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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물도,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지리산 피아골에서.  
▲ 산도, 물도,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지리산 피아골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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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에서 살고 있는 절친한 대학 친구가 오랜만에 마산에 놀러 왔다. 내 삶에서 결코 빼 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친구,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내 마음 한 자락에 화려한 장밋빛 추억처럼, 때로는 쓸쓸한 갈색 가을처럼 머물러 있는 친구이다.

지난 10일 나는 친구 현경이, 가까이 지내는 콩이 엄마와 함께 지리산 피아골로 단풍놀이를 갔다. 우리는 오전 9시 30분에 마산을 출발해서 피아골 입구에 자리한 연곡사(鷰谷寺,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를 지나 직전마을에서 11시 20분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산도, 물도,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피아골. 옛날 이 일대에 피밭(稷田)이 많아서 '피밭골'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이것이 피아골로 변했다고 한다. 정유재란, 한말(韓末) 격동기, 한국 전쟁 등 우리 역사의 슬픔이 아직도 뼈아프게 서려 있는 듯한 피아골에는 오색 단풍이 불타고 있었다.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緣起祖師)에 의해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연곡사로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나는 이미 핏빛 단풍의 아름다운 자태에 환호성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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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아픔이 서려 있는 피아골에서도 오색 단풍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 우리 역사의 아픔이 서려 있는 피아골에서도 오색 단풍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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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현경이는 요즘 들어 부쩍 건강이 좋지 않아 걷는 모습이 씩씩하지가 않았다. 몸이 많이 약해져서 그런지 마음을 느긋이 가지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불타오르는 피아골 단풍을 바라보며 점점 환해져 오는 친구 얼굴을 대하니 나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색의 축제를 화려하게 벌이고 있는 듯한 피아골. 온통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면서 내가 왜 시집갈 때 입은 색동저고리를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그 색동저고리를 곱게 개어 한동안 옷장에 잘 간직했다가 어느날 무슨 심술인지 그냥 헌 옷 수거함에 내다 버린 일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피아골 대피소에서.  
▲ 피아골 대피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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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현경이는 1시간 정도 산행을 한 뒤 연곡사로 내려가서 우리를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콩이 엄마와 같이 계속 걸어가면서 단풍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가을 지리산의 백미인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고서는 단풍을 봤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내 마음도 황홀하게 물들어 갔다.

우리가 피아골 대피소에 이른 시간이 오후 2시 10분께. 벌써 도착한 몇몇 등산객들이 뜨끈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 구수한 냄새를 맡자 나는 갑자기 허기를 느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을 친구 생각에 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던 연곡사의 가을 속으로

구례 연곡사.  
▲ 구례 연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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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에 친구의 전화를 두 번이나 받았다. 그러나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오후 3시 50분께나 되어서야 연곡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단풍이 물든 연곡사는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다. 소소리바람 불던 올 봄에 찾아갔을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정유재란 때 불탄 기록이 남아 있는 연곡사는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킨 고광순 의병장이 그곳을 본영으로 삼고 일본군과 싸웠던 1907년에도 불타 버렸다 한다. 그 후 한국전쟁 때 다시 폐사가 되어 대적광전을 비롯하여 절의 역사(役事) 대부분이 최근에 이루어졌다.

연곡사 동부도(국보 제53호).  
▲ 연곡사 동부도(국보 제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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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적광전을 둘러보고 곧장 동부도와 동부도비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도 가을이 곱게 내려앉았다. 화순 쌍봉사(전남 화순군 이양면 증리)의 철감선사탑(국보 제57호)에 못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연곡사 동부도(東浮屠, 국보 제53호). 통일신라 후기를 대표할 만한 걸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어느 스님의 부도인지 모른다.

동부도 앞쪽에 있는 동부도비(東浮屠碑, 보물 제153호)는 몸돌은 없고 받침돌과 머릿돌만이 남아 있다. 받침돌 등 부분에는 새 날개 모양의 무늬가 조각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게다가 등뼈까지 선명하게 표현해 놓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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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현경이와 콩이 엄마가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 친구 현경이와 콩이 엄마가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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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참선하는 건물 옆쪽으로 은행나무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은행 구린내가 솔솔 풍겼다. 그래도 노란 은행잎들이 소복이 쌓여 있는 낭만적 풍경이 유혹을 했다. 우리는 금세 구린내도 잊어버린 채 사진을 찍으며 샛노란 가을을 맘껏 즐겼다.

친구는 예쁜 단풍잎들을 주워 내게 보여 주었다. 나이를 먹어도 단풍잎을 하나하나 줍는 소박한 마음을 지닌 내 친구가 참으로 좋다. 우리는 연곡사 입구에 있는 산방다원에 들어가 담백한 야생 녹차를 마시고 나서 마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리산 연곡사 앞에서.  
▲ 지리산 연곡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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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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