를 구별할 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이천 임금님쌀’ 처럼 많이 알려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제외하면 그저 비싼 것이 좋은 것이려니 할 뿐이다.


하지만 2000년도부터 2006년까지 국립 농산물 품질 관리원의 통계 자료를 분석해 보면 고급쌀(상품)과 일반쌀(중품)의 산지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2004년을 제외하면 20kg당 가격차이는 크게는 1500원, 작게는 200~800원 차이다.


“진짜 유기농 쌀이나 특수 재배한  ‘명품쌀’을 제외하고, 마트에서 고급 쌀이라고 파는 것들은 산지의 상품 쌀을 비싸게 파는것”이라는 P씨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태그:#쌀, #마트,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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