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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나카라 가는 길, 옥수수를 팔고 있는 아이들
 마나카라 가는 길, 옥수수를 팔고 있는 아이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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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라는 커다란 섬을 여행하려면 어떻게 경로를 세우는 것이 좋을까. 대부분의 경우, 이 섬에 도착하는 것은 수도인 안타나나리보(타나)를 통해서일 것이다.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긴 이 섬에서 타나는 거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 섬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타나를 떠나서 섬의 북쪽으로 갈지, 남쪽으로 갈지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나한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여행계획을 세울 때, 나는 남쪽을 위주로 계획을 세워두었었다. 타나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오밥나무가 있는 무릉다바, 웅장한 산악지역의 이살로, 열대우림의 라노마파나에 갈 수 있다.

내가 마다가스카르에 오기 전에 세운 계획은 여기까지였다. 라노마파나 다음에 어디로 갈지는 도착해서 정하자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 타나를 거쳐서 북쪽으로 올라갈지, 아니면 좀더 남쪽으로 내려갈지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본다면 다음 여행지로 '마나카라(Manakara)'를 택한 것은 순전히 우연 때문이었다.

열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 마나카라

마나카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무릉다바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행자 '이기' 덕분이다. 아버지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그는 나에게 마나카라에 대한 정보를 들려주었다. 마나카라는 인도양을 볼 수 있는 항구도시다. 물론 마다가스카르에서 인도양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마나카라 말고도 많다.

하지만 마나카라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피아나란츄아에서 마나카라로 가는 정기 여객열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 열차를 타고 가면 열차 밖으로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고 한다. 이기는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채로 멋진 경치에 감탄하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마나카라에 가자!'라고 결정했던 것도 그때였다.

마다가스카르의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피아나란츄아(피아)를 베이스캠프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피아는 20만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다. 여행자를 위한 작고 깨끗한 숙박시설도 많고, 싸고 좋은 식당도 많다. 이 도시 자체에는 큰 볼거리가 없다. 이 도시가 편한 이유는 이살로, 라노마파나, 마나카라, 뚤리아라 등의 지역으로 가는 교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피아에 돌아와서 하룻밤을 잔 나는 마나카라로 떠날 준비를 했다. 피아에서 마나카라로 가는 열차는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수요일,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고 마나카라에 가서 2박을 할 예정이다. 피아에서 마나라카로 가는 열차는 목요일에 있다. 목요일 밤에 열차가 마나카라에 도착하면, 그 열차를 타고 금요일에 피아로 돌아올 계획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 8시에 마나카라로 가는 미니버스를 탔다. 미니버스의 요금은 1만 3천 아리아리, 우리 돈으로 6500원가량이다. 피아에서 마나카라로 가는 길은 잘 닦인 포장도로다. 그렇지만 경사를 따라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워낙 굽은 길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버스를 타면 도착할때까지 대충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열차를 탄다면 이것보다 시간이 적게 걸릴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열차가 낡았기 때문에 고장도 잦고 연착도 다반사라고 한다. 버스의 창밖으로는 야자나무와 파인애플나무, 그리고 마다가스카르를 상징하는 나무 Traveller's Palm이 보인다.

무릉다바가 있는 서쪽해안과 마나카라가 있는 동쪽해안은 다르다. 서쪽에서는 바오밥나무를 볼 수 있지만, 동쪽에서는 Traveller's Palm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서쪽해안에는 모잠비크해협이 있고, 동쪽해안에는 인도양이 있다. 같이 바다이지만 모잠비크해협과 인도양은 분명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동해와 서해가 다른 것처럼.

인도양을 볼 수 있는 항구도시, 마나카라

 마나카라 가는 길, 작은 상점들
 마나카라 가는 길, 작은 상점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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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나카라 가는 길
 마나카라 가는 길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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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버스는 포장도로를 따라서 달려간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에서는 뉴욕을 떠난 동물들이 우여곡절 끝에 마다가스카르의 해안에 도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동물들은 마다가스카르의 어떤 쪽 해안에 도착했을까. 동쪽해안이었을까 아니면 서쪽해안이었을까.

<마다가스카>에서는 그 해안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그곳에서 수많은 여우원숭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야자열매와 Traveller's Palm이 가득한 숲 저멀리 바오밥나무가 보이기도 했다. 아니 여우원숭이들이 춤을 추고 회의를 하는 장소가 바로 바오밥나무 아래였다.

바오밥나무와 Traveller's Palm이 한데 어우러진 울창한 숲, 그러면서도 여우원숭이들이 모여있는 숲. 마다가스카르에 실제로 그런 장소는 없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장면에 의문을 품는 것 자체가 우스울지 모르겠다.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다. 마다가스카르에 정말 그런 곳이 있을까?

피아를 떠난 미니버스는 오후 3시에 마나카라에 도착했다. 마나카라는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는 택시가 없다. 시내의 운송수단은 'Pousse-pousse'라고 부르는 인력거가 전부다.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서니까 수많은 인력거꾼들이 버스 주위로 모여든다.

나는 마나카라에 관한 별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론리플래닛>에도 마나카라 지도는 나와있지 않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배낭메고 걷기도 좀 그렇다. 그래서 나도 인력거를 타기로 했다. 나에게 다가온 인력거꾼은 가지고 있던 종이 한 장을 펼쳐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작은 호텔을 소개하는 종이다. 거기에는 'Flamboyant Hotel'이라는 호텔이 나와있었다.

이 인력거꾼은 여행자를 이 호텔로 데려다주고 일정한 소개비를 받는 모양이다. 이 사람은 영어를 못하고 나는 말라가시어를 모른다. 그래서 땅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얘기를 했다. 호텔의 방은 하룻밤에 1만 4천 아리아리란다. 흥정끝에 터미널에서 호텔까지 인력거요금은 5천 아리아리에 합의를 봤다. 내가 배낭을 들고 인력거에 오르자 그는 인력거를 끌고 신나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많은 인력거가 질주하고 있다. 도로는 비포장이고, 대부분의 인력거꾼들은 샌들을 신고 있다. 그중에는 맨발로 달리는 인력거꾼도 있다. 날 태운 인력거꾼은 달려가면서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뭔가 대화를 하기도 한다.

어차피 난 이 마을의 길을 모른다. 처음에 도착해서 인력거를 탄 채로 마나카라의 첫인상을 보는 것도, 인력거를 타고 달리면서 이 마을의 길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인력거를 타고나서 30초도 지나지 않아서 깨지고 말았다.

많은 인력거가 있는 마을, 마나카라

 마나카라 시내, 많은 인력거들
 마나카라 시내, 많은 인력거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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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다가스카르에서도 단결 투쟁?
 마다가스카르에서도 단결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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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쑥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이걸 타고 있어도 괜찮나? 이 인력거에는 몸무게 70kg의 성인남자와 40리터짜리 배낭이 실려 있다. 이 '짐'을 태운 채로 열심히 달려가는 인력거꾼이 안되보이기도 했고, 왠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인력거에 앉아 있으면 길의 앞쪽이 훤히 보인다.

바꿔 말하자면 길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도 내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인력거의 구조가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택시를 탔다면 이렇게 쑥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나카라의 인구와 무릉다바의 인구는 비슷하다. 무릉다바에는 인력거 대신에 택시가 있었다. 왜 마나카라에는 택시가 없고 수많은 인력거가 있을까.

인력거를 끄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전신노동에 가까울 것이다. 쉽게 말해서 사람 골병들게 만드는 일이 아마 이 일일 것이다. 게다가 정신적으로도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마나카라의 거리에는 달려가는 인력거도 많고 멈춰선 채로 손님을 기다리는 인력거도 있다. 두말할것도 없이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여기에 나와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걷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이걸 타는 것이 좋을까. 지금 기분 같아서는 두번 다시 인력거를 타지 않을 것만 같다.

인력거는 달리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작은 호텔에 도착했다. 나는 그에게 돈을 건네주고 호텔로 들어섰다. 나이가 많고 머리가 벗겨진 서양인이 날 맞아주었다. 그는 나에게 위층에 있는 방을 안내해주었다. 방은 혼자쓰기에 적당한 크기다. 하지만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배인은 날 데리고 위층의 발코니로 갔다. 발코니에서는 마나카라의 거리가 내려다 보인다. 지배인은 그 거리를 보면서 말한다.

"저쪽에는 시장이 있고, 밥을 먹으려면 이 주변에 많이 있는 식당을 이용하면 돼."
"해변으로 가려면요?"
"해변은 여기서 좀 걸어야돼. 걸어서 한 20분 정도?"

멀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던 무릉다바와는 다르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겨울이라서 해가 빨리 지는 것을 고려해보면, 인도양 구경은 내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나카라 시내의 모습
 마나카라 시내의 모습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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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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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과 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저서로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