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정적만이 감돌던 밤하늘에 갑작스럽게 불꽃이 일어나고, 그 불똥이 사방으로 무서운 소리를 내며 날아다녔던 광경을 …  <히로세 다카시-체르노빌의 아이들>(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6) 10쪽

 

‘사방(四方)’은 ‘여기저기-이곳저곳’으로 다듬으면 좋아요. ‘광경(光景)’은 그대로 쓸 수도 있고 ‘모습’으로 다듬을 수도 있습니다.

 

 ┌ 정적(正嫡)
 │  (1) = 장가처
 │  (2) 본처가 낳은 적자(嫡子)
 │  (3) = 종가(宗家)
 ├ 정적(正籍) : 바른 호적
 ├ 정적(定積)
 │  (1) 일정하게 곱하여 얻은 수
 │  (2) 일정한 넓이나 부피
 ├ 정적(政敵) : 정치에서 대립되는 처지에 있는 사람
 │   - 정적을 제거하다
 ├ 정적(政績) : 정치에서의 업적
 ├ 정적(情迹) :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흔적 또는 사정의 흔적
 ├ 정적(靜的) : 정지 상태에 있는
 │   - 정적인 분위기 / 그는 성격이 정적이다
 ├ 정적(靜寂) : 고요하여 괴괴함
 │   - 정적에 잠긴 산속 / 정적을 깨뜨리다 / 정적이 감돌다 /
 │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정적이 흘렀다
 │
 ├ 정적만이 감돌던 밤하늘
 │→ 고요만이 감돌던 밤하늘
 │→ 아뭇소리 없던 밤하늘
 └ …

 

국어사전에는 모두 여덟 가지 실린 ‘정적’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쓸 만한, 또는 쓰고 있는 ‘정적’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정치에서 말하는 ‘政敵’은 ‘(정치) 맞수’로 다듬으면 나으리라 봅니다. ‘政績’이란 말을 쓰나요? ‘정치 업적’이라 해도 되겠지만, ‘정치하며 이룬 일’쯤으로 풀어서 쓰는 편이 훨씬 낫구나 싶어요. ‘靜的’은 때에 따라서 ‘조용한-차분한-얌전한’ 들로 풀 수 있겠어요. 마지막으로 ‘靜寂’.

 

이 ‘靜寂’은 우리 말 ‘고요’를 한자로 옮긴 낱말입니다. 기독교에서 부르는 노래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하고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여기에 나오는 ‘고요’가 바로 살가운 우리 말입니다. 뒤따르는 ‘거룩’도 살가운 우리 말이고요. 하지만 어떤 말이 우리 삶을 바탕으로 빚어낸 말인지, 어떤 말로 우리 삶을 가꾸며 문화를 일구어 왔는지를 가려낼 줄 아는 사람들이 나날이 줄어듭니다.

 

그냥, 이런 말을 쓰든 저런 말을 쓰든 뜻만 주고받을 수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구태여 토박이말과 한자말을 가릴 까닭이 있느냐고,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구나 잘 알아듣기도 하고 쓰기도 하는 말이면 그만 아니냐고 하는 분들은 늘어납니다.

 

생각해 보면 그래요. 어떤 말이 더 낫고 어떤 말이 못하다고 가를 수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말, 익숙한 말을 쓰기 마련이니까요. 더구나 요즘처럼 우리 삶이란, 또 우리 문화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는, 우리네 뿌리가 사라져 가는 이런 흐름에서는, 알맞고 깨끗하고 바르게 쓰는 우리 말과 글이 무엇인지 국어학자들부터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국어학자뿐 아니에요. 보통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허구헌날 텔레비전 연속극에 물들고, 영화며 인터넷이며 갖가지 ‘겉만 번드르르하고 알맹이 없는 매체’에 길들면서, 자신들이 어릴 적부터 잘 써 오던 말과 글을 잊습니다. 때때로 버리기까지 합니다.

 

사투리도 높낮이만 조금 남았다뿐이지, 경상도 말과 충청도 말을 가르는 낱말이, 또 전라도 말과 강원도 말을 가르는 말투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런 판이니, ‘고요’를 가려서 쓸 줄 안다고, 그냥저냥 ‘정적’이란 말을 쓴다고 무엇이 다르냐고 물을밖에 없겠지요.


태그:#우리말, #우리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정적, #고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