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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내 고장 바로알기와 지역사랑에 앞장서고 있는 청주삼백리 회원들과 옥천군 군북면에 있는 환산을 등반했다. 회원들 몇이 차로 굽이 길을 드라이브하고, 일부러 힘든 코스를 찾아내며 정상에 섰을 때까지 일행들에게는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환산 정상부의 헬기장 모서리에 있는 정상비를 보고 모두 말문을 닫았다. 한참 지나서야 이구동성으로 정상비의 문제점을 쏟아냈다. 문제점과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나 많아 산에 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정상비가 6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말뚝도 박혀 있어야 할 자리가 있고, 그릇도 쓰임새에 맞게 사용될 때 빛을 발한다. 더군다나 지역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게 산인데 정상을 알리는 표석(정상비)이 아무렇게나 세워져있다면 문제가 크다.

 

보기 좋으라고, 기념물 하나 더 만들어 놓으려고 산의 정상에 표석을 세우는 게 아니다.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가라는 것도 아니다. 올라오느라고 고생했으니 표석에 써 있는 내용을 읽어보면서 역사 공부도 하고, 숨을 고르면서 여유도 누리라는 것이다. 표석 앞에서 힘들어하며 왜 정상에 올랐는지를 되새겨 보라는 것이다.


돌에 새긴 글자는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읽힌다. 그래서 돌에 글자를 새길 때는 한 자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산 정상에 세워진 표석은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정상에서 산을 대표하는 표석에 오자가 수없이 많다면 말이 되는가?

 

졸속 행정 때문인지 정상의 표석에서 종종 오자를 발견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에서 잘못된 표석(정상비)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바람을 담아 환산에 세워진 정상비의 문제점과 이해 못하는 점을 짚어본다.

 

[정상비의 앞면을 살펴보자]

 

처음 부분에 '古尸山(古尸山)'이라고 되어 있다. 의미 없이 '古尸山'을 두 번 썼고 고리산의 '리' 자리에 뜬금없이 '주검 시(尸)'가 자리 잡은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래에 있는 대로 '고리산(환산環山)'이나 '환산環山(고리산)'으로 쓰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해발 : 583m'라고 써 있는 곳에도 문제가 있다. 청주삼백리를 이끌고 있는 송태호 대표의 자료에 의하면 해발 579.3m가 맞다. 초입의 안내도에 써 있는 '581.4m'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또 '세운날자'와 '3월음 3일'은 '세운날짜', '음 3월 3일'로 바꿔야 한다.

 

나라의 근본을 알리기 위해 굳이 단기를 썼다는데 누가 뭐랄까만 '단기 4334년 (*C.2001)'이라고 써 있는 곳에도 문제가 있다. 앞에 단기를 썼으니 뒤에는 '서기 2001', 또는 '서기 2001년'이라고 써야 맞다. 'A.D'를 'B.C'로 잘못 썼던 것을 앞부분을 지워가며 '*C'로 그나마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눈 가리고 아옹' 하느라 정상비가 더 지저분해졌다.

 

더구나 세운 사람의 직위와 이름까지 버젓이 써 있다. 그의 직위가 OO군 의회 의장이라는데 사람들은 더 분개한다. 이름 옆에 써 있는 '順治'라는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의아스럽다.

 

[정상비의 뒷면을 살펴보자]

 

한참을 들여다봐도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머리가 아프다. 흐릿한 글자 때문이 아니다. 표석에 써 있는 글의 문맥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표석은 안내판과 역할이 다르다. '왜 고리산이라고 불렀는지', '환산(環山)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인지', '고리산에 관한 역사와 이야기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아주 간략하게 적어 넣어야 한다. 황골 등반로에 있는 환산 안내판을 참고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처음 부분에 '本名古山'이라고 써놓으며 산의 이름을 또 바꿨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 '本名 고리산'으로 써야 할 것이다.

 

'평지대등, 99峯등, 담긴곳' 등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도 많다. 또 '봉우리을'은 '봉우리를'로, '祖上任의 얽과 숨이'는 '祖上任의 얼과 숨결이'로, '구버 살펴'는 '굽어 살펴'로 글자를 수정해야 한다.

 

[정상비의 옆면을 살펴보자]

 

왼쪽 옆면에 써 있는 '人乃天 布德天下'라는 글자에도 문제가 있다. '人乃天 布德天下', 즉 '사람이 곧 하늘이고 덕을 천하에 펼친다'는 글을 음미해보면 세상에 천도교를 널리 보급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 종교 색채가 농후하다.

 

오른쪽 옆면에는 뜬금없이 '부모님 조상님 감사합니다'라고 써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근본도리를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산 정상에서 만난 '부모님 조상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는 사람들을 황당하게 한다.

 

환산에 정상비를 세운 사람만 욕먹는 게 아니다. 방치하고 있는 옥천군청의 명예도 같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도 관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잘못 투성이인 환산의 정상비를 이대로 계속 방치한다면, 옥천 군민들이라도 나서야 한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다시 환산을 찾으려고 한다. 그때는 제발 꼴불견인 환산의 정상비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과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상비, #환산, #고리산, #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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