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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만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차창 밖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춤사위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노랗게 물든 황금벌판에는 곡식이 알알이 영글어 가고, 귀성길에 오른 차들의 긴 행렬이 추석명절을 실감나게 한다. 가을의 한 복판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귀성길을 더욱 즐겁게 한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 고향에 걸린 플래카드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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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단순히 조상들을 섬기기 위함보다는 조상님과 가족들이 이승과 저승을 초월하여 함께 만나 감사와 행복을 나누는 뜻 깊은 자리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귀성길, 귀경길 교통 대란을 감수하며 고향을 찾는 것이다.

추석날 아침,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려 놓고 길게 늘어섰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의 모습에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거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한 번에 절을 올리지 못하고, 순서대로 나눠서 조상님께 정성들여 절을 올렸다. 그리고 차례를 지낸 술로 음복을 한 다음 함께 모여 아침 식사를 했다.

차례를 지내고 가족이 모여 음복을 하는 모습.
▲ 음복하는 모습 차례를 지내고 가족이 모여 음복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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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고향은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편입되어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번 추석이 이곳에서 맞는 마지막 추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추석을 맞는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먼 훗날 고향을 그리며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지막 추석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차례를 마치고 뒷산에 모셔진 아버님 산소를 찾기 위해 성묘길에 올랐다. 산길을 오르는데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유혹을 한다. 그래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부지런히 걸어서 아버님 산소에 도착했다.

산소 앞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 놓았다. 이곳에서도 한꺼번에 절을 하지 못하고 순서대로 아버님께 절을 올렸다. 이 성묘길도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인지도 모른다. 산소도 세종시 편입지역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산소에서 성묘를 하는 모습.
▲ 성묘를 하는 모습 아버지 산소에서 성묘를 하는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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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로 넓게 펼쳐진 고향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앉은 마을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서 있는 마을이 꼭 엄마 품에 안긴 아기의 모습 같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고향 마을, 저렇듯 가을색이 짙은 고향 마을이 머지않아 개발로 인해 없어진다 생각하니 서운함이 가슴깊이 밀려든다. 

하산 길에 알밤들을 만났다. 신나게 밤을 줍고 보니 금세 비닐봉지에 가득하다. 밤은 삶아서 먹어도 맛있고 군밤도 토실토실 하니 맛있지만, 생밤으로 먹어도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주운 밤을 봉지에 담아 들고 어머니가 계신 고향 집으로 향했다. 그런 다음 아내와 조카, 나 이렇게 셋이서 비디오와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고향 마을 구석구석을 사진과 비디오로 담아 보관하기 위함이다.

아버지 산소에서 내려다 본 고향마을.
▲ 고향마을 아버지 산소에서 내려다 본 고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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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는 비디오를 촬영하고 아내와 나는 사진을 찍으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더 많은 곳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고향길을 이곳저곳 걸어다니는데 커다란 뱀이 슬그머니 지나간다. 콩밭으로 유유히 사라진 뱀도 고향에서 보는 마지막 모습이 아닐까.

모처럼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어 좋았던 추석날, 고향 마을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기록으로 남기겠지만 내 손으로 고향 마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대대손손 물려온 고향땅을 이제는 후손들에게 사진으로 물려주게 되었다. 아쉽지만 더 큰 발전과 가능성을 믿고 미련을 거둬야 한다. 내 마음속에 고향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기에….

덧붙이는 글 | <우리가족의 특별한 추석 풍경> 공모글



태그:#추석 , #고향,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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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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