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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 지키기에 나선 용병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의 눈에 비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초상이다. 건교위의 '경부운하 국감'에서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의 입을 막는 데 성공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으면서 한 말이다.

 

이 의원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지난 26일 한국토지공사 국감장에서 오는 11월2일 출석할 참고인으로 박 부소장을 추천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다.

 

한나라 의원들, 연이어 ' 비토'

 

이와 관련 이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같은 행태야말로 '이 후보 방탄국감'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 의원은 "의원들뿐만 아니라 이번 국감에 참석했던 관료와 의원 보좌관들, 기자들의 입에서도 '경부운하 건에 한해서는 한나라당이 완패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실제로 한나라당이 완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29일 서울시청 국감장에서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다.

 

이 의원은 우선 "한나라당이 국감 첫날(17일)부터 증인으로 참석한 박 부소장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국감 첫날 한나라당측 참고인으로 나선 한 교수는 '한국인으로 미국에서 환경공학으로 처음으로 정년보장을 받은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오마이뉴스 간행)>란 제목의 책을 낸 박진섭 부소장을 운하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사람'으로 비하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3일 수자원공사 국감에 출석한 박 부소장에게 '운하를 얼마만큼 연구했냐'면서 그의 운하 전문성에 대해 불신을 표시해 찬반 의원간에 소리를 지르고 반말까지 오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26일 한국토지공사 국감장에서는 여야 간사들이 오는 11월2일 박 부소장을 참고인으로 출석시키기로 합의까지 했는 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이처럼 3차례에 걸쳐 '딴지'를 건 결과, 박 부소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제히 박 부소장을 비토하면서 내건 명분은 무엇일까. 잠시 26일 열린 국감 발언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 "증언이라면 사실 전문성이 있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서 공통적인 의견이 어떤 것인가, 이걸 우리가 듣자는 건데, 우선 그 분을 반대한다는 건 여기 건교위원 다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재창 한나라당 의원 "앞으로 이런 증인을 채택할 때는 그 사람에 대한 전문성이 어떠한지 자료로 제출해서 정말 증언을 들을만한 그런 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서 채택할 수 있도록 해야지 아무 것도 모르는 데 그냥 아무나 내놓는 것같이 이렇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 부소장의 학력과 전문성 등을 문제삼고 있지만, 그가 낸 책을 읽어봤는데 경부운하의 경제성과 토목적 관점, 수자원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독일과 네덜란드 현장, 경부운하 예정지를 두루 다닌 전문가였다"고 평가했다.

 

"10년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들보다 낫다"

 

반면 이 의원은 "10년동안 운하를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는 한나라당이 국감장에 내세운 학자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했던 주장마저도 팽개쳐 버린 사람들로, 지금에 와서 짜맞추기하듯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한국 수자원공사 국감에서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경부운하 구간내 교량 115개 중 90개를 재공사해야 하며 교량 재설치 공사비만 14조2650억원이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또 "하천의 수심을 9m로 파낼 경우 현재 한강과 낙동강 권역에 설치돼 있는 상수관 길이를 기준으로 이전비용을 계산하면 2241억원이 든다"면서 경부운하 공약의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은 반박조차 못하고 있고, 정책적으로 논박하기 보다는 특정 참고인을 배제하는 등 정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건설 비용이 적게 들고, 기술적으로 실현가능하다는 이 후보의 주장의 허구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박 부소장의 참고인 출석 거부와 '이 후보 방탄 국감'은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국감 첫날부터 이 후보의 이름이 거명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 등을 통해 거의 반사적으로 국감을 방해했다"면서 "처음부터 경부운하라는 말이 국감장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방어했고, 박 부소장을 거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불도저 신화 깨질까봐 노심초사"

 

결국 이 후보가 내건 경부운하가 대표공약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스스로도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경부운하에 대한 당 내외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경부운하 공약의 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원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이 전 시장은 청계천 복원을 통해 불도저처럼 안되는 것을 되게하는 신화적 이미지를 업었다. 국민 50%의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은 이 후보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경제살리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경부운하 공약을 접는 것은 이런 불패의 신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꺾는 일이다. 이 후보가 방어적 자세로 납작 엎드린 상태에서 경부운하 공약을 살려두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비토'한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은 누구?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의 박진섭 부소장은 지난96년부터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해 정책기획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팔당상수원·새만금·부안핵폐기장 등 관련 환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06년 '생태지평'을 창립했고, 한국 물포럼 이사, 국가에너지위원회 갈등관리 전문위원, 환경부규제개혁위원회 대기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장지영 생태지평 연구원과 공동으로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오마이뉴스 출간)> 제하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부터 1년여간에 걸쳐 경부운하를 연구한 결정판이다. 그는 이를 위해 독일과 네덜란드 현지를 취재했고, 경부운하 예정지인 한강과 낙동강을 수차례 탐사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는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경부운하 검증 각종 토론회에서 발제자, 또는 토론자로 참석해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해왔다. 또 MBC 100토론 등 각종 방송 매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해 경부운하 찬성측 인사들과 함께하는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마이뉴스>에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헤친 글을 게재해왔다. 그의 글 몇편을 간추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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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부운하, #국정감사, #이영순, #박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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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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