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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차기 총장내정자와 중수부장등 주요 지휘라인이 삼성의 관리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실 검찰만큼 상명하복의 룰이 지배하는 조직도 드물 것입니다. 검찰은 조직 전체를 동일체로 보고 서로를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후배가 총수가 되면 선배들은 줄줄이 옷을 벗어야 하는 기묘한 조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직구성원을 스스로 단죄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상급자의 불법행위를 하급자가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삼성의 비자금과 불법로비에 대한 폭로사건은 그래서 검찰이 스스로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이번에 검찰이 처한 곤혹스러운 상황을 바라보며 우리사회의 잘 서열화된 문화에 대하여 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검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반 기업의 조직도 모두가 피라미드식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평적인 소통은 어렵습니다. 상급자의 잘못에 하급자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실상 옹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검찰의 문제로 돌아가서 생각해 봅니다. 만일 검찰이 동일체 운운하지 않고, 수직적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떨까요? 검찰총장이 기수로는 한참 후배라 하더라도 선배가 평검사로 근무할 수 있는 조직을 상상해 봅니다.

 

총장의 임기가 끝나면 역시 평검사로 다시 돌아가서 평생을 소명감으로 근무하는 겁니다. 각급의 검사장이나 부장검사도 역시 마찬가지로 지휘하는 자리에서는 선후배를 막론하고 지휘하고, 임기가 끝나면 평검사로 돌아가는거죠.

 

이러한 일을 법원까지 확대하면 어떨까요? 대법원장이나 대법관도 같은 방식으로 하고, 법원장급과 부장판사들도 다 같이 그렇게 하는 겁니다. 물론 범죄를 저질러서 문제가 된 경우가 아니라면 정년은 확실히 보장하는 겁니다.

 

물론 판사와 검사는 퇴임하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일에 어느 정도의 장벽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판검사가 자신의 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평생직업으로 생각하면 지금과는 다른 태도로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겁니다. 언제라도 때려치우고 개업하면 돈 많이 벌 수 있는 경우와는 그 직을 수행하는 태도부터 다를 것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그 직을 버려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그리 최선을 다할 수는 없습니다. 적당히 하다가 수틀리면 집어치우면 그만이죠. 사실 무엇을 하거나 다른 대안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다면 최선을 다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전국의 모든 검사들이 한줄로 죽 늘어선 엄중한 서열화 속에서 상급자를 단죄할 수 있는 검사가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검찰이 삼성을 수사하고 단죄하리라 기대할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검찰이 감찰을 하겠다고 발표를 하건, 수사팀을 구성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건 믿을 수는 없습니다.

 

근원적으로 우리사회의 여러문제가 쓸 데없는 권위주의나 서열화된 조직, 그리고 그러한 방식에 익숙한 사고체계로 인하여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나이가 좀 들어서 제법 경륜이 쌓인 사람이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이 어렵습니다. 스스로 말단으로 취업하려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만, 본인이 원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기죠.

 

검찰의 총수가 아무리 잘못해도 검찰이 스스로 단죄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러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이 스스로 유력 지휘계통에 자리한 사람들을 어떻게 수사하겠습니까? 당장은 특검하고, 길게는 고위 공직자 비위 수사처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군요.

 

권위주의와 그로 인하여 파생된 문제들은 제법 그 대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많은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고 있습니다. 좀 한줄로 서열화하는 버릇 좀 버리면 좋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삼성특검법, #검찰조직, #권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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