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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와 관련해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재벌 해체와 이건희 회장 구속을 촉구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와 관련해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재벌 해체와 이건희 회장 구속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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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자부해온 삼성. 그러나, 그런 자부심에 코웃음치는 사람도 많았다.

지난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에 의해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른바 '삼성 비자금'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4일 오후 2시 10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 재벌왕국 해체하고 이건희 일가 구속수사 하라'는 플래카드가 내 걸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류 기업 삼성'은 '일류 로비기업 삼성'으로 평가절하 됐고, 삼성의 오너 이건희 회장은 '대한민국 공공의 적 1호'로 규정됐다.

뿐만 아니다. 삼성은 범죄를 은닉하며, 위증을 교사했고, 시시때때로 고위층에 떡값을 제공해온 파렴치한 타도 대상으로 격하됐다. 민주노동당 간부와 당원들은 한 목소리로 "서민 울리는 공공의 적 삼성공화국 해체하라"고 외쳤다.

이날 회견엔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통령 후보와 문성현 대표,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이 모두 참석했다. 그야말로 '당이 총출동'한 셈이다. 이번 삼성 비자금 사태를 민주노동당이 얼마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심상정 의원 "삼성에 비굴한 권력기관 보며 실망감"

회견의 사회를 맡은 사람은 박용진 대변인. 그의 소개에 따라 가장 먼저 문성현 대표가 삼성 규탄발언을 시작했다.

"군사독재가 물러간 뒤 그 자리에 삼성과 같은 시장독재, 재벌독재 세력이 등장했다"고 운을 뗀 문 대표는 "참된 민주화의 완성을 위해선 전 국민이 나서 재벌독재를 퇴거시켜야 한다. 바로 이 투쟁을 위해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고, 오늘날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선거대책위원장. 심 선대위원장은 "삼성의 성공이 국민의 성공이라는 착각 속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이건희 일가의 성공일 뿐"이라는 것.

심 선대위원장은 또 "삼성에 비굴한 권력기관을 보며 한없는 실망감을 느꼈다"며 "삼성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올 힘은 오직 국민만이 지니고 있다"고 비자금 수사에 미온적인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와 관련해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재벌 해체와 이건희 회장 구속을 촉구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와 관련해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재벌 해체와 이건희 회장 구속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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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노동당에서 발족한 '삼성비자금사태 대책특별본부' 본부장을 맡은 노회찬 의원이 삼성을 향해 내민 비판의 칼날은 더 날카로웠다.

"풍문으로 나돌던 삼성 비자금의 추악한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일갈한 노 본부장은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것은 살인자가 '나는 사람을 죽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그 살인자에게 '시체를 가져오면 수사하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똑 같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덧붙여 정치권에 대한 쓴 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왜 삼성 비자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것인가?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성난 목소리였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다수 언론에 대한 비판은 박용진 대변인 몫이었다.

사회자인 박 대변인은 "오늘 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많은 언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이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제의했고, 회견에 참석한 100여명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사진을 찍고, 회견 내용을 메모하는 기자들을 향해 박수를 쳤다. 부끄러운 진풍경이었다.

권영길 후보 국민과 정치권 향해 4가지 제안... 대답 없는 삼성

마지막으로 발언권을 얻은 권영길 후보는 "삼성 이건희 왕국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난 오늘의 사태"를 해결할 4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삼성왕국 해체와 이건희 부자 처벌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구성 ▲11월 민중대회에서 '삼성비자금사건 전면수사, 이건희 처벌'을 전면에 내세울 것 ▲삼성 비자금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국회차원의 공식 대응 ▲각당 대선주자들의 연석회의 구성 등이 바로 그것.

회견을 마친 권영길 후보와 민주노동당 당직자·당원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새삼 다지는 뜻에서 삼성본관을 향해 함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콘크리트로 만든 수십 층 높이의 웅장한 삼성본관의 창문 하나 열리지 않았다. 출입문 역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이는 엄청난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음에도 설득력 있는 해명 하나 내놓고 있지 않는 삼성의 태도와 닮아 있었다.


태그:#삼성, #권영길,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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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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