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선 박한이 선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박한이 선수는 타석에서의 특이한 동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그의 특이한 동작 중 가장 유명한 오른손으로 방망이를 내리면서 왼손으로 헬멧을 벗어 냄새 맡는 시늉을 하며 다시 헬멧을 쓰는 장면입니다.

▲ 타석에 선 박한이 선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박한이 선수는 타석에서의 특이한 동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그의 특이한 동작 중 가장 유명한 오른손으로 방망이를 내리면서 왼손으로 헬멧을 벗어 냄새 맡는 시늉을 하며 다시 헬멧을 쓰는 장면입니다. ⓒ 서민석


프로야구팀 삼성 라이온즈의 박한이 선수는 타격 전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공 하나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일종의 제식을 거행하는 것처럼 방망이를 오른쪽 겨드랑이에 낀 후 양손 장갑 밴드를 떼었다 붙인 후 오른손으로 방망이를 내리면서 왼손으로 헬멧을 벗어 냄새 맡는 시늉을 하며 다시 헬멧을 씁니다. 이후에도 특이한 타격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제식이 마무리됩니다.

박한이 선수는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프로에 데뷔해 우연히 이 동작을 한 뒤 첫 안타를 쳤는데, 이후부터 징크스로 굳어졌다"면서 "이런 동작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타격을 할 수 없다"고 타석에서의 특이한 행동의 원인을 설명합니다.

지난 17일자 <스포츠조선>에서는 박한이 선수나 그와 유사하게 특이한 습관을 가진 선수들을 소개했습니다. "프로야구 '틱(Tic)' 증상"이란 제목으로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 '틱' 증상이 만연돼 있다"는 내용을 선수들의 습관과 연관시켜 많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국내 야구선수 중 가장 특이한 습관으로 유명한 박한이 선수에 대해 "박한이-틱 종합선물세트"라고 설명하며 박 선수의 특이한 행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습니다.

해당 기사를 읽은 한 포털사이트의 네티즌(아이디 '스파이제거')은 "박한이 선수가 시간을 많이 끌어서 비난했지만, 병이라니 이제는 이해한다"는 댓글로 박 선수의 특이한 행동을 질병으로 잘못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아이디 '난나야')은 "습관과 틱을 구별 못하다니…"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틱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기사가 나가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아이디 '에리크사')도 있었습니다.

틱이 뭐기에?

<스포즈조선> 기사 지난 17일자 <스포츠조선> 기사 내용에서는 박한이 선수의 특이한 습관을 '틱 종합선물세트'로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서도 나오듯 '징크스'가 오히려 적절한 표현일 것입니다.

▲ <스포즈조선> 기사 지난 17일자 <스포츠조선> 기사 내용에서는 박한이 선수의 특이한 습관을 '틱 종합선물세트'로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서도 나오듯 '징크스'가 오히려 적절한 표현일 것입니다. ⓒ <스포츠조선> 갈무리



<스포츠조선> 해당기사의 댓글 해당 기사의 내용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입니다. 여러 네티즌들도 용어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스포츠조선> 해당기사의 댓글 해당 기사의 내용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입니다. 여러 네티즌들도 용어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스포츠조선> 갈무리


그렇다면 네티즌들이 지적한 '틱 증상'은 무엇일까요?

'틱(Tic)'이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작스럽고 빠르게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리듬을 갖지 않는 상동적인 근육의 움직임이나 소리를 내는 것을 뜻합니다.

틱 증상은 운동 틱과 음성 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운동 틱은 반복적으로 눈을 깜빡이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것, 그리고 팔을 흔들거나 손가락을 비트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음성 틱의 경우 코를 킁킁거리거나 헛기침하기, 침 뱉는 소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틱 장애는 주로 7세 정도의 취학기 어린 나이에 많이 볼 수 있으며 틱 장애의 가장 가벼운 형태인 일시적 틱 증후군 같은 경우 취학기 아동의 최고 24%까지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김범조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틱 장애에 대해 "뇌의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뇌가 성숙되는 성인기가 될 때까지 70∼80%가 없어진다"면서 대부분의 틱 장애 환자들의 경과가 비교적 좋다고 했습니다.

김근우 동국대학교 분당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한방에서는 모든 떨림과 경련 등을 풍(風)으로 본다"면서 "틱 장애의 원인은 타고난 체질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보통 초등학교 5∼6년이면 저절로 사라지지만, 요즘은 이보다 더 오래 나타난다"면서 "입시 스트레스와 긴장이 작용한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틱 장애가 심한 경우 행동 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 틱 증상이 있는 아이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자신의 의지로 틱 증상을 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그러므로 주변 사람들은 틱 증상이 신경이 쓰이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틱 증상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야구 선수들의 특이한 습관은 왜 나올까?

특이한 동작으로 유명했던 박정태 선수 과거 롯데 자이언츠의 박정태 선수는 타석에서 끊임없이 흐느적거리는 동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타격폼은 현재까지도 야구팬들에게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 특이한 동작으로 유명했던 박정태 선수 과거 롯데 자이언츠의 박정태 선수는 타석에서 끊임없이 흐느적거리는 동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타격폼은 현재까지도 야구팬들에게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 롯데 자이언츠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특이한 타격 폼을 자랑했던 선수는 지난 90년대 롯데 자이언츠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박정태(현 롯데 2군 코치) 선수일 것입니다.

타석에서 끊임없이 흐느적거리는 그의 폼은 많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현재까지 많은 야구팬들에게 '타자 박정태'를 기억하게 합니다.

박한이 선수나 박정태 선수와 같이 타석에서 특정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요?

황준원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야구선수들이 타석에서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이는 하나의 습관화된 행동으로, 불안한 심리를 달래는 기능을 한다"고 분석했고, 김범근 교수도 "일종의 불안장애 중 강박증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 이들의 행동은 치료가 필요한 것일까요?

황준원 교수는 선수들의 무의식적 행동에 대해 "무심코 생기는 버릇의 하나로 보고 질병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고, 김범조 교수도 "장애와 비 장애의 구분은 사회적으로 기능이 문제가 생기는 지의 여부로 볼 수 있는데, 이들 운동선수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생활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장애라고 할 수 없다"고 이들 행동이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되는 틱 증상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무심코 사용한 용어 선택, 당사자들에게는 크나큰 고통

지난해 9월 KBS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틱 장애'를 개그소재로 삼아 흉내내다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결국 같은 해 11월 KBS에서 공식사과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비록 해당 방송사와 작품을 만든 관계자들이 틱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미 틱 장애를 가진 환아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은 크나큰 고통을 겪고 난 후였습니다.

야구 선수들의 습관을 틱 증상과 연관시킨 이번 <스포츠조선>의 기사는 비록 내용이 참신했지만, 잘못된 용어 선택으로 틱 장애를 가진 많은 환아들과 그들의 부모, 그리고 해당 선수들까지 고통에 빠뜨릴 수 있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했던 <스포츠조선>의 한 야구부 기자는 기사의 제목과 내용에 선수들의 무의식적 습관을 틱 증상과 연관시킨 것에 대해 "의학적 자문을 구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의학적으로 질병이지만 사회통념상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비유 또는 은유를 한 것이다. 즉 (선수들의 습관을) '야구에서의 틱'이라고 비유를 한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의학적인 '틱 장애'를 말하려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황준원 교수는 "객관적인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 정확한 내용과 용어를 구사해야 하는데, 과학과 관련된 용어를 사용할 때는 관련된 내용을 기사화하기 전에 자문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이어 황 교수는 "해당 질병을 앓고 있는 환아나 부모님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고, 정상인들도 잘못된 정보로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기사 작성 시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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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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