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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거리에는 젊음이 있다. 쇼핑 또는 친구들과 만남 등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이 거리를 찾는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시끄럽지만 신나고, 인파의 홍수가 그리 달갑지 않으면서도 사람구경이 재밌다. 4일의 명동도 그랬다. 하지만 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 건 내일을 준비하는 젊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 곳, 4일날에도 변함이 없었다.
▲ 명동의 거리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 곳, 4일날에도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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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친 마음을 안아드립니다"

명동역 출구 앞, 고등학교 2학년인 차명연씨가 '당신의 지친 마음을 안아드립니다'라 씌여진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머뭇거리다 포옹을 하고 홍조를 띄는 여성, 이를 보며 키득키득 웃는 그녀의 친구들, 피켓든 그의 모습을 사진 찍는 사람들. 분주하다. 이 모든 과정을 한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었다.

서로의 지친 마음을 나누고 싶었어요.
▲ freehug 서로의 지친 마음을 나누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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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친 마음을 안아드립니다.
▲ freehug 당신의 지친 마음을 안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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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가 많이 힘들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입시경쟁으로 힘들고, 형이나 누나들은 취업 때문에 힘들고, 어른들은 돈 걱정으로 힘들잖아요. 그래서 상처도 받고요. 서로가 지치고 힘들지만 프리허그(freehug)를 통해 이를 나누고 싶어요."

'촬영감독' 권주남씨(효명고등학교 2학년)의 말이다. 그는 "'지친 마음을 안다'라는 주제로 학교 영상제에 내기 위해 촬영하고 있다"며 "입상도 좋겠지만 프리허그(freehug)를 그린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이 따스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리허그(freehug) 운동은 'free-hugs.com'의 설립자인 헌터씨(Jason G. Hunter)가 어머니의 사랑과 소망의 정신에서 영감을 받아 2001년에 최초로 시작했고, 유투브를 통해 세계적으로 급속히 전파되었다.

권씨는 <세상이 천사를 죽였다>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동아방송대학 영상제에 내기도 했다고 한다. "점점 세상이 삭막해지다보니 도움을 주는 사람이 오히려 해를 당할 경우가 점차 많아지잖아요. 때문에 사람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본성 역시 악화되는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었어요"라 말하는 그다. 18세 권주남씨, 그는 영화감독이나 영상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려낼 영상, 그 속에 담길 인간적 의문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발칙한 반란, '테테테테텔 미~나에게 말해봐!'

인기가요 <텔 미>에 맞춰 춤을 선보이고 있는 김재근씨.
▲ 테테테테텔미~ 인기가요 <텔 미>에 맞춰 춤을 선보이고 있는 김재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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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댄스그룹 유행가인 '텔 미'를 바탕으로 한 무리의 학생이 춤을 선보인다. 백댄서(?)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청년실업, 면접만 벌써 100번째', '교육비 납입내역, OTL', '교통비의 압박, 대학생들에게 돈이 어딨니?'라 적힌 피켓들을 들고 춤을 추고 있는 그들, '대학희망'이라는 사회체험대학생 연합동아리다.

등록금인하! 취업문제! T머니 대학생 할인!
▲ 대학생들의 요구는? 등록금인하! 취업문제! T머니 대학생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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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미'에 맞춰 춤을 선보인 건국대 철학과 김재근씨(06학번)와 대화를 나눠봤다.

- 대학희망은 무엇을 하는 동아리인가?
"대학희망은 대학내 동아리문화의 침체를 극복하고 좀더 활기있는 대학문화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체험 동아리다. 현재 100여 명이 활동 중이며 연세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총 7개 대학에 있다."

-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T머니 가격인하 등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하게 된 이유는?
"5·31지방선거 때부터 만 19세에게 첫 선거권이 주어졌고, 그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3주 동안 한 적이 있다. 더 많은 대학생들이 정치참여를 위한 목적이었다. 그것이 작년 우리가 벌인 'Power 19'운동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오늘 이 퍼포먼스를 한 이유는 대학생들이 처한 어려움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 '대학희망'이 뽑은 대학생의 어려움 1, 2, 3위가 등록금인하, 청년실업, T머니 가격인하인가?
"그렇다. '대학희망' 소속 각 대학의 학생들이 설문지를 들고 발품을 팔아 조사했다. 대학생  8000여 명에게 설문지를 돌려 도출한 결과다."

- '88만원 세대'는 오늘날 20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개인적으로 '88만원 세대'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신자유주의 물결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대학문화와 대학생 역시 신자유주의 물결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학문화는 학문적 토론은 없고 취업준비가 대부분이다. 소수의 몇 명만이 정규직으로, 나머지 다수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김재근씨는 "'대학희망'에서 11월 말에 각 선거본부 교육정책 담당자들과 함께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라 말했다. 그는 또 "11월 9일에 젊은이들의 '발칙한 콘서트'를 연다"며 "2007년 대학생들의 발칙한 반란에 함께 하자"고 말했다. 그가 말한 '발칙한 반란'이 88만원 세대의 앞날에 미칠 영향을 기대해본다.

선거는 결혼이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갖춰 입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결혼과 명동 거리?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까. 길을 가던 사람들은 잠시나마 길을 멈추고 이들을 바라본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젊은이들은 외친다. "참여하는 유권자가 되어 선거에 함께 해주세요."

선거는 결혼이다.
▲ 명동거리에서의 결혼식? 선거는 결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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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퍼포먼스요? 대통령 선거가 배우자 선택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뜻이에요.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선거에서 보면, 국민보다는 정치인만 있잖아요. 선거가 국민중심으로 치러져야 하는데, 정치인 중심으로 치러지는 게 문제죠."

웨딩퍼포먼스를 선보인 선진문화 선거캠페인 리더 위키(WEKI)의 김근복씨(23·연세대 국제관계학과)의 말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 전까지 선거를 유권자 중심의 행사로 바꿔가기 위한 이런 퍼포먼스를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 덧붙였다. 위키(WEKI) 운영국은 홈페이지(impactkorea.kr)에 "'선거'문화가 '축제'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선거문화 선진화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재미있는 선거가 시작됩니다. 이젠 당당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십시오"라며 위키(WEKI)가 말하는 '재미있는 유권자 7계명', 그들의 웨딩퍼포먼스와 제법 잘 어울린다.


느끼고 배우라, 아이의 호기심어린 눈망울처럼

세상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라 했던가. 4일에 찾은 명동의 거리에서 본 그들의 열정에 가슴 모를 벅차오름을 느꼈던 건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알프레드 디 수자는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내일을 준비하는 이들의 젊음에 깊은 찬사를 보내며 나는 여기에 이렇게 덧붙여 본다.

“느끼고 배우라, 아이의 호기심어린 눈망울처럼.”


태그:#명동, #선거, #프리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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