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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4일 "병역 의무와 관련없는 농약살포 작업 지시는 인권침해"라고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권고를 결정하자, 군 경험이 있는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으면 또다른 '인권침해' 사례들을 쏟아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4일 "병역 의무와 관련없는 농약살포 작업 지시는 인권침해"라고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권고를 결정하자, 군 경험이 있는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으면 또다른 '인권침해' 사례들을 쏟아냈다.
ⓒ 네이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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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예초병이었다. 평시엔 통신병으로 활동하다가 시즌인 6~9월까지 풀만 깎는다.…안전 장비라고는 조종사가 쓰는 안경과 탈레반을 연상시키는 수건뿐. 그것으로 얼굴을 꽁꽁 묶고, 하염없이 풀을 깎았다. 아직도 웽~웽~ 엔진 돌아가는 소리에 잠을 깬다." (아이디 'ptaeq')

"과외병도 있다. 대장 아들 과외시키는…. 지존이다. 일주일에 이틀 쉬고, 외출은 자유. 한달에 3~4일은 외박 나간다. 과외병이 최고." (아이디 'cybered')

4일 오전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 자신들이 군대에서 겪은 '인권침해' 사례들을 털어놓았다.

네티즌들이 2시간여만에 댓글 200여개를 통해 군대 경험을 공개하게 된 배경은 같은 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이하 국가인권위)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권고 때문.

국가인권위 "병역과 관련없는 사역은 인간 존엄성 침해"

이날 국가인권위는 병사들이 군 내부에서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과수원 등에서 병역 의무와 상관없는 부당한 사역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국방부장관에게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진정인 김아무개(남·26)씨는 "공군 사령부 취사병으로 배치됐지만, 만기 제대할 때까지 부대 내 유실수반(과수원 관리반)에 비편제 인원으로 복무했다"며 "지속적인 농약살포 작업 때문에 제대 이후 림프종 암에 걸렸다"고 지난 3월 진정을 제기했다. 김씨는 2000년 1월 입대해 2002년 5월 만기 제대했다.

김씨는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뒤 국가보훈처에 유공자 등록을 신청하려 했지만 좌절됐다. 부대에 복무사실 확인을 신청했지만, 부대측이 "기록상 취사병으로 복무한 사실만 있다"고 과수원 관리 업무와 발암과의 관계를 명확히 해주지 않았기 때문.

국가인권위는 김씨와 함께 복무한 동료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김씨가 복무 기간 중 유실수반에 배치돼 1년에 20일 이상, 총 60일(2년 4개월 기준) 이상 농약에 노출됐고 농약을 흡입한 경우가 많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국가인권위는 "군 부대가 병역과 관련없는 사역을 김씨에게 부과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기결정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며 "김씨가 근무 중 유해농약작업을 한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인정받지 못해 '행복추구권'과 '자기정보수집권'도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김씨의 복무 중 농약작업과 암발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는 위원회 업무영역이 아니다"며 김씨의 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각하했다. 

"사역 병사들, 전투력 성장할까?"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훈련병들이 제식훈련을 받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훈련병들이 제식훈련을 받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조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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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에 비슷한 경험이 있는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공개했다. 대부분이 '과외병' '예초병' '테니스병' 등 병역 의무와 관련없는 사역을 하게 된 사연들이었다.

아이디 'han2bon'은 자신을 '교육대 조교'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중대장 이삿짐 나르고, 세차해주고, 아이들 공부까지 봐줬다"며 "일요일에 무슨 잡일을 그리 시키는지, 이런 것도 (국가인권위에) 진정 대상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minix77'은 "대대장이 가꾸는 과수원을 관리했다"고 말했고, 'ccbb0'은 "군간부 사택 관리 사역병이었다, 빨래·밥·집안청소·사모님 모시고 다니기 등 온갖 집안일을 다했다"며 "이것이 군대다"는 자조섞인 어조로 말했다.

'mrove2005'은 "테니스병이 가장 어이없다, 사령관의 가족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고 겨울에 눈이 오면 깨끗이 치우는 일도 했다"며 "2년간 군 장성들에게 테니스나 가르치려고 군대 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ssorone'은 "간부들의 일을 대신 해주고 돌아오면 내 업무를 봐야 한다"며 "새벽 3시까지 야근하고 경계근무 서고, 잠깐 눈 붙인 뒤 다음날 졸면 '군기 빠졌다'며 혼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역을 하면서 병사들의 전투력이 자라겠느냐"며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pharm012'는 "핵심은 공군측이 진정인을 유실수반에서 일하게 해놓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니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편제에도 없는 편법으로 인원을 전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부대측을 비난하기도 했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과수원, #농약, #테니스병, #과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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