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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김포문화예술제
 제24회 김포문화예술제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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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와 강화를 잇는 초지대교를 지척에 두고 살고 있는지라 주말이면 늘 집 앞 도로가 만원이다. 오전에는 강화를 향하는 차량으로, 오후에는 강화에서 나오는 차량으로. 지난 금요일(12일)부터 일요일(14일)까지 나도 그 차량대열에 합세하게 됐다. 제24회 김포문화예술제가 대명항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대명항에서는 예술제 개막식을 비롯하여 평화·소원 풍등 올리기, ‘희망을 저어 미래로’라는 주제의 김포시립예술단공연, 풍물패 살판의 ‘뱃노래유희’, 태동연희단의 퓨전 타악 ‘두드리고 울리고’, 북한예술단공연, 뮤지컬 ‘우리들의 이야기’, 포구시민노래자랑, 대명항 길놀이 등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사흘간에 걸쳐 진행됐다.

축제 재미는 뭐니뭐니 해도 입요기 거리.
 축제 재미는 뭐니뭐니 해도 입요기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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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눈요기와 입요기일 것이다. 김포문화예술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귀한 공연들이 시종일관 시민들의 발길을 묶어놓았고 전어구이에 꽃게찜에 대하구이까지 싱싱한 먹을거리가 오랜만에 입맛의 호사를 누리게 했다. 

그러나 이번 김포문화예술축제엔 그 두 가지 요기 거리 외에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덤 두 가지가 더 있었다. 한 가지 덤은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선상 망둥어 낚시’이며 나머지 한 가지는 뭉클한 감동에 가슴이 뜨거워지던 ‘대명항 물길열기행사’였다.

'선상 망둥어 낚시'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선상 망둥어 낚시'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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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쳐 진행된 ‘선상 망둥어 낚시’는 사공들로 대만원을 이루었다. 김포시민은 물론, 근처 경기도 인근과 서울에서 원정 온 사공들, 그리고 가족들이 이른 아침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9시를 조금 넘겨 작은 통선이 사공들을 싣고 유람선(150t)으로 향했다. 이윽고 유람선에 옮겨 탄 사공들은 저마다 채비를 꺼내 망둥어 낚시를 시작했다.

애초, 염하강으로 나가 낚시를 하려던 예정은 빗나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세찬바람과 높은 파도로 인해 유람선 항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들 어떠하리.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사공들은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망둥어 낚시에 빠져 있었다.

짜릿한 손맛이 흥에 겨운 시민들
 짜릿한 손맛이 흥에 겨운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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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입질이 시작됐다. 한 마리 두 마리 낚시대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망둥어들과 사공들의 환호로 유람선 안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였다. 그러나 환호와 달리 한쪽에선 한숨도 터져 나왔다. 다른 이들은 줄줄이 낚아 올리는 망둥어들이건만 어찌하여 오전 내내 눈 맞춤 한번 못한단말인가. 그런들 어떠리. 와글거리는 치열한 일상 잠시 접고 고단한 몸 바람과 파도에 실어 즐기는 가을 한때 망중한도 나름의 묘미이거늘….

낚시엔 손맛보다 더 짜릿한 뭔가가 있는듯...
 낚시엔 손맛보다 더 짜릿한 뭔가가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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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풍경은 저마다의 그림이 한데 어울려 보기 좋은 한 폭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낚시대 드리우고 컵라면 후루룩거리는 사공들이 있는가 하면, 아빠 낚시대에 망둥어 낚이기를 기다리다 지쳐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유혹하는 아이들도 있고, 낚시 핑계 삼아 가을바람 맞으며 오랜만의 데이트에 한껏 부푼 중년의 부부, 일찌감치 낚아 올린 망둥어에 소주 한잔 들이키는 속전속결형 사공들까지.

염하강 뱃길이 50년 만에 열리는 순간이다.
 염하강 뱃길이 50년 만에 열리는 순간이다.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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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선상 망둥어 낚시’에 이어 오후에는‘대명항 물길열기행사’가 이어졌다. ‘대명항 물길열기행사’는 해군과 해경의 협조를 받아 50년 만에 처음으로 염하강 뱃길을 여는 의미 깊은 역사적 행사였다.

염하강 뱃길은 전쟁 전 북한 신의주까지 오가던 뱃길이었지만 지금은 일부 어선만 다닐 수 있고 그나마 저녁 8시 이후에는 그 어선마저도 통제된다. 이렇게 꽁꽁 묶인 염하강 뱃길을 150t급 유람선이 200명의 시민을 태우고 항해하는 아주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멀리 해안가 철책선이 보이고 있다.
 멀리 해안가 철책선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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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3시. 승선이 시작됐다. 강경구 김포시장을 비롯하여 유정복 국회의원, 안병원 시의회의장 등 관내 기관장을 비롯하여 200여 시민들이 속속 유람선에 오르자 배는 힘찬 뱃고동을 울리며 염하강을 향해 출발했다. 유람선은 해안 철책선이 설치된 한강 하구로 시원하게 내달렸다.

승선한 시민들 중,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와 함께 뱃길 체험에 나선 어르신들은 50년 전, 염하강 뱃길을 오가던 추억을 자손들에게 들려주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더러는 무슨 사연이 그리 깊으신지, 칼바람 같은 차디찬 강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먼데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망부석이 돼 서 계시기도 했다.

색색의 풍선들이 드높은 가을 하늘로 떠오르고 있다.
 색색의 풍선들이 드높은 가을 하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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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철책선 안으로 경비를 서는 군인들이 보였다. 한참을 달려 덕포진이 보이는가 싶더니 가을 하늘 위로 수백개의 풍선이 날아올랐다. 그 옛날 미국(신미양요), 프랑스(병인양요)군대와 싸워 승리하던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덕포진을 지난 유람선은 다시 염하강을 거슬러 쇄암리, 고양리, 원머루 나루를 거쳐 포내리 강화대교 앞까지 운항했다.

선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강화대교. 마치 장난감다리 같다.
 선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강화대교. 마치 장난감다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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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지 1시간. 멀리 강화대교가 보였다. 강화대교는 마치 장난감 다리처럼 작게 보였다. 노상 건너다니던 다리를 배에서 올려다보니 그 느낌이 또한 남달랐다. 배가 멈췄다. 수심과 높은 파도로 인해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승선한 시민들은 저마다의 아쉬움에 오래오래 강화대교를 응시했다. 

50년 만에 열린 염하강 뱃길 저 너머로 석양이 곱게 내려 앉았다.
 50년 만에 열린 염하강 뱃길 저 너머로 석양이 곱게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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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머리를 돌려 다시 대명항을 향했다. 세찬 물살이 하얀 포말을 가르며 열어 주었던 염하강 뱃길은 다시 그렇게 닫혔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건너편 산등성이가 시민들의 그 아쉬움을 불씨삼아 붉게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2시간여 만에 다시 대명항으로 돌아온 유람선엔 오색 불빛이 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배에서 내린 시민들은 저마다 간절한 기원에 쉬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이들은 서해 관문의 역할을 하면서도 분단의 사슬로 50년 넘게 꽁꽁 묶여 있던 염하강 뱃길이 분단의 아픔을 넘어 희망의 뱃길로 다시 열리길 염원했다.

강화대교를 넘어 조강을 거쳐 다시 한강으로 넘어오는 김포 반도의 뱃길이 복원되기를 바라는 절실한 기원이 유람선 꼭대기에 색색으로 걸려 있었다.    


태그:#김포, #대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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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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