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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긴 두 사람

 신정아씨
 신정아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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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이 온통 핑크색이다. 변양균과 신정아, 두 사람의 낯 뜨거운 염문이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낯 뜨거운 것은 비단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만이 아니다. 주고받은 이메일의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미루어 짐작토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검찰과 언론의 그 노골적인 까발림이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발가벗긴 두 사람의 치부를 백주 대낮에 빤히 쳐다보는 듯한 낭패감 때문이기도 하다.

변양균·신정아 두 사람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두 사람의 거짓말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신씨와 무관함을 강조해왔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더 그렇다. 그의 거짓말은 되레 그의 혐의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그들의 '부적절한 관계' 역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의 내밀한 편지(이메일) 글 내용이 공공연하게 공개되고, 그들의 '행위'가 아니라, 그들의 '관계' 만으로 여론재판을 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일까. 오늘(12일) <세계일보> 조용호 문화팀장은 '편지는 죄가 없다'고 썼다. 조용호 팀장은 이 칼럼에서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22일까지 열리고 있는 '문인편지전’에 전시된 여러 문인들의 내밀한 편지글을 소개하고 있지만, 칼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주목한 것은 '동티가 난 편지'였다.

'동티가 난 편지'는 말할 것도 없이 "어제 오늘 일간지 1면을 장식한 정권 실세와 학력위조 큐레이터 여성의 은밀한 이메일"을 말한다. 조용호 팀장은 "편지라는 형식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수신자가 혼자서만 읽는 최고의 호사스러운 문학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정아씨가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이메일을 별도로 보관해 두었던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편지는 죄가 없다"

조용호 팀장은 "그들은 안타깝게도 그 자유를 차압당했다"고 썼다. 또 "편지는 죄가 없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까지 나서 부연을 해야 되는 그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일 따름"이라고도 했다.

<중앙일보> 홍승일 경제부문 부장은 좀더 직설화법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e-메일'이라는 '분수대' 칼럼에서 이번 변양균-신정아 이메일 문제를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본격 제기했다.

홍승일 부장은 시쳇말로 '부적절한 만남'에 의한 스캔들은 호사가들에게는 좋은 입방아거리가 되겠지만 "하루 수십 통씩 이메일을 주고받는 네티즌들 입장에선 모골이 송연할 일"이라고 썼다. "삭제한 메일이 복원돼 한 개인을 나락으로 떨어트린다고 생각해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승일 부장은 "프라이버시를 희생함으로써 얻은 보상이 너무도 흔해진 까닭에 프라이버시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됐다"(렉 휘태커)면서 두 사람의 은밀한 이메일이 공개된 것에 둔감하기 짝이 없는 세태에 에둘러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메일 복원을 통해 신정아-변양균 관계의 단서를 잡았다고 환호작약하고 있는 검찰, 희대의 추문에 들떠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언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진상은 검찰의 수사력과 언론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일 수도 있다.

연애편지 폭로는 '폭력'

하지만 동시에 경계해야 할 것은 사건과는 관계없는 내밀한 연애편지까지도 무차별적으로 까발리고 있는 '폭력'이다. 명백한 수사 결과를 놓고 말해야 할 검찰이 '부적절한 관계'의 폭로에 기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온갖 상상력을 다 펴도록 한 검찰이 과연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꼭 지켜봐야 할 이유다. 그 때 또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잊지 말고 지켜볼 일이다.

<세계일보>의 조용호 문화팀장은 "이 가을 밤, 세상으로 통하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고 차분하게 긴 편지 한번 써 볼 일"이라고 했다.

새삼 신정아-변양균, 그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메일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왜? 그들의 관계는 부적절했을지언정, 그들의 마음까지 부적절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또한 너무 부질없는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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