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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지 6일째다. 하지만 언론은 단신만 보도할 뿐 집중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신문>이 그래도 집중 보도를 하고 있다. 방송은 <MBC>가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일등신문은 어디 갔을까? 언론자유를 외치던 기자들은 어디 갔을까? 정부가 기자실 없앤다고 난리를 치던 기자들은 어디 갔을까? 언론탄압한다고 주구장창 외치던 국회의원들은 어디 갔을까? 대통령이 말 한마디 격하게 하면 연일 비판기사를 내놓던 언론 칼럼니스트들은 어디 갔을까? 정부비리와 대통령 발언만 나오면 메인에 걸어주던 우리 '포털'님들은 어디 갔을까?

 

신정아, 변양균에게 하이애나처럼 낱낱이 파헤치던 기자정신은 어디 갔을까? 누드까지 찾아내 보도하던 언론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거짓말 하지 말라. '자본은 노트북 자판보다 강하다'이다. 자본에 굴복한 기자들, 어디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이 폭로한 이번 삼성비자금은 어쩌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삼성 70년사에 숱한 비리로 얼룩졌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나라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지만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승계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온갖 의혹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X-파일, 대선자금 등등 얼마나 많은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스스로 삼성제국의 어둠에 침묵했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언론은 빛이 되기를 포기하고, 어둠 속에 같이 갇혀 스스로 삼성만 연관되면 어둠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니 삼성제국은 더욱 더 흑암의 제국이 되고 말았다. 이 때 한 줄기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이다.

 

왜 김용철 변호사가 언론이 아니라 사제단을 찾았겠는가? 언론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제단은 독재정권에 폭압으로 이 땅의 인문을 압제할 때 공의가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게 하였다. 1987년 6월 민중항쟁이 불붙은 것은 사제단에서 시작되었다.  

 

삼성은 결코 부정한 기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기업이 아니다. 삼성은 더욱 발전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건희 일가를 위한 삼성은 결코 되면 안 된다. 이를 막는 일은 사실 김용철, 사제단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언론이 할 일이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신문도 삼성에게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언론은 비겁하지는 않았다. 어둠에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 언론이 이들 언론만큼만 삼성비자금, 애버랜드 전환사채, X-파일에 관심을 가졌다면 삼성제국이라는 오명을 삼성이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 언론을 빼면 우리 언론은 비겁하며, 삼성제국의 장학생이라는 오명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획득한 굴욕이다.

 

다음 주 초, 사제단은 삼성비자금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폭로한다. 이제 삼성제국 어둠을 걷어 내야 할 때다. 삼성이 살고, 이건희 일가 살고, 우리 언론이 사는 길을 가야 한다. 제발 우리 언론이여, 오마이, 한겨레, 경향만큼만 집중 보도하라. 포털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언론은 굴욕을 벗고. '노트북 자판은 자본보다 강하다'는 위대한 명언을 듣게 되리라.


태그:#삼성비자금,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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