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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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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의 위대성은 현대인과의 끊임없는 소통에서 증명된다. 일견 딱딱하고 건조해 보이는 고전 읽기, 그 과정은 고통인 동시에 더할 나위 없는 쾌락이다. 가슴보다 머리를 즐겁게 해주는.

2400년 전 까마득히 먼 옛날 희랍에 살았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성과 현재성 역시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부단히 증명돼왔다. 얼마 전엔 문화평론가 진중권이 그의 이름과 저서를 인용해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영화 <디 워>가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지난 8월. 한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진씨가 영화의 플롯과 서사구조를 이야기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언급한 것. 이는 앞서 말한 '고전과 현대인의 소통'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바로 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역저 <수사학 2>(리젬)가 번역·출간됐다. 올 4월 1권이 나온 후 5개월여 만이다.

프랑스 '레 벨 레트르' 출판사로부터 판권을 구입한 출판사가 3년간의 번역기간을 거쳐 독자 앞에 선보인 <수사학>은 다소 거칠게 설명하자면 '말 잘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부연하자면, '설득의 기술'과 '합리적인 청취법'을 서술한 것.

먼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좀 알아보자.

그리스 고전철학의 거장 중 한 명인 그는 BC 384년 북부 스타게이아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열 여덟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아테네로 입성해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서 공부를 시작했으며, 스승인 플라톤이 사망한 뒤에는 자신의 학교 리케이온을 열었다.

철학은 물론 문화 전반의 해석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던 아리스토텔레스. 앞서 언급한 <시학>과 <수사학> 외에도 <행복론> <철학에 관하여> <이데아에 관하여>를 저술한 그는 2400년 시간을 뛰어넘어 세상과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에게 조언을 들려주는 친절한 '스승'이자 격의 없는 '친구'다.

그렇다면 책을 펴든 독자들의 스승이자 친구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1권이 우리가 무언가를 조언하거나 만류하기 위해 필요한 논증들, 누군가를 칭송하고 비난하기 위한 논증들, 비판과 자기옹호의 논증적 기반을 살폈다면, <수사학> 2권은 보다 구체적으로 분노와 우정, 증오와 연민, 수치심과 시기심, 호의와 분개 등에 포커스를 맞추고 논의가 전개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분노는 충동적이고 고통스런 욕망이다.'
'평온함이란 분노의 상태에서 정상적이고 평온한 상태로 되돌아옴을 의미한다.'
'두려움이란 파괴나 고통을 야기할 수 있는 해악에 대한 상상의 결과물이다.'
'수치심은 현재 혹은, 과거나 미래에 우리의 명성을 실추시킬 수 있어 보이는 악덕에 관한 고통이다.'
- 책 속에서.


어떤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가. 철학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사물에 관해 정의 내리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2400년 전 이토록 명쾌하고, 쉬운 언어로 인간의 감정을 해석해낸 걸 보니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재 철학자'라는 말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혹은, 공자나 장자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집어먹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책은 재미없고 어렵다'는 선입견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류역사가 창출해낸 위대한 유산임에 분명한 그들의 저작을 마냥 멀리할 것인가. 그건 슬픈 일이다.

<수사학>도 좋고, 다른 고전이라도 무방하다. 이번 가을엔 우리보다 수천 년 먼저 살다간 철인(哲人)들의 지혜를 배우자. 잘 씌어진 소설이 선물하는 가슴뭉클함과 빼어난 시집을 읽으며 느낀 서늘한 카타르시스와는 또 다른 기쁨이 '고전 읽는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수사학 2 -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이종오 옮김, 리잼(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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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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