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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29일 폭로한 삼성 비자금 문제가 연말 대선의 이슈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이 우리은행에 자신도 모르게 만든 계좌에 거액의 비자금을 예치했고 김 변호사 자신이 확인 요청을 해도 은행이 '보안계좌'라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아직 수사 여부를 정하지 않았지만, 이같은 폭로가 사실이라면 은행(금융자본)이 금융실명법 위반을 감수하고 대기업(산업자본)의 비자금 조성에 협력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은행과 대기업 '유착' 확인되면 금산분리 논쟁 일 듯

 

유력 대선주자들이 현 정부의 금융-산업 분리 정책을 놓고 '완화'와 '현상 유지'로 엇갈리는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 비자금이 '금산 분리'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명박(한나라당)·이인제(민주당) 후보는 '금산 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권영길(민주노동당)·문국현(창조한국당) 후보는 '금산 분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이른바 '삼성 비자금'의 존재가 확인되고 비자금을 통한 전방위 로비의 흔적이 드러날 경우 정치권도 '삼성 비자금 폭풍'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특히 언론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하는 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30일 현재 12건의 기사를 쓴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종합일간지가 이 문제를 기사 1건으로 '가볍게' 처리한 상황이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언론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아주 크게 다룰 줄 알았는데 '애걔'하는 분위기 아니냐"고 평했고,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신문들이 삼성 광고를 못 받을까봐 알아서 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언론이 크게 다룰 줄 알았는데 '애걔'하는 분위기"

 

정치권은 하나같이 이번 사건의 엄중하고 처리를 요구하지만 정당에 따라 약간씩 온도 차이가 엿보인다.

 

이낙연 신당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로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된 만큼 관계당국이 엄정하게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고, 박형준 대변인은 "수사를 할 사안이면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박 대변인은 "삼성이 부인하는 상황이고 폭로한 사람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며 좀 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선 정국에서의 득실을 따져보면 양측의 생각이 확연히 갈라진다.

 

신당은 삼성 비자금 문제가 이슈화되면 '금산 분리' 완화를 주장해온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산 분리가 완화되더라도 은행업에 진출할 만한 대기업이 삼성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이번 사건에서 보듯 삼성이 은행을 '비자금 사금고' 로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논리다.

 

박영선 신당 의원(정동영 후보 비서실장)은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되면 당장은 이건희 회장 소환이 쟁점이 될 것이고, 대선과 관련해서는 금산분리가 쟁점화될 것"이라며 "이 후보의 금산분리 완화 주장은 결국 삼성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삼성과 정권의 유착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신당이 한층 더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점친다.

 

박형준 대변인은 "우리 당은 그 동안 대선자금 문제로 당할 만큼 당했고, 비리 문제가 터지면 노무현 정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이 사건을 막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을 텐데 이 문제가 크게 터진다고 해서 우리에게 불리할 게 없다"고 말했다.

 

권영길 "일부 언론의 의도적 회피...알고는 있었지만 충격"

 

박 대변인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은행 주식의 4%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은행법으로 금지하는 현실에서 금산분리 완화가 대기업의 은행소유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국정감사 시작과 함께 "삼성의 은행 소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던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공화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권영길 후보는 "한 용기있는 시민의 고백으로 우리사회를 병들게 해온 삼성 비자금의 꼬리가 밟혔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삼성 공화국"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권 후보는 박용진 대변인을 통해 이번 사건에 침묵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뼈있는 말을 던졌다.

 

"이 사건에 대한 일부 언론의 의도적 회피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충격이다. (중략)…(삼성과의) 전쟁에 언론과 정치권, 권력이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삼성권력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언론과 정치권, 검찰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언론은 언론의 사회적 역할 문제 이전에 양심의 문제로 이 문제 바라보기 바란다."

 

문국현 후보의 곽노현 대변인도 "삼성은 국가와 사회의 지도층을 뇌물과 떡값 등으로 관리해 왔으며 그 결과 우리 사회의 최상부를 부패불감증에 물들게 한 주범"이라며 "검찰은 삼성의 비자금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지체 없이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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