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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저녁 (사)문화미래 '이프' 주최로 제4회 여성전용파티 '시청 앞 밤마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여자라는 이유로 물리적인 폭력과 사회적인 관습 앞에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고, 밤낮 구분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이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5일 저녁 (사)문화미래 '이프' 주최로 제4회 여성전용파티 '시청 앞 밤마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여자라는 이유로 물리적인 폭력과 사회적인 관습 앞에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고, 밤낮 구분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이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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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말, 홍대 거리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이 택시 납치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안마시술사 여성들을 연쇄살인했던 살인범 유영철이 "여자들이 몸을 함부로 굴려서 그렇다"는 어록을 남겼던 일도 불과 3년 전이다.

해마다 뉴스에는 "비오는 목요일 밤이면 흰 옷을 입은 여성들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이 출연해…" 식의 비보가 끊이지 않는다. 이 뉴스를 들으며 많은 집에서 아버지들은 혀를 끌끌 찬다. 그리고 딸의 노출 심한 옷매무새와 귀가 시간을 노심초사 관리하기에 박차를 가하신다.

어떤 남성들은 "참, 며칠 전에 OO동에서 어떤 여자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지"라고 말하며 여성에 대해 기선 제압을 하려고 한다.

가부장제의 역사는 '여성 살해(femicide)'의 역사라고 한다. 아랍 지역의 명예살인(자신의 집안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중 여성을 살해)에 경악을 하고 "야, 넌 저 나라에서 안 태어난 게 다행이야"라고 행운을 '축하'해주는 한국 남성들이 있지만, 우리 나라의 여성살해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여성전용콜택시 도입 예정

10월 5일 금요일 시청 앞 백여 명이 넘는 여성들이 밤거리에 뛰쳐나왔다. "몸을 함부로 굴려서 그렇다고요? 어디 우리 오늘 몸 한번 함부로 굴려봅시다!" '이프(IF)' 엄을순 사장의 축하인사로 <시청앞 밤마실>이 문을 열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여성전용콜택시운전자 인터뷰. 서울시에서는 올해 '여성이 행복한 도시(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여성전용콜택시 도입이다.

러시아·영국의 핑크택시, 독일의 여성전용택시 등 외국에는 이미 도입한 사례가 있다. 서울시의 여성전용콜택시가 이들과 다른 점은, 평소에는 남녀 구분없이 운행하다가 '콜'(예약)이 있으면 여성 운전사가 여성 승객을 태우러 간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안심택시제'라는 것을 운영해왔다. 택시에 부착된 고유번호를 휴대폰에 입력하면 자신과 가족의 휴대폰에 택시 정보가 전송되는 방법으로 지인에게 도착하는 시간과 차량번호를 알려줘 만일의 사태에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줄이는 방식이다. 부산에서는 '등대콜'이라는 콜택시 업체에서 '안심귀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거나, 지인에게 자신의 위치가 전송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대처하기 곤란하다는 등의 맹점이 있다.

'여성전용콜택시'는, 여성전용택시가 도입되기 이전에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안전 서비스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도 서비스업체에 따라 제공하기 때문에, 전화로 요청을 하면 30분에서 1시간 내에 가장 가까운 여성 기사가 손님을 태우러 간다. 서울시에서 정식으로 도입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청앞 밤마실> 무대에 오른 여성 운전수 두 명이 콜택시의 필요를 소리높여 외쳤다.

이날 행사장 한켠에는 여성 전용 콜택시가 직접 선보였다. 서울시는 이번달부터 여성 전용 콜택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최측은 ▲여성이 안전한 밤길 ▲밤낮 경계없이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 촉구 등을 주장했다.
 이날 행사장 한켠에는 여성 전용 콜택시가 직접 선보였다. 서울시는 이번달부터 여성 전용 콜택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최측은 ▲여성이 안전한 밤길 ▲밤낮 경계없이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 촉구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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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손님만큼 여성 기사의 안전도 중요해

그 중에 한 명, 박승여(59)씨를 무대 뒤에서 만나보았다. 박승여 씨는 36살 막내딸을 둔 어머니다. 택시 기사 생활을 한 지는 8년 6개월 차, 개인 택시를 운영한 지는 1년차가 된다.

"홍대 사건이 터졌을 때 너무 안타까웠지요. 유능한 사람들인데, 이렇게 좋은 인력을. 요즘 밤에 택시 태우는 여성 손님들이 일하는 곳을 보면, 디자인산업·수출업체, 봉제사업…. 고급인력이 많죠. 밤중에 일하고 늦게 가면 위험하다고 걱정합니다. 성남에 스튜디어스 죽었을 때엔 전과 9범 기사가 몰고 있었다고 하고. 최근 사회참여가 높아진 여성분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택시가 꼭 필요합니다."

서울시를 통틀어 381명이 있다는 여성 택시 기사. ('이프' 제공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개인택시 5만대, 일반택시 2만대로 이중 여성 운전자는 821명(개인택시 여성운전자 348명)에 그치며, 브랜드 콜택시 6개 업체에 등록된 여성 운전 차량은 130대다.) 위험한 일에 부딪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겪은 사건을 이야기한다.

"8년 전쯤, 안양에 갔다오는데 젊은 손님 두 명이 탔어요. 밤길에 아무래도 기분이 이상해 원래 안 하던 합승을 해서 스님 한 분을 옆자리에 태웠죠. 그리고 그 손님 두 명을 내려드렸는데, 스님 하시는 말씀이 '그 사람들이 신문지에 벽돌을 싸서 들고 있었다'하더라고요. 큰일날 뻔 했죠."

손님의 안전도 문제지만, 기사의 안전도 큰 문제다. 박승여씨는 여성 기사로 일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이 안전장치의 확보라고 말한다. 현재는 친한 기사들과 함께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위치를 확인하는 정도다. 하루에 열 시간씩 근무한다는 박승여 씨는 택시 기사라는 직업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

"제가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 딸이 많이 울었어요. 엄마 왜 위험한 일을 하냐고, 제가 차를 좋아하고 또 여행을 좋아하니까 계속 했지요. 어느 시점에 가니까 '엄마가 하는 생각이 옳았다'하고 지지해주더라고요. 제일 싫은 손님이요? 만취해서 행패부리는 손님, 택시 기사라고 무시하는 손님이요. 서울시에서 빨리 여성전용콜택시가 도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도 좋고, 손님도 좋고, 외국 사례들이 부럽더라고요."

시청 앞에서 마음 놓고 밤마실한 여성들
4회째 여성 전용 파티 열려

주최측은 행사장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 '내가 꿈꾸는 밤길'이라는 주제의 대형 낙서장을 설치했다. 여기에는 "평화로운 세상, 범죄없는 세상이 되길" "밤마다 미친 듯이 놀고싶다"는 등 여성들의 염원이 적혀 있었다.
 주최측은 행사장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 '내가 꿈꾸는 밤길'이라는 주제의 대형 낙서장을 설치했다. 여기에는 "평화로운 세상, 범죄없는 세상이 되길" "밤마다 미친 듯이 놀고싶다"는 등 여성들의 염원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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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 밤마실>은 4회째 여는 여성전용파티로 이프와 대안영상문화발전소아이공·장애여성공감·장애여성문화공동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가 공동주관했다. 작년까지는 여성만이 참가할 수 있었으나, 올해에는 남성에게도 입장의 기회를 주었다. 6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20대 초반이 대부분으로 3명을 제외한 전원이 여성이다. 홍보팀의 정선영 씨가 말한다.

"올해부터는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안에서 모여 놀았으니까, 이제 더 많이 모여보자. 지난해에는 300~400명 이 참가했다면 4회째에는 500명까지 예상했습니다."

<시청앞 밤마실>의 드레스 코드인 분홍색 풍선, 꽃을 달고 광장을 찾은 곽여산 씨(20), 김진경 씨(22)는 '여성들만의 축제'에 기대를 갖고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행사장을 찾았다.

"작년에 참가했었는데 즐겁고 자유로웠습니다. 여성들이 공감하는 코드를 콕 찝어주는 것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찾기 힘들죠. 뭘 가장 기대하고 왔냐고요? 드랙 쇼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것이잖아요"

시청 앞 행사에 늘 참여한다는 박순옥 할머니(85)는 가장 앞줄에 앉아 행사 내내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20대 초반의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사진을 찍고 록 음악에 맞추어 손을 흔든다. 박순옥 할머니 역시 드레스 코드인 꽃을 빼먹지 않았다.

올해 행사에는 남성 밴드가 축하공연으로 참가했으며, 남자친구와 함께 온 여성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여성전용 콜택시가 분홍색으로 치장된 앞을 서성이던 함현철 씨(23)도 "학교에서 여성학을 듣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소개받아왔지요, 저는 개방적인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시청 앞 과장을 따라 장애여성 공감의 쿠키 공장, 빨래줄 전시회, 타로부스 등이 꾸며졌다. 줄넘기 등의 '몸 쓰는' 놀잇길, 치유나무 꽃 피우기 등의 행사도 이목을 끌었다. 오르겔탄츠의 공연으로 시작된 마실길 무대는, 치한퇴치 무용담 콩트, 고고보이스, 춤추는 허리(장애여성극단) 등의 출연으로 뜨겁게 달구어졌다.



태그:#여성전용콜택시, #TKDQHD210, #이프, #시청앞밤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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