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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단련의 2007년 자민당 정책평가서.
 일본 경단련의 2007년 자민당 정책평가서.
ⓒ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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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집권 자민당은 정치적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 중의 한 가지는 자민당이 시대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조기에 퇴임하고 후쿠다 야스오 현 총리가 특히 대테러특조법 등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별다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자민당 정권의 시대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1월 12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한국의 전경련에 상당)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발표한 ‘2007년 양당 정책평가서’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야박한’ 점수를 준 데 비해 자민당에 대해서는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어 눈길을 끌었다.

이 평가서가 회원 기업들의 정치자금 기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자민당에 대한 경단련의 후한 평가는 회원 기원들의 정치자금이 자민당 쪽으로 몰리게 하는 요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2003년부터 해마다 한 번씩 ‘전년도 10월부터 해당 연도 10월말까지의 10대 정당정책’을 대상으로 하는 이 평가서에서, 자민당은 전년도에 비해 4개 항목의 성적이 오른 데 비해 민주당은 최근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6개 항목에서 성적이 떨어졌다.

전년도 대비 성적 외에, 양당의 성적을 곧바로 비교해 보아도 자민당이 매우 후한 평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10개 항목의 정책 합치도(경단련 정책과의 합치 여부) 평가에서 민주당이 B가 4개, C가 5개, D가 1개인 데 비해, 자민당은 A가 7개, B가 3개다. 경단련의 입장에서는 민주당보다는 자민당의 정책이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0개 항목의 정책 집중도(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 여부) 평가에서는 민주당이 B가 2개, C가 5개, D가 3개인 데 비해, 자민당은 A가 2개, B가 7개, C가 1개다. 민주당보다는 자민당이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정책을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정책 합치도를 평가하는 항목에서는 자민당이 A를 7개나 받은 데 비해, 정책 집중도를 평가하는 항목에서는 A를 2개밖에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단련이 보기에, 자민당이 자신들과 코드가 맞기는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단련은 총평에서 자민당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사진 자료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경단련은 총평 첫머리에서 “자민당의 정책은 우선정책사항의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일본 중·참 양원에서 민주당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평가는 최근의 분위기와 상당히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경단련 지도부가 회원 기업들의 정치자금을 자민당 쪽으로 몰리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만든 평가서라고도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평가서를 보면, 경단련이 국제사회의 최근 분위기와 코드를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점은 ‘신헌법 제정을 위한 환경의 정비 및 전략적 외교·안전보장의 추진’이라는 10번째 평가항목에서 잘 드러난다. 이 항목에서 자민당은 정책 합치도 A, 정책 집중도 B를 받고, 민주당은 정책 합치도 C, 정책 집중도 D를 받았다.

이 항목에서 민주당이 낮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신헌법 제정을 위한 구체적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안에 대해 반대했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대테러특조법 연장에 반대함으로써 인도양 미군에 대한 급유지원을 중단시켰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자민당이 높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적시되었다. 국민투표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점, 자위대법의 일부 개정을 관철시킨 점, 대테러특조법의 실효에 맞서 대체법안을 제출한 점, 한·중 양국과의 정상회담을 실현한 점이다.

경단련 평가서에서는 특히 대테러특조법 문제와 관련하여 “테러특조법의 실효를 맞이하여 (자민당이) 2007년 임시국회에서 새로운 급유 법안을 제출했지만, 해상급유활동은 부득이하게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며 자민당의 입장을 변호하기까지 했다.

위와 같은 양당 평가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본 재계의 리더인 경단련은 일본의 신헌법 제정, 자위대의 강화, 인도양 미군 지원 등의 분야에서 국제사회와 코드를 맞추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 내 여론과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있다.

재계는 일정 정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실 사회의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생명으로 하는 기업인들이 이처럼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동떨어진 혹은 일본 내 분위기와 꼭 맞지 않는 현실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자민당이 국내외적으로 계속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때에, 일본 재계의 지도자들이 자민당의 주요 정책 특히 대외정책을 이토록 예찬하는 것은 어딘가 현실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 재계가 국제사회나 일본 내 여론의 영향을 받아 자신들의 입장을 수정하게 될지, 아니면 일본 재계가 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켜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경단련, #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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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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