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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김병기 이주빈 박상규 기자

3일 오후 5시 10분 경 광주시청 앞 광장에 도착한 한나라당 자전거 탐방단원들이 "힘!"을 외치고 있다.
 3일 오후 5시 10분 경 광주시청 앞 광장에 도착한 한나라당 자전거 탐방단원들이 "힘!"을 외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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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3일 저녁 7시 30분]

'창'에 밀린 운하... 아쉽지만 전화 인터뷰

역시 자전거 탐방단에는 이재오 의원이 있어야 '제 맛'입니다. 이 의원이 빠지니 영산강 풍경이 아무리 좋아도, 뭔가 밋밋한 느낌입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 때문에 한나라당이 요즘 많이 바쁜가 봅니다. 최고위원직에 있는 이 의원은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쉬웠습니다. 대신 영산강이 흐르는 강변에서 이 의원과 짧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운하 대신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문제,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의원을 겨냥해 "오만함의 극치"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아래는 이 의원과 전화로 나눈 대화입니다.

한나라당 한반도 큰물길 자전거 탐방단원들이 3일 오후 나주평야를 지나 나주대교를 건너고 있다.
 한나라당 한반도 큰물길 자전거 탐방단원들이 3일 오후 나주평야를 지나 나주대교를 건너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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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의원을 향해 "오만함의 극치"라고 말했는데.

"내가 당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다 보니, 조금 흥분했다. 그리고 내 목소리가 조금 크다 보니 (박 전 대표가) 오해를 했던 것 같다. 당혹스럽다. 어쨌든 오만하게 보인 건 모두 내 불찰이다. 앞으로 좀 더 겸손한 자세로 당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


-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도 요구했는데.
"잘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 내가 사퇴하는 일은 없다."

- 이회창 전 총재 출마 문제로 시끄러운데, 한나라당은 어떻게 보고 있나.
"출마할 걸로 보고 있다. 출마를 해도 끝까지 화합하는 길을 찾아봐야 한다."


- 이 전 총재 출마를 어떻게 보나.
"이 전 총재가 출마를 하려면 한나라당을 탈당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이 전 총재가 진정으로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해주길 바란다.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 이명박 후보를 위해 이 전 총재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 전 총재의 지난 대선 자금 문제를 제기했는데, 당 차원에서 협의했던 것인가.
"이 사무총장 본인이 결정해서 스스로 한 행동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당이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이 사무총장은 당 선대본부장도 맡고 있다. 선대본부장으로서의 결정이었던 것 같다."


끝으로 이 의원은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내려가지 못할 것 같다"며 "많은 네티즌들에게 죄송하고, 끝까지 경부·호남운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습니다.

이재오 의원 없어서 취재 마칩니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오늘 내내 고민을 하고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눴습니다. 과연 내일(4일)까지 계속 탐방단과 함께 자전거를 타야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뉴스 메이커' 이재오 의원이 없다면, 동행 취재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희도 거기에 동의하며, 오늘로 취재를 마치려 합니다.

윤건영 의원을 비롯한 30여 명의 자전거 탐방단은 오후 5시 10분 광주광역시 시청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는 원희룡 의원과 박승환 대운하추진본부장 등이 나와 이들을 맞이했습니다. 자전거 탐방단은 광주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차로 군산까지 이동합니다. 그리고 4일은 금강을 탐방합니다.

운하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은 다르지만, 이들이 무사히 탐방을 마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건강하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3일 새벽 6시 10분 목포를 출발한 한나라당 '큰물길 자전거 탐방단'이 영산강 줄기를 끼고 자전거 투어를 하고 있다.
 3일 새벽 6시 10분 목포를 출발한 한나라당 '큰물길 자전거 탐방단'이 영산강 줄기를 끼고 자전거 투어를 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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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3일 낮 12시 35분]

자전거탐방단에 이재오 의원이 없다? 동행해야 하나

"이재오 의원님은 급하게 서울로 돌아가셨습니다."

3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습니다. 이재오 의원실의 이두호 비서였습니다. 이 비서는 "이명박 후보가 급하게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를 소집해 이 의원은 어젯밤 목포로 내려오는 길에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자전거 탐방단에 이재오 의원이 없다? 저희는 힘이 빠졌습니다. 그리고 '이재오 의원도 없는데, 우리가 이번 행사에 굳이 동행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자전거 탐방단의 출발 시각은 새벽 6시.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어쨌든 함께 출발하고, 달리면서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억새에 갈대에 물안개까지... 춥지만 아름답다

호남운하 자전거 탐방단은 영산호 하구언 기념탑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이재오 의원 대신 윤건영 의원이 탐방단장을 맡았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 추석 경부운하 탐방단에도 참여했습니다. 윤 의원은 "갑자기 단장을 맡았는데, 모두 몸 건강하게 완주하자"고 했습니다.

사실 지난 추석 연휴 때 이재오 의원 쪽은 저희 <오마이뉴스> 취재팀의 동행을 거부했었습니다. 당시 4박5일 동안 함께 고생한 결과 '동지애'가 생긴 것일까요? 이번에는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30여 명의 자전거 탐방단은 저희들을 보자마자 반갑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대부분 지난 경부운하 탐방 때 참가했던 얼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이재오 의원은 없지만, 끝까지 함께 달리자"고 했습니다.

단장을 맡은 윤 의원은 "우리 한나라당이 <오마이뉴스>에 광고도 좀 줘야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평소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는다는 윤 의원은 이번 탐방을 위해 30여 만원을 주고 새 자전거를 구입했습니다.

자전거 탐방단원들이 전남 몽탄 우비나루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전거 탐방단원들이 전남 몽탄 우비나루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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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하구언에는 조금씩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날은 몹시 차가웠습니다. 사실 자전거를 타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손이 시렸고, 콧물이 흘렀으며, 얼굴은 얼얼했습니다.

그러나 영산강 하류 쪽의 풍경은 정말 압권입니다. 억새와 갈대가 강변에 일렁였고, 강에서는 물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습니다. 탐방단의 선주성 대장은 "오랫동안 자전거를 탔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풍광은 처음이다"고 했습니다.

이재오 의원 쪽은 호남운하 탐방에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직접 배를 타보는 것은 물론, 영산강 물과 바닥의 퇴적물까지 채취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영산강의 오염 정도를 측정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잠수부까지 동행을 했습니다.

저희 <오마이뉴스> 팀도 이들과 함께 배를 타고 영산강 위를 달렸습니다. 무안과 나주 경계에 있는 몽탄교에서부터 동강교까지 약 6㎞까지 말입니다.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은 좋았지만, 몹시 추웠습니다.

새벽 6시부터 낮 12시까지. 벌써 6시간을 달렸습니다. 사실 이재오 의원과 <오마이뉴스>는 이번 자전거 탐방에서 생중계 토론과 인터뷰를 하자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의원이 빠져 많이 아쉽습니다. 내일까지 계속 달려야 하는 지 고민입니다. 네티즌 여러분 어떻게 할까요?

영산강뱃길살리기협의회 관계자가 영산강 사포나루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영산강뱃길살리기협의회 관계자가 영산강 사포나루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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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2일 오후 5시 45분]

또다시 이재오 의원 추격전을 벌입니다

"이재오 의원, 너무 띄우는 것 아냐?"

지난 9월 21일부터 닷새간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 일행이 '한반도 큰물결 자전거 탐방'이란 간판을 내걸고 한강과 낙동강 일대를 돌아다니는 행사를 동행취재할 때 들려온 주변의 평이었습니다. 물론 "고생했다"는 위로의 말도 많았습니다. 칭찬 반 우려 반 정도.

하지만 이 최고위원이 3-4일 이틀동안 '호남운하'와 '금강운하'를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2차 홍보 투어를 또다시 동행 취재하겠다고 나서자, 출발 전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들려옵니다.

"유령운하로 표 얻겠다는데…."
"또 띄워주려고?"
"경부운하도 그렇지만, 호남운하는 더더욱 실체도 없는 데, '유령 운하'로 표 얻겠다는 데 들러리 서려고?"
"이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은 사실상 끝난 것 아닌가? 여론도 이미 돌아섰는 데, 조명할 게 뭐가 있다고 가냐?"
   

그래서 더욱 발길이 무겁습니다. 사실 주변의 이런 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9월 22일,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낙동강 하구 을숙도 공원에서 경부운하길 자전거 탐사 출발에 앞서 지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9월 22일,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낙동강 하구 을숙도 공원에서 경부운하길 자전거 탐사 출발에 앞서 지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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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D-47일. 아직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 경부운하는 핵심 구간인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 지점을 어떻게 공사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경부운하라는 이름도 개명해야 한다는 말이 이명박 후보측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선후보 공약검증 토론회에서 경부운하를 놓고 한나라당측 인사들과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자, '그러면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다른 공약으로 대체됐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경부운하는 깃발을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재오 최고위원이 자전거를 타고 둘러 볼 호남운하와 금강운하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우선 호남운하의 경우 "영산강을 준설하기만 하면 바로 운하가 된다"는 게 이 후보 측 주장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이 후보가 한 토론회에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경부운하를 만드는 것은 청계천 공사보다 쉬운 일이다."

5㎞의 청계천을 복원하는 일과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553㎞의 운하를 만드는 일, 실제로 이 후보의 말처럼 될까요?

어찌됐든, 이 후보측은 3개의 갑문을 설치해 83㎞의 호남 운하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공사기간은 2년 반~3년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9700억원(최근에는 1조3000억원으로 수정함)을 투여하면 광주에서 목포까지 수심 6m, 폭 200m의 뱃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물길을 2500톤급의 배가 운행하면 광주가 내륙도시가 아니라 항구도시가 되고, 관광자원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호남운하-금강운하의 실체는?

하지만 '경부운하 공사가 청계천 공사보다 쉽다'고 주장하듯 그 근거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공사비 내역에 대해 상세히 밝히지도 못하고 있고, 무슨 근거로 공사기간을 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업 시행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 분석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호남운하는 지난 2000년 전라남도에서 이미 검토했던 사업입니다. 하지만 당시 영산강 뱃길복원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용역 결과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금강운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후보측은 금강하구에서 대전 갑천 합류점까지(126km), 그리고 미호천에서 오송산업단지까지(14km) 2개 노선을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심과 수로 폭은 호남운하와 같게 하고 4개의 보와 갑문을 세워 2500톤급 배가 떠다닐 수 있는 운하를 만들겠다는 게 금강운하 공약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빈약합니다. 제대로 된 공사비 내역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운하와 금강운하를 2박3일에 걸쳐 홍보하겠다는 이 최고위원 일행을 동행취재하겠다고 하니, 주변의 반응이 그토록 냉담했던 것입니다.

사실 지금 고속버스 짐칸에 자전거 두 개를 싣고 목포로 향하는 저와 박상규 기자 스스로도 이번 동행 취재가 일방적인 홍보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여동안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집중취재해 온 '노고'가 이번 동행 취재로 인해 날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내일부터 진행되는 동행 취재 기사를 네티즌 여러분들이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저희가 '홍보 취재'로 기울어지면 채찍을 때려주시고,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준다면 격려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고속버스의 속도는 시속 110㎞입니다. 내일부터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시속 10~20㎞로 우리가 온 길을 거슬러 오를 겁니다. 운하를 통행하는 배의 속도와 비슷합니다. 트럭보다는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실을 수 있겠지만, 운수업계에선 '시간=돈'입니다.

이토록 느린 속도로 '물류 혁명'을 이루겠다는 허황된 공약은 언제쯤 사라질까요?

1차 투어는 '치욕'의 연속... 이번에는?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지난 1차 동행 취재 첫날부터 '치욕'의 연속이었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이 최고위원 일행이 출발했지만, 우리는 자동차 바퀴에 바람 넣는 기구로 힘겹게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다가 20여분 이상을 소비해 버렸다.

이후 뒤쫓아 갔으나, 낙동강 하구둑에서 이 최고위원 일행과 반대방향으로 4km를 달리는 바람에 '미아' 신세가 돼버렸다. 계속 이어진 펑크와 브레이크 고장…. 그리고, 우비 하나 마련치 못해 비를 홀딱 맞으면서 이 최고위원 일행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의 지루한 체력전을 펼쳐야 했다.

어디 이뿐인가. 이 최고위원 일행이 '담합'해 자신의 위치를 숨기는 바람에 문경새재를 넘기 전에 20여km를 더 달려버렸다. 이래저래 체력 소모가 많았다. 게다가 '자전거 경험' 미숙으로 사타구니 보호대를 제대로 장만하지 못해 힘겨운 라이딩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은 준비 장비도 늘었고 취재 환경도 좋아졌다. 김병기 기자는 2만원짜리 속도계를 달았다. 운하가 건설될 경우 배가 통행하는 속도와 자전거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그리고, 김병기 기자와 박상규 기자는 차가워진 바람으로부터 목을 보호할 수 있는 8천원짜리 머풀러를 샀다.

결정적으로 좋아진 환경은 이 최고위원 일행의 태도다. 지난 1차 투어 때는 처음부터 우리 일행을 반기지 않았다.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최고위원이 직접 우리 일행의 동행 취재를 요청했다. 홍보를 제대로 했다는 뜻일까? 이쯤 되니 우리 스스로 부담스럽다.


태그:#경부운하, #호남운하, #금강운하,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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