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와"공연을 보러가자는 선배의 전화였다. 선배와 난 영남대학교 노천강당으로 향했다. 비가 드문드문 내렸다. 선선한 기온에 바람도 산들산들 불었다. 주차하고 내려서는 순간 '쿵쿵' 울림이 느껴졌다. 진원지는 노천강당이었고 조명이 세어 나왔다. 설렜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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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시모니까?" 위쪽 왼편이 일본 밴드인 '풀몬티, 나머지는 '훌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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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에 들어서는 족히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궂은 날씨에도 꽤 많은 사람이 찾았다. 무대 위에는 초청된 일본 그룹인 '풀몬티'가 한창 공연 중이었다.
"또 만나는구나, 락페여!" 6년 동안 빠짐없이 왔는데, 매년 라인업이 점점 낯설다. 예전엔 밴드 계보를 꿰고 있었는데, 이젠 영 데면데면하다. 내 열정이 식었고, 밴드문화가 시들어서 일 것이다.
'풀몬티' 다음으로 '훌리건'이 릴레이 공연을 이어갔다. 훌리건은 좀 낯이 익다. 2002년 7회부터 꾸준히 참여해 온 터이기에 여간 반갑지 않았다. 펑키하게 덩실대는 리듬에 거칠게 얹힌 래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역시 훌리건이야!"
다음은 1999년 4회 공연 때 처음 참가했던 '피아'였다. 지금은 '서태지 컴퍼니'의 멤버로 더 유명한 부산출신의 밴드다. 보컬의 묵직한 목소리에 육중한 리프! 역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하드코어'밴드답게 공연장 분위기를 들끓게 만들었다.
비는 어느새 그쳤다. 난 막판 스퍼트를 위해 힘을 아꼈다. 헤드뱅잉하는 사람들 틈에서 가볍게 리듬을 타면서.
피아의 공연이 끝난 뒤, 다음 팀 공연을 위해 악기 세팅을 했다. 주위를 보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에, 엿들어 보았다. "윤밴이야 빨리와" 이번 공연의 '메인'인 YB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던 것이다.
공연 전 먼저 나온 베이스의 박태희는 악기를 퉁퉁 튕기며 무대 앞 관객과 눈을 맞추었다. 분위기를 읽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내 윤도현이 나왔고 'YB'의 공연은 시작되었다.
공연 중 이리저리 둘러보니 관객이 불어 있었다. 귀에 익은 곡과 하드하고 낯선 곡을 섞은 레퍼토리! 그들은 국민밴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련했다. 분위기는 정점에 이른 듯했다.
YB가 끝난 뒤 카피머신과 뷰렛이 공연을 마치니 시간은 밤 한 시, 드디어 마지막 밴드인 슈퍼키드가 올라왔다. 허첵은 특위의 앵앵대는 목소리로 속사포같이 랩을 내뱉었다. 그들은 연방 뛰어다니며 ‘공연의 절정은 마지막에 있다’는 걸 몸으로 음악으로 노래로 보여주고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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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의 디바 뷰렛의 보컬인 문혜원의 '광기'어린 무대 매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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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을 장식한 슈퍼키드 깡충깡충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슈퍼키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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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12번째인 영남대학교 락 페스티벌에는 교내 네 팀을 포함해 모두 20개 팀이 참여했다. 문화의 불모지인 지방에서, 특히 보수적인 대구에서 락 페스티벌을 십 이년 째 이끌어 온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락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연을 주최한 영남대 총동아리연합회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매해 이틀간 진행되던 공연이 올해는 하루라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공연 진행자가 한 말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올밴을 섭외하기 위해 올해는 하루로 줄였다"라고 진행자가 말했던 것이다. 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더 많은 밴드가 무대에 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쉽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