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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나란츄아의 버스터미널
 피아나란츄아의 버스터미널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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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나란츄아에서 라노마파나로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미니버스를 타고 2시간만 달려가면 작은 마을인 라노마파나가 나온다. 가격은 8천 아리아리. 우리돈으로 약 4천원 가량이다. '라노'는 '물'이고, '마파나'는 '뜨겁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라노마파나는 뜨거운 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몇백 년 전에, 이 지역의 계곡에서 온천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유래로 이 지역에 마을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나는 라노마파나에 온천을 즐기러 가는 것이 아니다. 라노마파나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 국립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라노마파나 국립공원이다.

이 국립공원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이살로 국립공원에서는 험한 지형을 배경으로 탁 트인 지평선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라노마파나에서는 그런 지평선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라노마파나 국립공원은 그야말로 넓고 울창한 열대우림이다. 이 공원의 넓이는 중심부만 대략 4만 헥타르에 달한다. 1헥타르는 가로 100미터, 세로 100미터의 정사각형 넓이다. 이런 정사각형이 4만개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라노마파나 국립공원은 한마디로 어마어마하게 넓은 곳이다.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가 있는 곳, 라노마파나

이렇게 넓고 울창한 열대우림이기 때문에, 이 공원에서는 수많은 여우원숭이를 볼 수 있다. 이살로 국립공원에는 오직 3종의 여우원숭이가 있었지만, 라노마파나에는 그보다 더 많은 여우원숭이가 있다. 그런만큼 특이한 여우원숭이도 볼 수 있다. 붉은배여우원숭이,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 왕관시파카 등.

이중에서 정말 특별한 종은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다. 전세계에서 오직 라노마파나 국립공원에만 살고 있는 여우원숭이가 바로 이놈이다. 아니 라노마파나 국립공원은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공원이다. 그만큼 희귀하고, 희귀하기 때문에 멸종의 위기에 놓여있는 종이다. 얼굴과 꼬리에 황금색 털을 가지고 있고, 대나무를 먹기 때문에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라고 부른다.

이 여우원숭이가 발견된 것은 1986년이다. 발견한 사람은 '퍼트리샤 라이트'라는, 미국의 여성영장류학자다. 그녀는 큰대나무여우원숭이를 찾기 위해서 이 곳에 왔다가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영문판 <론리플래닛-마다가스카르>를 보면, 그녀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Environment'라는 제목으로 몇페이지에 걸쳐서 마다가스카르의 자연과 환경을 설명한 부분이 있다.

그 장을 쓴 사람이 바로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를 발견한 퍼트리샤 라이트다. 퍼트리샤 라이트는 여우원숭이에 관심있는 사람 그리고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는 사람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을 남긴 셈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국립공원이 바로 라노마파나 국립공원이다. 이 공원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라노마파나 마을에서 약 6km정도 떨어져 있다.

피아나란츄아에서 라노마파나 까지는 먼거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버스로 2시간이나 걸리는 것은 길이 워낙 구불구불하고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승객을 많이 태운데다가 지붕에 많은 짐을 실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내기 힘들다. 게다가 가던 도중에 버스 타이어가 한차례 펑크나기도 했다.

작은 마을 라노마파나에 도착하다

 라노마파나로 가던 도중, 타이어가 펑크났다.
 라노마파나로 가던 도중, 타이어가 펑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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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나란츄아 인근의 교회
 피아나란츄아 인근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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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마을 라노마파나는 정말 작은 곳이다. 시간은 오후 3시, 난 마을 중심부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어딜가나 식당의 메뉴판은 모조리 프랑스어다. 나는 프랑스어를 모르기 때문에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 몇가지 되지 않는다. 샌드위치, 오믈렛, 스테이크 정도 밖에 없다. 나머지 메뉴들은 도무지 무슨 음식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눈뜬 장님'이란 말은 이럴때 적당한 표현일 듯 하다.

밥을 먹었으니 이제 어디로 갈까? 나는 배낭을 메고 천천히 걸었다. 국립공원 입구에도 작은 호텔이 하나 있다. 이 마을에는 택시가 없다. 그 호텔에 가려면 여기에서 6km를 걸어야 한다. 걸어서 대략 2시간 거리. 그곳으로 걸어갈까? 아니면 이 마을에서 호텔을 찾을까?

"어느나라에서 왔어요?"

거리에 앉아있던 한 현지인이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그는 자신을 가이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발급한 가이드 공식명찰을 보여준다. 내가 말했다.

"이 마을에 싼 호텔 있어요?"
"예. 있어요. 여기서 조금 걸어가면 표지가 보일거에요. 제가 안내하고 싶지만 전 지금 손님과 만나기로 했거든요."

나는 고맙다고 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라노히라처럼, 이곳에도 많은 가이드가 있다. 이살로 만큼 라노마파나 국립공원에도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올까? 그가 말한대로 작은 호텔이 눈에 보였다. 이름은 'Palmerie'. 작은 방 하나가 하룻밤에 1만5천 아리아리다. 난 이곳에서 2일을 머물기로 했다.

작은 방은 혼자쓰기에 딱 적당하다. 하지만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화장실에 가려면 방을 나와서 약 20미터 정도를 걸어야 한다. 라노마파나 주변은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산이다. 이 호텔도 그런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방 밖으로 나왔더니 벽에는 도마뱀이 기어다니고 구석에는 커다란 거미가 매달려 있다. 방은 깨끗해보이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밤이 되면 이 방에서 어떤 절지동물이 튀어나올지.

내일은 국립공원에 트레킹을 가야 한다. 어디서 가이드를 만날 수 있을까? 이 호텔을 운영하는 주인 이름은 플로린이다. 난 그에게 물었다.

"가이드를 좀 구하려고 하는데, 어디가면 만날 수 있죠?"
"지금은 곤란하구요. 내일 아침에 불러줄게요. 잘 아는 가이드가 한 명있는데, 지금 공원에 들어갔거든요."

미국에서 온 여행자, 베키와 맥주 한잔

 라노마파나, 현지인들이 사는 목재건물
 라노마파나, 현지인들이 사는 목재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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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노마파나에는 이렇게 생긴 거미가 많다.
 라노마파나에는 이렇게 생긴 거미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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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성수기로 접어드는 시점이라서 가이드들도 바쁜가 보다. 작은 마을 라노마파나는 한산하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문 닫은 상점들도 많고, 거리도 조용하다. 난 마을을 둘러보고 호텔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그곳에서 베키를 만났다.

베키는 미국에서 온 여행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나처럼 혼자서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고 있단다. 혼자서 맥주를 먹고있길래 말을 붙여보았더니 그녀는 나보고 합석을 하잖다. 그래서 같이 테이블에 앉았다.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내가 베키에게 물었다.

"혹시 프랑스어 할 줄 알아?"
"조금 밖에 못해. 그런데 여기 프랑스어 단어장이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어"

그래서 우리는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프랑스어 공부라기 보다는, 프랑스어로 써진 메뉴판을 해독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베키와 나는 함께 그 단어장을 뒤져가면서 열심히 메뉴의 정체를 알아냈다. Brochette은 꼬치구이다. Crevete은 새우, Poulet는 닭고기, Thon은 참치, Frite는 튀김, Legume은 채소, Porc는 돼지고기, Poisson은 생선, Fromage는 치즈다.

맥주안주로 나는 새우꼬치구이와 닭고기꼬치구이를 시켰다. 그리고 베키는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재미있는 메뉴가 또 있다. Riz Cantonnais라는 메뉴가 그것이다. Riz는 밥이다. Cantonnais는 중국 광동지방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Riz Cantonnais는 광동식 볶음밥이 된다.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오늘 이후로는 나의 식단이 다양하고 풍성해지게 생겼다. 지금까지 매일 빵과 계란, 과일로 끼니를 때운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한 발전이다. 라노마파나에 와서 이렇게 알찬 시간을 보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마다가스카르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베키도 많은 곳을 여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학교선생님이지만 방학을 이용해서 혼자서 여행한단다. 미국 전역을 이미 여행했고 인도와 콜롬비아, 페루, 에쿠와도르 등 중남미도 다녀왔다고 한다. 내가 물었다.

"라노마파나에는 며칠이나 머물거야?"
"여기서 2-3일 정도 더 있을거야. 그 다음에 어디 갈지는 생각해봐야지"

어느새 시간은 밤 9시. 베키는 혼자 여행하면서 늦어도 밤 9시에는 방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여자 혼자서 여행하기 때문에 그 이상 늦어지면 위험할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감자튀김과 스테이크, 새우와 닭고기꼬치구이, 650ml짜리 맥주 3병을 먹었는데 전부 합친 가격은 우리 돈으로 8천원이 채 안된다.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밤에 내가 트레킹에서 돌아오면 다시 한잔 하기로 했다. 내일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를 볼 수 있을까? 그러기를 바란다. 분명 내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작은 마을, 라노마파나.
 작은 마을, 라노마파나.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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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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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과 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저서로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