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철회 어려웠다." 최원제는 해외진출에 대해 신중한 고민을 거쳤다고 말했다.

▲ "해외진출 철회 어려웠다." 최원제는 해외진출에 대해 신중한 고민을 거쳤다고 말했다. ⓒ 김효은


2007년 고교야구를 수놓은 많은 선수 중 최원제(18·장충고·삼성 라이온즈 2차 1순위 지명)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해 경기고에서 장충고로 전학을 갔고 올해 장충고의 에이스와 4번 타자를 겸하며 팀을 무등기와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려놓는데 크게 기여했다. 최원제는 무등기 우수투수상과 황금사자기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국내 프로야구 지명과 해외진출을 놓고도 많은 말들이 오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다는 얘기도 있었고 LG 유니폼을 입는다는 말도 나왔다. 아직 프로에 진출하지도 않은 선수 치고는 뜻하지 않게 지나친 유명세를 탄 셈이다. 이런 최원제를 6일 오후 지하철 4호선 이수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돈만 밝히는 선수로 비쳐져 괴로웠다"

최원제는 1차 지명이 유력하던 출중한 기량의 선수였다. 하지만 연고 구단 중 한 팀인 LG 트윈스는 일찌감치 서울고의 투수 이형종(18)을 1차 지명 선수로 낙점했다. 5월 16일 입단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완료했다. 계약금은 무려 4억3000만원이나 됐다.

이렇게 되니 최원제는 다른 연고 구단인 두산 베어스에 1차 지명되는 것을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산은 시작부터 많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최원제는 "두산 스카우트 분들이 2억원의 예산으로 1차 지명 선수를 택할 입장이었던 것 같아요. 저와 성남고 투수 진야곱(18·두산), 신일고 투수 이대은(18·시카고 컵스)과 얘기가 오갔던 것 같은데 형종이와 계약금 차이가 상당히 크고 마침 미네소타와도 얘기가 오가던 중이라 입단이 성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두산은 진야곱을 1차 지명자로 낙점하고 2억원의 계약금을 건네 약점인 좌투수 문제를 해결했다. 이대은은 시카고 컵스로 80만달러(한화 약 7억5천만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입단했다.

최원제의 해외 진출설이 본격적으로 흘러나올 때도 이즈음이었다. 마침 최원제는 무등기와 황금사자기 주역으로 떠올라 상종가를 치고 있을 때였다. 교섭 상대인 미네소타 측은 최초 20만 달러의 계약금을 제시했지만 지속적인 협상으로 계약금은 45만달러(한화 약 4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원제는 국내에 남기로 했다. 결정적 계기는 바로 '계약금'이었다.

"저는 야구만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사실 45만 달러면 적은 돈은 아니죠. 근데 현실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한국에서 생활하면 정말 거액이지만 외국으로 떠나야 한다면 조금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것 같았어요. 특히 숙소 같은 곳도 8개월만 사용할 수 있었고, 아침과 점심은 구단에서 제공하고 저녁은 사먹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8개월이 지나면 집도 구하고 생활비도 들어갈 텐데 그러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부모님이 지금까지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셨는데 계속 그렇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주위에서도 만류가 있었어요. 45만 달러면 헐값에 가는 것이라고요. KIA 김태원 코치님은 '니가 무슨 용가리 통뼈냐'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웃음)"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고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버티는 동안 소요되는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최원제는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금은 받아야 한다. 한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 속에서 그나마 구단의 특별 관리 대상이 되어야 체계적인 기량의 향상이 가능하다. 마치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지도가 따르는 ‘육성군’이 있듯 말이다.

최원제는 해외진출 무산에 대해서 가족들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 국내에 남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진로 문제는 인생이 걸린 것이라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어요. 사람들에게는 마냥 돈만 밝히는 선수라고 비쳐져서 사실 괴로웠습니다. 돈 문제가 아예 고려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다른 이유도 있었어요"라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날 버린 구단들, 후회하게 만들겠다?

"저도 삼성 팬인걸요." 최원제는 어릴 적부터 삼성을 동경해왔다.

▲ "저도 삼성 팬인걸요." 최원제는 어릴 적부터 삼성을 동경해왔다. ⓒ 김효은


국내 복귀를 확정한 최원제는 8월 16일 있던 2차 지명에서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당시 최원제와 경쟁을 하던 선수는 광주일고 투수 정찬헌(18). 지난해 최하위 LG는 드래프트 형식의 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다. LG의 선택은 이 두 선수를 중심으로 결정될 공산이 컸다. 최원제는 2차 지명 당시에 가진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LG는 찬헌이를 지명할 것 같았어요. 저도 아주 약간 기대를 갖기는 했죠. (웃음) 보니까 예상대로 찬헌이가 지명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했어요. 근데 2순위인 롯데, 3순위 SK, 모두 저를 외면하는 거예요. 정말 당황했죠.

그때 저도 인터넷으로 실시간 문자 중계를 확인하고 있었어요. 마침 청소년대표팀 소집일이어서 친구들이랑 같이 숙소에 있었거든요. 자존심 때문에 티도 못 내고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는데 또 이때 컴퓨터가 멈추더라고요.

나중에 삼성에 지명된 사실을 알고 너무 기뻐서 방방 뛰었어요. 절망이 기쁨,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그날 아마 전화 20통, 문자 50통은 받은 것 같아요.”

하지만 삼성의 전체 8번이라는 순위는 2차 지명에서 상당히 낮은 순번에 속했다. 특히 1차 지명 선수의 기량에 필적한다는 최원제라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아요. 최고의 구단에서 저를 뽑아줬고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구단에서 뛰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오히려 다른 친구들이 좋은 환경에서 뛰게 된다고 부러워하던 걸요.

원래 저는 삼성 팬이었어요. 어렸을 때 인연이 된 서정환 전 감독(현 KIA 감독)님을 통해서 삼성을 알게 됐고 이승엽(현 요미우리 자이언츠)선수 사인볼도 받았죠. 한때는 아예 삼성 팬북에 나와 있는 선수들 이름을 다 외우고 다녔었어요. 라인업이나 선발투수들까지 술술 꿰고 있었을 정도였죠. 홀이나 스미스 같은 외국인 선수도 기억이나요.

전에는 삼성 팬이어서 이승엽 선수와 오승환 선수 좋아한다니까 '돈 때문에 삼성 가려고 일부러 그런 얘기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입단하고 나니 당당히 말할 수 있어서 좋네요. (웃음)"


꿈에 그리던 삼성 입단 최원제(오른쪽)는 3일 삼성 라이온즈 입단식을 가졌다. 왼쪽은 김응용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 꿈에 그리던 삼성 입단 최원제(오른쪽)는 3일 삼성 라이온즈 입단식을 가졌다. 왼쪽은 김응용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3일 최원제의 입단식을 가졌다. 최원제는 2차 지명 선수, 특히 전체 8순위 선수치고는 꽤 많은 금액인 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이는 1차 지명 선수인 상원고 외야수 우동균(18)의 2억2000만원과 비교해도 더 컸다.

이를 두고 각 언론사에서는 최원제를 앞 다투어 다뤘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끌던 제목은 '최원제, 날 외면한 구단 후회하게 만들겠다'였다. 기자가 "진짜 그랬어요?" 라고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최원제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저는 그게 제목으로 걸릴 줄 몰랐어요. 그런 얘기를 하긴 했죠. 저는 '저를 지명하지 않은 구단들이 후회할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는데 기사가 나온 것을 보니까 좀 당황스러웠죠."

'선수생명 위기' 극복하고 정상 등극

최원제는 지난해 대통령배 이후 허리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그만 둘 뻔 했다. 부상이 심각해 선수생명이 위태로웠던 것. 최원제는 "당시 정말 인생이 끝난 줄 알았어요.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힘이 컸습니다. 아버지께서 해외에서 수술이라도 시켜 줄테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하셔서 용기를 가질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허리 때문에 여기저기 병원을 안다녀 본 곳이 없어요. 그러던 중 알게 된 헤렌 재활클리닉에서 한경진 원장님이 '내가 너 다시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씀 하셨어요. 그리고 4개월 동안 줄곧 재활에 매달렸죠. 정말 힘들었는데 허리가 나았고 저 자신도 놀랄 만큼 좋아졌어요. 특히 전신 근력운동을 했더니 몸이 몰라보게 좋아져서 투수로서도 구위가가 향상되고 타격에서는 힘이 붙었죠"라며 회상했다.

재활 이후에도 최원제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올해 대통령배가 지나고 나서 찾아온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 그것.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이른바 최원제의 '고3병'이었다.

"제가 그 전까지는 교회를 뜸하게 나갔는데 이후 교회를 계속 찾았어요. 사람 없을 때 교회에 가서 아침 일찍 가서 기도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게 됐어요. 그 이후로 경기 중에 항상 기도를 해요. 하느님께 후회 없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죠."

결국 이렇게 두 번의 고비를 겪은 최원제는 각종 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무등기와 황금사자기를 연이어 우승한 장충고는 지난해 대통령배, 황금사자기 우승에 이어 고교야구 신흥 명문고로 급부상했다.

장충고 '최강팀' 될 수밖에 없어

"장충고는 최강팀이에요." 최원제는 시종일관 장충고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장충고는 최강팀이에요." 최원제는 시종일관 장충고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김효은


최원제는 지난해 8월 경기고에서 장충고로 전학을 갔다. 이를 두고 항간에는 '돈 때문에 간다', '우승 전력이라서 간다' 등 갖은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장충고의 유영준 감독님은 중학교 시절 은사님이세요. 원래부터 고등학교 진학 시 장충고로 같이 가자고 하셨는데 제가 배신을 한 셈이죠. 경기고에 아는 분도 있었고 해서 경기고로 진학을 했어요.

근데 2학년 때 허리 부상이 오면서 야구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봤죠. 그때 유 감독님이 의지할 곳이 되어 주셨어요.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전학을 마음 먹었어요. 감독님도 흔쾌히 허락하셨고요.

환경은 오히려 전보다 더 나빠졌어요. 장충고 정말 힘들게 운동하거든요. 학교와 30분 정도 떨어진 남양주에 있는 연습구장에서 연습하고 학교나 집으로 이동해요. 식사도 그리 훌륭하지는 않아요. 친구들 중에서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애들이 많거든요."


이어 최원제는 '덕장'으로 알려진 유 감독과 코치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감독님은 보너스도 제대로 못 받으시면서 사비를 틀어 장비를 사주시고 야구부 여행까지 보내주셨어요. 아예 부모님들과 사적인 모임을 피하세요. 또 아직도 맞아가면서 야구하는 애들이 많은데 감독님은 전혀 그런 게 없으세요. 감독님은 '때려서 잘할 것 같으면 너희들은 이미 다 죽었다' 이러시죠. (웃음)

코치님들도 합숙 때를 비롯해서 항상 솔선수범 하세요. 저희가 늑장을 부릴 수 없는 분위기거든요. 박유모 타격코치님, 송민수 투수코치님은 카리스마가 있으시고요. 수비랑 타격을 봐주시는 송영관 코치님은 저희가 그냥 막내코치님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형님처럼 허물없이 지내시는 편이에요. 고민도 얘기하고요.

선수들도 의욕적이니 아마 장충고는 앞으로도 최강팀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원만 더 잘되면 좋겠는데 그게 좀 아쉽긴 하죠."


실제로 올해 장충고는 최고의 조직력을 과시한 팀이다. 최원제, 박민석(18·두산 베어스 2차 7순위 지명)이 이끈 마운드도 훌륭했지만 수비력과 뛰어난 주루 플레이가 어우러져 최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특히 내야수 김경모(18·삼성 2차 2순위 지명)가 이끄는 장충고의 그물망 내야는 또 다른 자랑거리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통틀어 우승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장충고로 전학 와서 재활에도 성공했고 두 번이나 우승하니 너무 좋더라고요. 이번에 삼성에 지명된 것도 저에게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저 최고의 구단에서 뛰게 돼서 행복할 따름입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고 하던가. 재활의 터널을 지나고 본의 아니게 1차 지명에서 밀리는 등 짧은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 속에 머물렀던 최원제에게는 이제 여유마저 묻어나왔다.

"팬들에게 말보다 실력으로 보답하는 프로 다운 선수가 되겠다"는 최원제의 바람이 그라운드에서 발휘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최원제 삼성 장충고 김경모 우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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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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