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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완철 독주회 원완철의 4 번째 독주회

어떤 가슴이
저 소리로 울려나는 것일까
저리고 시린 가슴
눌리고 맺힌 가슴
썩고 문드러진 가슴이
삭고 삭아서
몇천 년을 또 그런 가슴 만나
울려나는 것일까
깊은 만큼 높고
흐린 만큼 맑게
이제야 흘러흘러
울려나는 것일까

 

백우선은 <저리 높고 맑은 대금산조>라는 시에서 대금을 이렇게 노래한다.

 

예로부터 우리 음악에 쓰이는 악기 가운데 가로로 부는 관악기를 가리켜 '적(笛)'이라 쓰고 우리말로 '저'라고 부른다. 또 가로로 부는 악기 중 대금은 가장 큰 까닭에 '큰저' 또는 '젓대'라고도 한다.

 

신라 때 "적병이 도망가고 병이 치유되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바다의 거친 파도가 잔잔해졌기 때문에 국보로 소중하게 여겼다"라고 한 만파식적(萬波息笛)이 바로 대금일까?

 

현재 이생강과 서용석과 원장현은 이 시대의 만파식적을 부는 산조 대금의 명인이다. 그중 원장현을 계승하는 원장현의 아들 원완철이 대금 독주를 하고 음반을 낸다는 소식이 들린다. 원완철은 누구인가?

 

원완철은 이미 명인으로서도 모든 조건을 갖춘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상경력만 봐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장원에 이어 일반부에서도 장원을 하였다. 그것은 전주대사습놀이에서 대를 이어 상을 받은 보기 드문 기록이다. 그뿐만 아니라 장관상 5회, 국무총리상, 대통령상, 그리고 문화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젊은 대금주자이다.

 

그를 중학생 때 처음 보았다는 음반기획자 양정환씨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원장현 선생의 음반을 처음 기획했다. 그런 인연으로 원완철이 중학생 때 연주하는 걸 들었다. 그때 아버지가 연주하는 소리를 늘 듣고 자란 덕인지 익은 소리가 나서 놀랐었다. 병풍을 쳐놓고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원장현 선생이 젊었을 때 연주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다.

 

완철은 그 흔한 예고를 나오지도 않았고, 아버지의 후광으로 자란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나이는 젊지만 명인명창의 소리를 익숙하게 담을 정도인데 그건 그가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증거로 본다. 연주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직 아버지처럼 농익은 소리까지는 아니지만 힘있고 익숙한 소리를 내는 연주자로 차세대 명인을 예약한 것이 아닌지 모른다.”

 

원완철 대금 독주를 하는 원완철

처음 한국음악에 서양음악을 접목한 실내악단 ‘어울림’으로 유명한 서원대학교 이병욱 교수는 “원완철은 아버지를 이어받았지만 옛것과 새로운 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중요한 것은 그의 연주가 한층 발전한 양상으로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지만 전통음악을 그 누구보다도 맛깔스러우면서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연주자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폭넓은 음악세계를 표현할 줄 아는 훌륭한 연주자다”라고 소개한다.

 

그 원완철이 2000년 첫 독주회를 시작으로 2002년, 2004년에 이어 3년 만인 오는 12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독주회를 한다. 그동안의 독주회에서는 산조, 민요, 정악 등 전통음악을 위주로 공연을 했지만 이번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대중적 성격의 창작음악 발표회를 마련했다고 한다. 대중적이면서도 전통의 매력을 잘 살린 창작곡들과 전통민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곡들을 재즈 쿼텟과 함께 연주한다.

 

연주곡들을 보면 우선 황호준 곡 “비류(飛流)”, “해화(海花)”, “바람은 언제나”, “제비가” 등이며, 원완철 구성, 황호준 편곡의 태평소 독주 “긴아리, 노랫가락, 창부타령, 방아타령”을 연주한다. 그리고 아버지 원장현 명인의 특별연주로 “날개”와 “소새원”이 있으며, 동생 원나경이 “해금과 재즈쿼텟을 위한 몽금포타령”을 해금으로 연주한다. 또 연주에는 우주낙타가 함께 한다.

 

연주 외에도 그는 10월 중에 첫 음반을 낼 예정인데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 바탕을 김청만 명인의 장구에 맞춰 녹음했다. 그밖에 아쟁 이태백, 장구 김청만과 함께 녹음한 육자백이와 흥타령, 역시 김청만과 함께한 대금시나위, 가야금 김귀자, 장구 이경섭이 함께한 대금∙가야금 2중주 ‘부채춤’이 수록될 예정이다.

 

이제 가을이 더욱 깊어진다. 이 가을, 저 젊은 대금 연주자의 만파식적을 들어보면 어떨까? 그 소리는 내 마음을 휘저어 흩어놓을 것인지, 아니면 고요한 침잠의 늪에 빠지게 할 것인지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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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