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탈레반이 28일 한국 정부와의 네번째 대면 협상에서 남아있던 인질 19명을 풀어주기로 하면서 다시 한번 석방 조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28일 "한국군 연내 철군과 선교 활동 중단을 조건으로 인질들이 석방됐다"며 "다른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감자 석방 요구와 관련 "아프간 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이기 굉장히 쉽지 않다는 것, 한국정부가 그것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무장납치단체 측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군 연내 철군과 선교 활동 중단 외에 다른 조건은 없었다는 말이다. 일부 외신은 탈레반 협상 대표인 카리 바시르의 말을 인용해 "한국측은 기독교 선교자들이 더 이상 아프간에 입국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지난 3월 피랍된 이탈리아 기자 한명을 구해낼 때 탈레반 수감자 5명을 풀어 준 뒤 미국 정부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은 절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많은 관측통들은 9월중순께 시작되는 라마단 기간을 주시했다. 이슬람 전통에서 라마단 기간 전에는 특사 형식으로 죄수를 풀어주는 관례가 있다.

따라서 라마단 특사 형식으로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면서 인질 맞교환 비난을 피해가기로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묵계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신들의 전언이지만 몸 값 얘기도 있었다.

지난 26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탈레반과 한국 정부와의 휴대전화를 통한 접촉은 계속되고 있으며 탈레반이 인질석방 조건으로 1인당 10만불씩의 몸값을 요구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에대해 다음날인 27일 김호영 외통부 제2차관은 27일 "지금까지 탈레반이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각국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몸 값이 건네진 경우가 많았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독일인 기술자 2명을 석방하기 위해 1천만달러를 썼다고 공영 ARD 방송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탈레반에 납치된 이탈리아 사진기자 가브리엘레 토르셀로를 구출하기 위해 20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수감자 석방 약속이나 몸 값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탈레반은 이번 피랍 사건으로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봤다.

원래 테러단체와의 직접 협상은 없다는게 국제 사회의 불문률이다. 그러나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피살되면서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해야했다. 더구나 탈레반 협상단이 가즈니에 올 수 있도록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했다.

또 탈레반 협상단은 협상장소인 가즈니 적신월사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한국인 피랍 사건이 40일 동안 세계 각국의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탈레반의 존재는 더욱 뚜렷하게 각인됐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