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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보면 막힐 때도 있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가 없을 정도로 꽉 막힐 때도 있다. 일이 쉽게 풀리면 일이 아니다.

일다운 일은 어려움과 힘든 과정을 다 극복하고서 제대로 이뤄내는 경우이다. 쉽게 풀리거나 이뤄지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일수록 아무나 하지는 못한다. 평소 일을 잘 처리하고 마무리 짓는 사람을 보면 대개 준비가 철저한 사람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협상과 설득에도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일은 어찌 보면 주고받는 Give & Take의 게임이다. 내가 건네주지 않는데 그냥 상대방에서 주는 일은 없다.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보면 다 필요했기 때문에 건네줬음을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변하지 않는 법칙의 하나가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일을 잘 하려면 일 잘하는 법을 익히고, 준비해야 한다. 그냥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협상이나 설득도 그렇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내 의견을 따르도록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한두 명도 어려운데 상대의 숫자가 몇 십 명, 몇 백 명이나 된다면 이야기의 차원이 달라진다. 특히 회사의 운명이 걸린 일이나 국가간의 협상이라면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과 강심장이라도 어려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협상과 설득은 어떤 특정한 틀이 있는 게 아니다.

상대방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것이다. 사람의 심리는 상대가 누구이냐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게 마련이다. 첫인상에 좋거나, 느낌이 좋아 서로 마음을 열고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고, 아예 앉아마자 기분이 상해 벽만 쳐다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도 있다.

협상과 설득의 기본원칙이나 룰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자세이다. 내 말만 실컷 하고 나오면 협상이나 설득이 아니다. 통보(通報)요 통고(通告)이다. 상대가 내 주장을 인정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한국의 직장인들이 술자리를 가질 경우 마지막에는 싸움으로 끝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것은 바로 한국인의 협상과 설득수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뜻을 함께 하다가도 시간이 가면서, 또는 대화내용이 달라지면서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꾸준히 듣고 있는 사람이다. 사실 그런 사람하고는 친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남을 설득하여 무슨 일을 하도록 하려면 먼저 말로 부탁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하고 싶은 기분을 상대방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하고 자문에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D.카네기는 협상과 설득의 달인이었다. 그의 주장의 요지는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순리적으로, 은근하게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상대를 항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다, 상대를 공격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백전백승(百戰百勝)을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智)로써 이기는 것이 제1이요, 위엄으로써 이기는 것이 제2이며,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제3이고, 성(城)을 공격하는 것은 최하위의 방법이다."

B.파스칼의 말이다.

사람은 대개 90분 간격으로 심리적 변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 상대의 변화를 잘 잃고 대처하지 않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이길 수 없다. 잘못된 협상이나 설득은 차라리 하지 않음만도 못하다. 이쪽의 생각과 전략만 노출할 수 있다. 협상과 설득에 왕도(王道)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평소 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마음을 갖다보면, 눈도 머리도 그에 맞춰 따라오게 마련이다. 협상가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기분과 현재의 마음상태를 읽어내는 귀신 같은 눈길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만 설득할 수가 있다. 의외의 전략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협상과 설득의 과정이기도 하다. 어차피 나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만큼 누군가와는 부딪혀야 하고,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런 뜻에서 평소 협상과 설득이라는 주제를 갖고 부단히 생각을 모으기 바란다. 예를 들어 협상이나 설득하기에 좋은 날과 좋은 시간대, 그리고 장소는 과연 어떨까?

늦은 밤 시간이나 새벽 이른 시간에 누가 전화를 걸어오면 긴장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오전 중에는 업무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무거울 때이다, 그렇다면 오후 시간뿐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는 피곤해지기 마련이므로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루 중 가장 적합한 시간은 점심식사 2시간 후부터 퇴근시간 전까지이다. 다만 퇴근시간을 코앞에 둔 시간은 피해야 한다.

자신의 또 다른 일정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 때문에 아무리 이쪽에서 말을 해봤자 상대의 가슴에 닿을 수가 없다. 히틀러는 대중연설을 하기 가장 좋은 시간으로 "해질 녘의 설득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외쳤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등 날씨가 궂은 날도 피해야 한다. 생각이 많아지고 눈길이 자꾸 밖을 향하기 때문에 논제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일주일 중에는 어떨까? 물론 요즘은 토·일요일을 쉬는 주5일 근무제가 대세이기 때문에 당연히 평일을 택해야 한다. 평일 중에서는 월요일 못지않게 수요일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월요일은 이틀간의 휴무로 심신이 피곤하고 밀린 업무나 회의 등으로 마음이 급하기 때문인데, 그것보다 수요일이 더 위험한 것은 업무에 대한 긴장도가 떨어져 건성으로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상이나 설득을 하기 위한 장소는 어떨까? 물론 협상장의 분위기나 자리배치, 향기, 소리의 톤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실내보다 실외에서 하는 것이 낫다.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으면 될 수 있으면 널찍한 바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폐쇄된 공간이나 사무실은 순간적으로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고, 마음을 닫게 한다.

하지만 넓은 공간이라면 시선이나 마음을 모으기에는 다소 부족할지 모르지만 상대로 하여금 나의 의견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데는 최상이다. 정상회담을 할 때 정원이나 목장 등을 거닐면서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예이다.

더 중요한 이야기는 남이 있는데서 하는 것이 아니다. 단 둘이서만 해야 한다. 비밀유지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의식하게 된다.

어떤 협상이나 설득을 할 때 미리 정해졌거나, 쌍방이 이미 알고 있는 논제 외에 갑자기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가서는 안 된다. 갑자기 새로운 것을 갖다 되면 상대방이 불쾌해 하거나, 아니더라도 피곤해 하게 된다. 정치인들이 회담하거나 회동 때 주로 서두에 날씨 이야기 등으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상대가 협상일 바로 직전에 어떤 좋지 않은 일을 겪은 경우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엊그제 부친상을 당한 사람을 놓고 협상하거나, 어떤 설득을 한다고 생각해 봐라. 결과는 뻔하다. 앉는 자리도 중요하다.

물론 1대 1의 자리라면 당연히 마주앉게 되겠지만 이 경우에도 되도록이면 상대방이 자신의 왼쪽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시선을 약간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사람의 감정을 담당하는 뇌는 우뇌이며, 이것이 좌반신을 지배하고 있어 좌측 얼굴표정이 풍부하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프로 모델의 경우 대개 좌측 얼굴을 보여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어떤 협상이나 설득을 잘 하려면 사전에 그 상대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협상이나 설득에 실패하는 것은 그만큼 준비가 돼 있지 않았을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아들과 딸 그리고 옛 직장의 후배들에게 던지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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