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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가장 손해를 본 사람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이고, 가장 이익을 본 사람은 삼성 회장 이건희씨다. 지난 월요일까지만 해도 언론은 그래도 삼성 비자금과 이건희씨 보도를 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온통 이회창씨와 이명박, 이재오, 박근혜 이름뿐이다. 삼성 비자금과 이건희, 김용철, 사제단은 사라져버렸다. 언론이 알아서 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삼성과 이건희씨로서는 속으로 얼마나 좋겠는가?

사실 권력은 5년이다. 헌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권력은 5년짜리다. 하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은 육신의 장막을 땅에 묻는 순간까지 권력으로 존재할 것이다.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 권력은 견제 장치가 없다. 삼권분립이 좋은 점은 대통령이 국가와 시민을 위해하거나 민주주의에 반한 행동을 하면 탄핵을 통하여 권력을 내 놓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 권력은 견제가 없기에 그가 삼성에 직접, 간접적인 손해를 입혀도 어느 누구 하나 탄핵하지 못한다. 이것이 무섭다.

삼성비자금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떡값 제공정말 김용철 변호사 말처럼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대통령과 같은 견제 장치가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다. 언론은 여기에 관심이 없다. 떡값 받은 검사가 누구인지, 김변호사의 정신건강, 가족관계, 삼성에서 받은 돈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삼성과 이건희 회장 관계에서 벌어졌던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회창씨 정계복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삼성비자금 사건이다. 이회창씨 정계복귀가 물론 매우 중요한 뉴스거리다. 가장 재미 없는 대통령 선거가 될 뻔한 이번 대선에 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비자금보다 중요하지 않다. 삼성비자금은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를 정확하게 드러낸 것이며, 경제적 불평등, 경영권승계의 불법성 의혹 등 매우 중요한 사안들이다. 이를 정확하게 밝혀야 할 언론은 삼성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왠지 뒷머리가 아팠는데 이회창씨 출마가 자연스럽게 해결해주었다.

또 다시 나서야 한다. 삼성비자금 의혹과 경영권승계 불법성 의혹, 떡값을 언론이 파헤쳐야 한다. 이회창씨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집중하는 것처럼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다니면서 취재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삼성비자금 의혹의 정확한 실체가 밝혀진다. 사실 규명을 해야 할 의무가 언론에 있다. 삼성이 밝히겠는가?

'창'만 있고 '삼성'비자금은 사라져버린 오늘은 정말 답답한 하루였다. 창은 떨어지면 다시 사라져버린다. 40여일 동안 언론이 관심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삼성은 내년, 10년 후에도, 이재용씨가 경영권을 완전히 승계받으면 20년, 30년 후에도 삼성은 존재한다. 30년 후에도 삼성비자금 의혹 보도를 접하는 불행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도록, 오늘 삼성 비자금은 모든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보도해야 한다.


태그:#삼성비자금,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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