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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도전적인 일자리를 찾아서 갈 필요가 있지, 공무원이 되겠다는 소극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기사를 보니 이명박 후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왜 다들 그런 소극적 생각에 매달릴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취업난은 해가 가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도전적인 일자리를 찾아가지 않는 젊은이 탓이라는 어른들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더 나은 기회를 찾고자 해외로 나온 한 젊은이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어떻게든 삶에 도전하려는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 사회가 반성하고 도와주어야 할 부분은 없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1부 <그래 다 내 탓이다, 하지만>에 이어 2부 <정말 다 내 탓?>을 연재하고자 한다. 부디 나무를 통해 숲을 그릴 수 있는 작업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기자 주>

 

“안녕하세요!”

 

차에서 내려 주위 환경을 둘러보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새로운 선생님이 온다고 하니 아이들이 학원 앞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들어가시죠.”

 

멍하니 서 있는데 학원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던 학원 실장이 나를 숙소로 안내해주었다. 숙소는 바로 학원 옆에 붙어 있었다.

 

“그 아이들 관리도 좀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제야 전화로 면접을 볼 때 원장이 물었던 말이 생각났다. 아이들도 관리해야 한다면 기숙 학원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사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저런 의문을 가진 채 숙소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원래 내가 생각하던 복도 양편으로 숙소가 쭉 늘어선 그런 형태의 기숙사 모양은 아니었다. 마치 시골에 있는 마을 회관 같은 곳에 들어선 느낌이었다고 할까. 내 방 쪽을 보니 양옆으로 두 남자가 서 있었다.

 

마치 극기 훈련 때 교관들이 방에 있다가 나와서 새로운 교관을 맞이하는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두 명 다 활짝 웃고 있었기에 환경이나 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없어졌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방 안에 들어선 순간 다시 실망감이 조금씩 밀려왔다. 침대는 다소 관의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내 키에 딱 들어맞을 것처럼 보였다. 잠자리가 그리 편할 것 같지 않았다. 군대에서 새우잠도 잤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못 견딜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나 혼자 잘 수 있지 않은가.

 

정작 문제는 옷장이었다. 옷장이 반쪽짜리로 세 개가 있었다. 그런데 그 중 두 개는 이미 같은 방을 쓰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선생님이 쓰고 있었다. 보통 보는 옷장처럼 공간이 넓은 것도 아니고 시설 좋은 군대에서 보는 관물대보다도 더 좁아 보이는 그런 옷장이었다. 그러니 양복 두세 개만 넣으면 공간이 꽉 찰 수준이었다.

 

“짐도 별로 없네. 옷장 그거 하나면 충분하죠?”

 

같은 방을 쓰는 선생님이 양복 세 개 넣으면 가득 찰 것 같은 그 옷장 하나로 충분하지 않냐고 묻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울컥 치밀었다. 그러나 그 좁디좁은 옷장은 세 개뿐이고 한 개를 나누어 쓰기도 쉽지 않을 터이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단 짐을 빨리 풀고 간단한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뭐 가르치세요?”
“영어 가르쳐요.”
“그럼 영문과 전공 하셨겠네요?”
“그런 것 묻지 마세요. 여기 있는 선생님들 그런 거 물어보면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저 전공 하나 물어보았을 뿐인데 족제비 영어 선생(가명)은 인상을 구겼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가 일하게 된 학원은 칭다오에서 비교적 외곽 지역이라 교육 여건이 시내에 비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학부형들이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조차 전공이 무엇인지, 국어·영어·수학을 따로 가르치는지에 대해 많이 따진다고 했다. 그러니 영어 영문학이 전공이 아니라면 그런 질문이 싫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빵빵한 이력서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선생님 뽑은 게 다 선생님 전공 때문이에요.”

 

괜한 것을 물어봤다고 미안한 것도 잠시 순간 족제비 영어 선생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명문대 출신의 이력서도 많이 들어왔는데 ‘한문학과’니 유사 전공자들이라 뽑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궁금해졌다. 과연 족제비 영어 선생은 어느 대학교를 나왔기에 내게 저런 말을 건네는가 싶었다. 자기는 좋은 대학을 나왔는데 이곳에 와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나보다 나이는 2살 많다는데 이 선생은 왜 중국까지 흘러와서 자기 전공도 아닌 영어 선생을 하고 있는 것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아까 본 선생도 나랑 2살 차이 나는데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와서 일을 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정말 궁금했다. 그들도 나처럼 취업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좌절 끝에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이곳으로 들어온 것일까? 그들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했다. 그들은 왜 중국에 왔을까?

 

-3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글에 나오는 모든 이름 및 지명은 가명입니다.


태그:#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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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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