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김헌태와 정기남.

 

이들은 2003년 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설립 당시 각각 소장, 부소장이었다. 당시 김헌태씨는 대선이 끝난 뒤 몸담았던 TNS미디어코리아 이사직을 그만두고 나왔고, 정기남씨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7년을 함께 해온 정동영을 떠나 KSOI 창립을 도모했다. '여론'과 '정치'의 접목이었다. 

 

그리고 다시 2007년. 정기남씨는 지난 5월 정동영 후보의 공보실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으로 돌아갔고, 김헌태씨는 몇 달 뒤인 8월 문국현 후보의 수석전략가(정무특보)로서 길을 선택했다. 대선 들판에서 다른 집을 짓고 있는 셈이다.

 

둘을 지켜봐온, KSOI의 한귀영 연구실장은 "협업 관계"라며 "큰 틀에서 공유하는 가치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둘의 관계를 설명했다. 스타일은 다르다. 김헌태 특보가 브레인, 전문가 지향이라면, 정기남 실장은 통합력과 정무에 능하다. 여의도의 소문난 마당발이다.
     
이 둘이 정동영과 문국현을 '낙점'했을 당시만 해도 두 후보의 지지도는 형편없었다. 문국현은 '제로'였고, 정동영은 '바닥'이었다. 비교 의미가 없던 때였다.

 

시간이 흘러 대선이 50여일 남은 지금. 정동영은 통합신당의 후보로, 문국현은 제3의 후보로 이명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 후보는 15~20%, 문 후보는 5~10% 추이를 보이며, 각각 1차 생명선이라 할 20%와 10%를 쳤다.

 

문제는 '다음 스텝'이다. 정동영은 '경선 효과'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찾아내야 하고, 문 후보는 마니아층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확산시켜야 한다. 그래서다. 22일, 23일 이틀에 걸쳐 김헌태, 정기남을 연이어 만났다. 한 때 한솥밭을 먹었던 협업자, 하지만 지금은 경쟁 관계에 있는 그들은 과연 자기 후보에 대해 어떤 전략을 골몰하고 있을까?

 

김헌태의 맹공 "통합신당은 공공의 적"
 
공격수는 뒤를 쫒는 쪽이다. 김헌태 특보의 말부터 들어보자. 김 특보는 "사실상 10%는 달성했다고 보고, 이제는 15~20%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 대목에서 김 특보는 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함께 두 정당을 "20세기 한국 정치의 구체제"라는 프레임에 넣었다.

 

"한나라당, 통합신당, 민주노동당 모두 박정희 패러다임의 부산물이다. 산업화 vs 민주화, 독재 vs 반독재 그 전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열린우리당이 탄핵 이후 의회권력을 교체했을 때 경고했다. '이제는 민주화 전선을 대체할 새로운 전선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는 그걸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지만 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생존을 위해 자기 계층을 독점하며 비합리적인 내부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

 

그 결과 "구정치, 구체제에 실망하고 무능과 부패에 반발한 사람들이 이명박에 간 것 아닌가"라며 민주화 세력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통합신당을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무능과 혼란의 정치였다. 지지하는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이명박을 국민의 70%가 지지하고 있다. 이토록 특정 세력에 대한 거부가 높은 적이 없었다. 해방 이후 최고치다. 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너희가 싫어서다. '너희들 고생한 것 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 너희들이 할 줄 아는 게 뭐냐'고 묻는 것이다. 정의 박애 평등의 가치가 돈으로 무너져갈 때 '그게 아니'라고 말할 확신이 있었나?"
   
김 특보의 이 같은 민주화 세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최근 KSOI 조사 결과와도 일맥 상통한다. 지난 18일 조사에서 '무능한 민주화 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현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응답자의 69%가 동의했다. '부유층을 옹호하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안된다'는 주장은 20.9%에 그쳤다.

 

김 특보는 그런 마당에 "문국현이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화 진영에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재활용"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타깃은 정동영 후보에게 꽂혔다. "반성하며 책임질 생각은 않고 여전히 자기 중심론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경선에서 불거진 불법 조직.동원 선거 논란을 겨냥 "이기기 위해 영혼을 팔았다"며 "공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후보단일화는? "정동영과의 단일화가 아니라 문국현이 후보가 되는 단일화"라고 못박았다. '내가 아니어도 되는' 후보단일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책연합 등의 "가치 대연정"에 맞춰져 있다.

 

노 대통령은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었다지만 어쩔 수 없이 구시대의 막차가 되었다. 김 특보는 '새로운 체제'를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이면 뭐든 살 수 있다는 풍요에 대한 광기의 시대. "풍요를 위한 자기 파괴적 결정"이 이명박 독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풍요에 대한 개혁이 필요했다. 노무현이 그걸 했어야 했는데 정치 개혁에 머물렀다. 문국현이 해야 한다."

 

 

수도권은 문국현이 선점... 안정층과 냉담층으로 확장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문국현의 지지기반은 수도권 개혁층이다. 김 특보는 이들을 "386 개혁층"이라고 명명했다. 35~45세 나이의 세대다. 2단계 도약을 위해선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우선 수도권 지지층의 확대다. 김 특보는 "이명박의 잘못은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이명박에 가 있는 수도권 안정층과 정치권에 실망한 결과 투표를 하지 않는 개혁적 냉담층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구정치 세력과의 확실한 결별은 이런 판단에서 나왔다.

 

하지만 아직 문국현은 절반의 후보다. '깨끗한 경제인'에 머물고 있다.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김 특보 역시 그 대목을 주시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정책현안이 아닌 '가치'를 다루는 자리"라고 전제한 뒤 "비도덕적 재벌, 군림하는 관료, 과로 사회, 비정규직, 건설 비리 등 사회 곳곳의 비틀어진 현장"을 다니며 문국현의 가치를 설파하겠다는 계획이다.

 

"문국현은 지역기반 없이 오로지 '메시지'로 두 달 왔다. 정체성을 기반으로 10%까지 온 건 기적이다. 정동영은 아직 호남향우회 표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호남후보 불가론'에 스스로 갇혔다."

 

시간? "촉박하지만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명박보다 정동영을 우선 잡는 게 문국현 후보쪽의 당면한 목표다.

 

정기남의 경고 "재집권에 걸림돌 돼선 안돼"

 

정동영은 바쁘다. 경선 이후 내부 통합을 거쳐, 선대위를 꾸렸다. 이명박이 두 달 동안 한 걸 2주만에 해냈다. 손학규 이해찬 김근태 오충렬 등과 함께 한 '5인 회의'에서 정동영 중심의 결속력을 과시했다. 몇몇 조사에서 20% 지지율을 달성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 이명박과의 양자 대결로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는 일만 남았다.

 

노 대통령의 "왜 당을 깼는지, 왜 나를 당에서 쫒아냈는지 설명하라"는 공격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그 때문이다. 또다시 친노냐, 비노냐 하는 '노무현 프레임'에 갇히면 정동영의 정치는 실종된다. 정기남 실장은 "참여정부의 공과를 안고 가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동영 후보가 해명할 게 있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정책'과 노무현의 '정치'는 구별해서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후보는 최근 '좌'로 조금 이동했다. 열린우리당 시절 '중도우'였다면 후보인 지금은 '중도좌' 정도가 된다. 차고 올라오는 문국현과 치고 받아야 할 이명박을 의식한 행보다. 정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차별 없는 성장론'은 그 자체만으로 보면 '사회주의적 구호'라 할만큼 과격하다. "레토릭에 불과하다" "좌측 깜박이 켜고 우측으로 간다"는 의심을 받고 있지만 일단은 성공적이다. 정 실장은 "전통적인 지지층과 개혁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가치' 중심 접근이라는 점에선 김헌태 특보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정동영 후보가 내세우는 5대 가치(▲행복한 가족 ▲넓고 많은 기회 ▲차별 없는 성장 ▲약자.소수자 통합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경제인 출신 후보들을 의식한 탓인지 정 후보는 '교육'과 '복지'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 위기의 모든 출발은 교육에서 비롯된다. 교육의 양극화가 기회의 양극화, 일자리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교육은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복지는 사람을 보살피는 일이다. 복지에 과감한 예산을 투입하겠다."

 

문국현이 '사람경제'라면 정동영은 '미래경제'다. 대표적으로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이명박의 '토목 경제'와 대비된다. 이명박이 땅(경부운하)을 판다면 정동영은 하늘을 난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에겐 비전은 그럴싸한데 정책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시간이 없다. 잔 펀치(공약)를 날리기보다 '가치'와 관련한 입장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파병연장안 반대가 그렇다. 문제는 전달력인데, 본격적으로 이명박과 양자 대결이 되면 결코 우리가 불리하지 않다."

 

김헌태 특보가 정동영 후보를 '무능하고 부패한 구정치 세력'이라 규정한 것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열린우리당의 실험이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사과했다. 이제 국민은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 '그래서 앞으로 뭘 보여줄 건데?' 과오를 인정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달라는 요구다. 민주화 세력 전체를 무능과 부패로 낙인찍는 것은 또 다른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우리 세력임을 인정하고 유능한 세력으로 거듭나도록 동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선거 논란에 대해 "왜 사과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 후보가 사과를 요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탈법과 이전투구가 있었지만 후보들이 모두 승복했고 정당성이 부여됐다. 빠른 당내 화학적 결합이 반증하지 않나? 자기 비전을 제시하면서 경쟁해야지 다른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방식은 걸맞지 않다. 문 후보가 기성정치인의 행태를 닮아 간다면 지지율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호남색 벗지 못한 지지세력...수도권 개혁층 타깃


문국현이 '메시지'라면 정동영은 '세력'이다. 정동영의 현재 지지도는 호남 표와 영남, 충청, 수도권의 전통적 지지층이 움직인 결과다. 아직 부동층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광범위한 무응답층이다.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자신감이 없는 층인데, 일정 시점 후보단일화를 통해 승리의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정 후보가 문국현, 이인제를 포괄하는 주도력을 보일 것이다."

 

특히 정 실장이 공을 들이는 대상은 "수도권의 개혁적 유권자"다. 정 후보의 지지층은 아직 '호남 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은 문국현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문국현 지지층의 질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확장성이 떨어진다. 지지자들은 결국 정당의 형태로 모인다. 팬클럽 형태를 뛰어넘는 지지층 결집에 한계가 있는 후보다."

 

끝으로 정 실장은 김헌태 특보를 향해 "우리 진영에 좋은 후보를 발굴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후보단일화에 대한 압박과 함께 독자후보론에 대한 경고 사인을 보냈다.  

 

"문 후보는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재집권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된다. 정당정치도 의미가 있지만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대의에 언제든 함께 한다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차지하는 유권자수는 48.3%로 절반에 육박한다. 11월 중순이면 가시화될 후보단일화 협상. 주도권 경쟁을 둘러싼 두 후보의 전략은 '수도권 탈환 작전'에 모아지고 있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