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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3일 낮 12시 55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1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을 위한 대선후보 3자 연석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1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을 위한 대선후보 3자 연석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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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더뎠지만 결과는 신속했다.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문국현(창조한국당), 권영길(민주노동당) 후보는 1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법 도입을 위한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갖고 이번 정국국회 내 삼성 비자금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각 당 대변인이 밝힌 세 후보의 합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을 도입한다
- 오는 23일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한다.
- 회기 내에 처리를 위해 내일 중으로 특검 법안을 발의한다.
- 이를 위해 곧바로 원내대표 회담을 개최한다.


이로써 삼성 비자금 사건은 대선 정국의 핫이슈로 불거질 전망이다. 올 정기국회는 12월 대통령 선거로 인해 이달 23일 조기 종료됨에 따라, 앞으로 열흘 내 특검법은 신속 처리되어야 한다. 세 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150석. 과반 의석을 넘기는 숫자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이 반대한다 해도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통해 반드시 회기 내 통과되어야 한다"며 정동영 후보쪽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떡값 검사에 한정된 것이라면 반대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브리핑을 통해 "삼성 비자금 특검하려면 비자금 조성부터 사용처까지 전반에 걸친 특검이 필요하다"며 "특히 비자금 조성시기와 관련, 상당 부분이 지난 대선과 관련돼 있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 축하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검 대상에는 2002년 대선 자금에 대한 재수사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후보는 이번에 발의할 특검법의 대상에 대해 장유식 대변인(창조한국당)은 "이번 김용철 변호사를 통해 제기된 삼성 비자금 조성과 함께 이른바 '떡값' 문제(뇌물 공여 의혹), 삼성에버랜드 재수사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고 밝혔다.

권영길 "오늘 회동 '단일화 시동' 아니다"

이날 회동은 당초 약속된 시간보다 20분여 늦게 시작됐다. 앞서의 일정 때문이라며 문국현, 정동영, 권영길 후보 순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당내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자 회동에 전격 합의한 권영길 후보는 역시 '단일화 시동 아니냐'는 시선을 거둬내는데서 말문을 열었다.

"오늘 대선주자 3인이 모인 것은 삼성비리 척결을 위한 특검도입이라는 단일 의제를 놓고 모인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포괄적 반부패를 다루는 것도 아니고, 또 일부 단일화로 규정하는 시선도 맞지 않음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

권 후보측은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원 포인트 연대'임을 강조했다.

단일화 시선이 부담스러운 건 문국현 후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 후보는 정동영 후보측과 정책과 비전을 통한 폭넓은 연대 방안에 대해 여지를 두고 있는 터라 '반부패 전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년 전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 해결하지 못해 권력층의 총체적 비리, 부패로 드러났다. 다만 기업과 총수를 구분해야 한다. 이건희 총수와 가신들의 개인 비리에 의해 기업이 오명을 뒤집어쓰는 구조를 없어야 한다."

아울러 문 후보는 "정치, 행정, 경제를 총책임지는 상징적 인물로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구시대의 막내'로써 부패청산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덧붙였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1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을 위한 대선후보 3자 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1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을 위한 대선후보 3자 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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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는 "오늘 자리를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마지막 남은 성역으로서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과 검찰 등 권력기관의 옳지 못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고 오늘 회동은 투명사회를 위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영, 문국현 후보가 '부패' 문제를 거론하자 권영길 후보는 다시 "포괄적인 반부패 문제를 다루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일화를 논의하는 성격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잔뜩 경계했다.

이에 정 후보는 "너무 걱정마시라(웃음)"며 모임의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삼성 비자금 사건이 바다 위의 섬은 아니"라고 전제한 뒤 "반부패 비리로 연결되어 있고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차떼기로 불리는 대선자금 문제와 불가피하게 연결되어 있는만큼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해, 반한나라당 전선을 겨냥했다.

바로 회의는 대변인이 배석한 비공개 회의로 들어갔고 30분여 만에 결론을 도출했다. 회의장을 빠져마온 후보들은 밝은 표정이었다. 문국현 후보는 "성공적인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의 대변인은 "역사가 이뤄졌다"고 일성을 내뱉었다.

각당의 반응들... "역사가 이뤄졌다"-"삼성의 세별이 떴다"

세 후보는 '삼성 특검법 정기국회 내 처리' 합의 외에 이후 만남에 대해선 기약하지 않았다.

당초 정동영 후보는 삼성 특검법 외에 국가청렴위원회에 조사권을 부여하거나 내부 고발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의 문제,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의 문제를 합의사항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으나 두 후보가 이견을 보여 무산됐다. 권 후보는 "이것은 당초의 의제와 벗어나 있다고 합의할 수 없다"고 말했고 문 후보도 같은 입장이었지만 "추후에 다시 논의하자"고 말해 약간의 여지를 남겼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인해 대선 구도가 보수진영으로 압도되면서 범진보개혁진영의 위식의식이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의 3자 회동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된 만큼 이후 후보 단일화나 정책연대 등을 통해 대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동영 캠프의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은 "삼성, 세별이 떴다"라고 말해, 이날 3자 회동에 대해 잔뜩 의미를 부여했다.


태그:#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삼성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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