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양태윤 91회 총회장과 생명을 상징하는 어린이가 함께 등단을 했다.
▲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2회 총회를 시작하는 예배를 드리기 전에 촛불점화를 하고 있다. 양태윤 91회 총회장과 생명을 상징하는 어린이가 함께 등단을 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1970~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왔던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지난 9월 11일(화)~14일(금)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온 생명을 살리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로 제92회 총회를 가졌다.

이번 총회에서는 9월 13일(목) 오후, 경남노회가 헌의한 '제29회 총회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공식회개와 사과표명 건'을 결정했으며, 각 노회와 지 교회 별로 죄책고백과 회개 관련 행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한 교회들은 제92회 총회 회기 중(2008년 3월 첫째주) 3·1절 기념주일을 신사참배 회개주일로 제정하여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총회 마지막 날(14일),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제92회 총회선언서를 통해 '온 생명의 존속을 위협하는 개발을 억제해야 할 것'과 '경제적 성장과 세계화의 피해를 극복해야할 것', '비정규직의 문제', '양성평등의 문제', '타문화의 이해 및 선교의 태도'에 대한 입장 등을 채택했다. 또한 '반생명적인 죽임의 문화'에 동조해 왔음을 반성하며 생명 살림의 문화를 위해 온 교회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민중신학의 산실이기도 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전국적으로 약 1600여개의 교회와 34만명 정도의 신도들을 가지고 있는 작은 교단이다. 그러나 기장교단은 1970~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으며, 최근 사학법과 관련해서도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제92회 총회를 마감하는 폐회예배광경
▲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2회 총회 광경 제92회 총회를 마감하는 폐회예배광경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아래는 기장이 발표한 신사참배외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고백 선언문과 총회 선언서이다.


신사참배외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고백 선언문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907년 평양에서 일어났던 영적 대각성 부흥운동과 이준 열사를 비롯한 여러 기독교인들에 의해 주도된 헤이그 특사 사건 100주년인 2007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에 하나님과 민족 앞에 우리가 범한 죄에 대해 통절한 심정으로 회개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잘못을 시인하고 참회하기 보다는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을 고백합니다. 교회의 참된 각성과 부흥은 지난날의 죄에 대한 참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믿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의 죄책 고백문을 통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이 땅의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영적각성과 부흥의 은총을 입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1. 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합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강압에 못 이겨 교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신앙의 정절과 양심을 지키지 못하고 신사참배에 가담하였습니다. 우리는 신사참배가 종교행위가 아니라는 일제의 거짓논리를 수용하여 성도들을 기만하고 신앙양심에 눈을 감았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예배의식에 묵도, 동방요배(東方遙拜), 황국신민서사 낭독 등 이른바 일본식 국민의례를 순서에 넣어 거룩하신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고 우상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목사들의 연수회에서 일제의 시조신(始祖神) 천조대신(天祖大神)의 이름으로 신도세례(神道洗禮)를 받은 죄를 고백합니다. 부당한 일제의 강압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신앙으로 맞서지 못하고 일제 신사에 머리 숙였던 부끄러운 죄를 통절한 마음으로 회개합니다.

2.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죄를 회개합니다.

우리는 교회의 재산을 국방헌금, 애국운동기금연보라는 이름으로 일제의 침략전쟁 수행에 갖다 바친 죄를 자복하며 회개합니다. 국민총력의 허울 아래 일제의 군국주의 이념을 선전하고 일제의 전쟁물자 징발에도 가담했던 죄를 회개합니다. 일제 군국주의 나팔수로 전락하여 젊은이들을 사지(死地)로 내 몰았던 죄악에 대해 민족의 역사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교회에 걸었던 기대와 소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도리어 일제에 굴복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족의 가슴에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긴 우리의 죄악에 대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용서를 빕니다.

3.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의 죄를 참회하고 청산하지 못한 죄를 회개합니다.

우리는 해방 후 신사참배에 굴복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회피하였습니다. 이로써 신사참배의 죄악을 참회하고 거룩한 교회로 새롭게 거듭날 것을 주장하는 형제들과 분열하였습니다. 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아집과 완악함 때문에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분열시킨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통감합니다. 우리는 신사참배 때문에 갈라진 형제자매들에게 회개를 거부했던 우리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며 화해와 협력의 손을 내밉니다.

우리는 교회가 또다시 하나님과 민족의 역사 앞에 부끄러운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의 수치스러운 죄악을 기억하며 역사의 교훈으로 길이 간직하고자 합니다. 신앙과 양심의 자유,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출발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어떠한 불의와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을 영원한 진리로 선포하며 한국교회의 개혁과 올바른 성장, 그리고 새 시대를 준비하는 화해 ․ 평화선교에 적극 앞장서고자 합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지난 날 우리의 죄악을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고, 100년 전 이 땅의 교회 위에 내려주셨던 성령을 오늘 다시 이 땅 모든 교회와 성도들의 가슴에 부어주시기를 엎드려 간구합니다.

2007년 9월 13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임명규 및 총회원 일동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2회 총회선언서


"온 생명을 살리는 예수 그리스도"
신명기 30:19~20, 요한복음 1:4, 고린도전서 15:45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죽임의 문화가 온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오늘 우리는 제92회 총회를 맞아 온 생명을 살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며 죽임을 넘어 살림을 일궈내기 위한 결의를 다지고자 한다. 

하나님께서는 생명을 택하라고 하신다(신명기 30:19-20).

하나님께서는 제국 이집트에서 고통을 겪던 이스라엘 백성을 살려내셨다. 하나님께서 부여해 주신 고귀한 형상을 지키지 못하고 죽임의 노동만을 강요당했던 백성들은 해방의 감격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 백성 앞에 탄탄대로만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백성들은 제국의 군사적 위협을 겪어야 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고기 가마의 유혹에 시달려야 했다. 그 백성 앞에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따르는 것만이 진정으로 살 길이라고 밝히신다. 오늘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의 갈림길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만이 진정으로 생명과 복을 택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요한복음 1:4).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온 생명을 지으실 때 함께 계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땅에 오시어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내시는 빛이 되셨다. 하나님께서 온 생명을 아름답게 지으셨건만 인간의 탐욕으로 온 생명은 아름다운 빛을 잃고 서로가 서로에게 죽임을 강요하는 고통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하나님의 말씀마저도 인간의 탐욕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했고 온 생명은 짙은 어둠 속에서 탄식해야만 했다. 그 어둠 속에 탄식하는 생명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진정한 빛이 되어 구원의 희망을 회복하셨다. 죽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오늘 현실에서도 변함없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참 생명의 빛이 되신다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을 살리는 영이시다(고린도전서 15:45).

어둠의 힘이 생명의 빛을 가리고자 했으나 그 빛은 지금도 우리를 환히 밝히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임을 당하셨다. 그러나 참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죽임을 넘어 부활하셨고 지금 우리에게 생명을 살리는 영으로 함께 하신다. 그리스도인은 죽임을 넘어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에 힘입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이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

죽임을 넘어 살림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생명을 살리는 영이라고 믿는 우리의 믿음은 죽임의 문화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바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
오늘 온 생명은 실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맨 처음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름답게 지어진 세계는 지금 가혹한 죽임의 악순환 속에서 하나의 온 생명으로서 모습을 훼손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존립을 위협당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의 생명을 보장받고 스스로 쌓아올린 문명을 지키려는 일에만 몰입함으로써 마치 암세포와 같이 온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끝내는 자신의 생명과 문명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제어되지 않은 과학기술은 생명의 질서를 교란하고, 인간들 사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진정으로 잘 사는 삶에 대한 성찰 없이 가속화되는 경제적 성장의 추구 욕망이 온 생명의 파괴 현상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그 욕망은 끊임없이 배제의 논리와 그 체제를 강화시킴으로 뭇 생명을 고통의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그것이 오늘 죽임의 문화의 실상이다.

우리는 그 죽임의 문화를 강요하는 현실을 넘어 살림의 새 땅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지금 직면한 과제들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실천의 결의를 천명한다.

1. 온 생명의 존속을 위협하는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 등 자연생태계의 훼손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이상 기후 현상 등 자연생태계가 균형을 잃은 데서 비롯되는 여러 현상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빌미로 한 무분별한 개발은 온 생명의 존속이라는 한계 안에서 억제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2. 경제적 성장과 세계화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
경제적 세계화는 고삐 풀린 자본의 횡포로 많은 병폐를 동반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포함한 경제 자유시장 정책은 자연생태계 훼손, 양극화로 인한 국민 생활기반의 와해 및 농민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몰락 위험성에 대한 대비책 없이 무한정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3. 비정규직의 증가는 빈곤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연대성을 해친다.
최근 비정규직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라는 법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악용되고 있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연대성과 안정성 차원에서는 물론 경제적 성장 잠재력 차원에서도 비정규직의 증가는 매우 위험한 수위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4. 양성평등의 문화와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차별과 함께 양성 불평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교회 안에서마저도  양성 평등 실현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해 우리 총회에서 양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결의한 취지에 따라 양성평등의 문화와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5. 남북정상회담과 대통령선거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더 많은 민주주의에 기여해야 한다.
지난 8월로 예정되었던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지역의 수해로 연기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는 북녘의 동포들이 재난을 하루 빨리 극복하도록 정성과 기도를 아끼지 않을 것이며,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이뤄져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또한 연말에 예정된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진일보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이를 위해 우리는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6. 한국교회는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선교의 태도를 신중히 재고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피랍사태와 희생을 우리 모두는 마음 아파한다. 다행히 19명의 생존자 전원이 석방된 것은 하나님의 은총임을 감사드린다. 그러나 한편 우리는 한국교회의 선교열정이 타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배타적 태도를 동반하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인에게 지상명령인 선교는 중단될 수 없지만, 그 태도와 방법은 타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동반하여야 할 것이다.    

7. 반생명적 죽임의 문화에 기여해 온 우리 스스로를 반성한다.
온 생명을 살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반생명적 죽임의 문화에 동참하고 기여해 온 사실을 참회한다. 우리는 때로는 우리의 편의를 위하여 사실상 죽임의 문화에 동참하기도 했고, 때로는 알지 못하는 가운데 죽임의 문화에 기여해 왔다. 오늘 우리는 생명을 택하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무엇이 진정으로 생명을 살리는 길인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한다.

이제 기장의 모든 교회와 성도들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생명을 선택하는 기도와 운동에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 생명을 살리는 지혜를 간절히 구하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는 깨달음을 주실 것이며 죽어가는 이 땅의 생명을 살리는 일꾼으로 삼으실 것이다.

2007년 9월 14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2회 총회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민중신학의 산실이기도 하다.
▲ 사립학교법과 관련된 집회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민중신학의 산실이기도 하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태그:#한국기독교장로회, #민중신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