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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관계자들은 6일 오후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최고 경영진을 불법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행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관계자들은 6일 오후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최고 경영진을 불법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행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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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에 삼성장학생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삼성이 1년에 10억씩 고위 검사 40명을 관리했다고 말하면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건 뭔가. 연기 피우기 아닌가."

김경수 대검찰청 홍보기획관의 말이다. 김 기획관은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극단적으로 (불법뇌물을 받은)'검사명단'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명단의 존재 유무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검찰더러 수사하라는 건 억측 아니냐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는 검찰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려면 여러 절차가 따른다고 했다. 일단 주임검사를 정해 사건을 배당해야 하는데, 그 뒤에 '명단'이 나와 수사의 공정성 문제가 야기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수사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 검찰의 신뢰가 떨어질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의 신뢰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섣불리 접근하다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속내도 드러낸 셈이다.

삼성과 검찰의 유착관계를 의심해온 시민단체들로부터 최소한 공정한 수사였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수사 당사자가 '깨끗한 손'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일리 있다. 검찰의 입장은 문자 그대로 맞다.

고발장 접수된 사건도 수사 못해?... 참여연대·민변 "검찰 직무유기"

그러나 참여연대는 검찰의 이 같은 입장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했다.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아 수사에 착수하지 못하겠다는 검찰의 태도가 너무 황당하다는 것이다. 삼성으로부터 불법로비를 받은 검사명단을 제출해야 수사팀을 짜겠다고 하는 건 시민단체에게 검찰이 '수사팀'까지 짜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정식으로 고발장이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직무유기라는 게 참여연대와 민변의 입장이다. 추문과 풍문만 있더라도 수사에 나서던 검찰이 정작 고발장이 접수되니까 핑계거리를 찾아 '못하겠다'고 손 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는 검찰에 묻고 있다. 얼마 전 연세대 총장 부인의 편입학 사건 수사는 어떻게 착수했나. 변양균-신정아 사건도 고발장이 제출돼 수사에 나섰던 것인가.

언론이 의혹제기만 해도 수사에 나서고, 일부 증언에 따라 인지수사를 펴던 검찰이 유독 삼성 관련 사건에 대해서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모습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또 6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제출한 고발장에는 '불법 로비를 받은 검사'에 대해서만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불법 차명계좌와 비자금, 이건희 회장의 지시사항에 담긴 정치인과 언론 등 사회 각계에 대한 불법 로비, 에버랜드 주식 헐값매각 사건 등 삼성비리와 관련된 여러 내용이 담겨 있다.

유독 검찰이 '40인 리스트'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참여연대와 민변의 주장이다.

백승헌 민변 회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스스로 발등을 찧고 있다"고 말하고 웃었다. 그는 "검찰의 태도를 좀 더 지켜보자"고 주문했다.

검찰, 삼성 관련 사건에만 '깨끗한 손' 찾아

삼성 비자금 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9년 2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계획을 놓고 김인주 현 그룹전략실 사장과 의논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 비자금 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9년 2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계획을 놓고 김인주 현 그룹전략실 사장과 의논했었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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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론은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포함해 삼성과 관련된 여러 비리의혹을 폭로했다. 불법 차명계좌만 해도 본인 동의 없이 운용됐다는 점은 금융실명제를 악착같이 지키고 있는 한국에서 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금감원과 우리은행은 물론 수사에 나서야 할 검찰마저도 뜸들이고 있다. 금감원과 우리은행의 합리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 무엇때문에 본인도 확인할 수 없는 비밀계좌가 필요한 것인지 말이다. 이 사건을 둘러싼 금감원과 우리은행의 핑퐁게임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 됐다.

이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등 관계기관에) 시간을 너무 많이 줘서 모든 자료가 폐기됐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의 말 한 마디에 따라 삼성은 다음 단계에 나올 내용을 소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다.

검찰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연관된 BBK 김경준씨 사건을 맡을 특별수사팀을 벌써 꾸렸다. 신속한 대응이다. 수사에 자신감도 피력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과 관련된 사건은 '깨끗한 손'을 찾고 있다.

김 기획관은 "무슨 게임하는 것처럼 이 문제가 진행돼서는 곤란하다"며 "검찰도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건 배당 등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또 한번 '명단'을 공개해달라고 촉구했던 것"이라고 참여연대의 비판을 해명하기도 했다.

이런 입장에도 참여연대는 또 검찰에 묻는다. 그것도 전국의 1500명 검사에게 말이다. 늘 수뇌부에 항의하던 소신 있는 검사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검찰 내부에는 국민 검사는 없고 삼성 장학생만 있는가.

분명 검찰에 대한 비판을 넘은 비난이다. 삼성 장학생이 아닌 검사들은 검찰 수뇌부의 얼굴에 스스로 침 뱉는 일을 방관하지 말라는 것은 비난의 절정이다. 당장 특별수사팀을 꾸려 삼성그룹의 불법행위를 밝히는 게 대한민국 검찰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호소를 검찰은 외면할 텐가.


태그:#삼성 비자금, #김용철 변호사, #삼성 장학생, #김경수 대검찰청 홍보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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