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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주목한 건 시대적 감각 앞서간 행위"
[미니 인터뷰] 도올 김용옥

▲ <중앙일보>는 27일 도올과 문국현 후보의 10시간 인터뷰를 한 면에 걸쳐 게재했다. ⓒ 중앙일보 PDF

1% 지지도 안 나오는 대선후보가 출마 선언 직후부터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유한킴벌리 CEO 출신인 문국현 후보. 8월 23일 <오마이뉴스>의 <오연호리포트> '여론조사 1인자, 1%의 문국현에 올인' 기사로 촉발된 관심이 인터넷을 넘어 중앙 일간지로까지 번졌다.

27일 <중앙일보>는 '도올 고함' 코너에서 문 후보 인터뷰를 다뤘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고 '느낌'을 받은 도올 김용옥(사진)이 10시간 동안 '마라톤 인터뷰'를 했고, 신문 한 면을 털어 정치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문 후보의 이야기를 실었다. 지지도 1% 미만의 후보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다.

왜 네티즌들은 문국현에 환호하는가. 왜 도올 김용옥은 그런 현상을 주목하며 마라톤 인터뷰를 했을까. <오마이뉴스>는 27일 '기자' 도올 김용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까닭을 물어봤다.

- 문국현 후보와 10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고 들었다. 매우 긴 시간인데, 다른 사람과 인터뷰를 할 때도 그러한 적이 있나.
"손학규 후보와도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심층 취재를 하는데. 이 양반(문국현)은 굉장히 체계적인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쉼없이 진지하게 얘기가 이어진 것이다."

- 현재 지지도 1% 미만인 대선후보를 중앙 일간지에서 한 면을 털어 크게 다룬 것도 이례적인데.
"이례적인 사건이다. 시대적 감각을 앞서간 행위다. (그렇게 하자고) 편집국을 설득시켰다. 내가 문국현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기자가 그러면 안되니까. 나는 철학하는 사람이다. 철학자가 중요시 하는 건 논리다. 논리적 진리는 사회적 진리로서의 자격이 있다. 정합적인 구조만 갖춘다면. 이 사람(문국현)은 논리를 갖추고 있다. 그런 논리는 찬동하든 안 하든 이 사회가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

국민에게 (그런 논리를) 알릴수록 선거판이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진지한 국정운영에 대한 생각을 국민들이 갖게 된다. 그게 아주 중요한 거다. 선거는 누구와 누구의 경쟁만은 아니다. 선거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국민이 민주적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대운하 뚫는다는 건 논리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천명이다. (그런 점에서) 문국현은 최소한 그런 우리 사회를 바로보는 스트럭쳐링, 리스트럭쳐링, 우리 사회에 대한 재편, 이런 논리가 필요하다는 걸 제시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주목한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어를 레벨업시키는 차원에서 기사를 쓴 것이다."

※ <오마이뉴스>는 도올 김용옥과 <중앙일보>의 양해를 얻어 27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도올고함-문국현 후보와의 10시간 인터뷰' 기사를 아래에 전재한다. / 이한기 기자


▲ 도올 김용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선거는 정당, 정파, 인물 간의 비방이나 훼방이나 공방의 난장판이 아니라, 온 국민이 민주를 함께 체험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이 축제 분위기가 바로 대통령직선제가 국민에게 선사하는 최대의 선물이다. 이 선물의 제공자는 당연히 언론이 되어야 한다. 이념의 편향이나 계보의 압력에서 벗어나 축제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국가 비전이나 국정에 대한 대소의 논리들을 여과 없이 자유롭게 제시함으로써 국민이 국가에 대한 고양된 인식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 문국현이라는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하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문국현이라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만난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그의 출마선언을 지켜본 많은 사람이 나에게 "그의 목소리와 표정 속에는 우리들 가슴의 피를 끓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토요일(25일) 그를 만났다. 오후 5시에 만나 새벽 3시까지 10시간 동안 한눈도 팔지 않고 치열한 대화를 계속했다.


- 내가 알기로 당신은 기업가로서 매우 성공적 삶을 산 사람이고, 생활도 안정적일 것이다. 정치판에 별 인연도 없는 사람이 왜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뛰어들었나? 경제전문가라면 경제분야에 매진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닐까?
"그런 질문 자체가 정경유착이라는 우리 사회에 만행하고 있는, 기나긴 부패의 역사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구심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평생을 통해 매진해 온 기업활동은 사적 이윤을 추구한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소속하고 있는 공동체의 공익을 추구하는 행위였다. 20세기 기업의 패러다임과 21세기 기업의 패러다임은 전혀 다르다.

2000년 7월 1일에 다보스 합의에 의하여 출범한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의 4대 원칙이 제시하듯, 기업은 인권을 확대하고, 노동권을 신장하며, 환경을 보전하고, 반부패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이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그것은 기업이 아니다. 7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주재하에 열린 글로벌 콤팩트의 제7주년 행사에 전 세계 3200개의 주요 기업과 1000여 개의 주요 기관이 대거 참여해 이런 원칙을 강력히 재확인했는데도 우리나라 언론은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언경유착 집단은 21세기로의 진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의 패러다임 속에서 낡아빠진 기득권의 이권만 챙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감히 말하겠다. 경제가 정치고, 정치가 경제다. 경제의 도움 없이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고, 정치의 도움 없이 경제가 이루어질 수 없다."

- 내가 보기에 당신의 대선출마선언문 내용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5년 동안 500만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도 대운하 못지않은 뻥이 아닌가?
"나의 언명은 공약(空約)이 아닌 실전(實戰)의 성과이며, 이미 180여 개 한국의 대소 기업에서 성공하고 있는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명박씨를 기업인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1992년에 기업을 떠난 사람이며, 그 후 그는 기업인으로 살지 않았다. 옌볜에 있는 조선인들이 옛 한국의 풍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듯이, 이명박 후보는 70.80년대의 개발독재 패러다임만 화석처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21세기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20세기 토건업자일 뿐이다. 대운하는 뻥일 뿐 아니라 재앙이다. 우리 민족의 국토환경을 근원적으로 붕괴시키고 경제를 더 악랄한 거품구조로 몰고 가는 경제 마피아들의 저질적 토건업 재앙이다. 어떻게 21세기의 기업인이 토건업으로 연 7% 성장을 하겠다는 헛소리를 뇌까리는가? 범국민적 고용대책이 없는 고도성장은 가짜경제일 뿐이다."

▲ 문국현 후보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남의 얘기 말고 자기 얘기를 더 구체적으로 해보라.
"내가 사장으로 있었던 유한킴벌리에서는 외환위기 때에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보통 규모를 갖춘 회사에서 인건비는 실제로 전체비용의 1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토지, 건물, 기계, 장치, 관리, 광고 등 고정비적 성격의 비용이 보통 40%를 차지한다. 인건비 15%를 20%로 늘린다 해도, 고정비는 40%에서 20%로 줄일 수 있다.

인간에게 더 투자하고 다른 비용을 효율화시키는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작업시간의 과로를 줄이면 그 시간만큼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남은 시간을 평생학습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식의 반감기가 과거에는 30년 잡았는데 요즈음은 1년이다. 3년만 지나도 퇴물이 된다.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은 성원의 지속적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품질이 고품질화 되고, 노동상품이 지식상품으로 고부가가치화 되며, 생산성이 올라가고 산재(産災)율이 떨어진다. 경쟁력이 올라가고, 시장점유율이 증가한다.

이명박 후보는 아직도 콘크리트 경제를 꿈꾸고 있는데 이제 21세기 경제는 지식경제다. 중소기업도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저가 품목으로는 미래가 없다. 14억 중국 인구의 10%가 우리보다 잘 산다. 그들에게 고가 품목이 더 잘 먹힌다. 나의 일자리 창출안은 토건업 따위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업 구조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므로 너무도 확실한 것이다. 이제 경부고속도로를 뚫을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세계화를 위한 중소기업 수출고속도로를 뚫어야 한다. 이 사업을 위해 전문적인 실전견식을 갖춘 21세기형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 그게 바로 당신이라는 보장은 어디 있는가?
"오해하지 말라! 이 순간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것이 나의 유일한 소망은 아니다. 나의 유일한 소망은 이 사회에 새로운 가치관을 선포하는 것이다. 문학가 이상은 '날개'를 쓰면서 '19세길랑 봉쇄하여 버리시오'라고 외쳤다. 이제 우리는 20세기를 봉쇄해야 한다. 더 이상 불행하고 불운했던 20세기적 가치가 우리를 지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대통령 되고 싶어 나온 것이 아닌가? 도대체 당신을 미는 핵심그룹이 누구인가?
"나는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 드는 대기업의 CEO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다국적기업의 하나로 손꼽히는 킴벌리 클락회사의 15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북아시아 회장으로 있으면서 회사를 크게 신장시켰고, 국제무대에서 국내외 세계적 기업인들과 폭넓은 교류를 구축해 왔다. 우리나라 기업은 역사의 진보에 발맞추어 이미 합리적 논리를 축적해 왔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깨끗하고 따뜻한 기업리더들이 너무도 많다.

그런데 최근의 정치동향에 이런 기업인들이 공분(公憤)을 느낀 것이다. 더 이상 가짜들이 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결코 이렇게 유치한 나라가 아니다! 나는 대기업의 리더였지만 모든 가치관을 중소기업을 사랑하고 육성하는 데 집중하여 왔다. 이 모든 상식인들의 공분이 나를 전쟁터로 내몰았다. 감히 말하겠다. 나를 민 것은 이 시대의 민심(民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해야 하는가?
"무조건 해야 한다. 한나라당에서 핵 조건 운운하는데 그것은 가당치 않은 소리다. 북핵 폐기를 위하여 6자회담의 로드맵에 따라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정상회담의 최대 목표는 북.미 수교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북.미 수교 없이는 우리 민족의 미래가 없다. 평화협정도 경제협력도 다 공수표일 뿐이다.

미국 사람들이 왜 자진해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의회에서 가결하겠는가? 일본 사람들이 납치문제를 빌미로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100억 달러 식민지 피해 배상금 문제를 흐리고 6자회담을 지연시키려고 하니깐 선수를 치는 것이다. 네놈들은 꽃다운 30만 여성을 납치하고도 시치미 떼려느냐? 돈 내놓아라!

결국 한반도의 문제는 북한의 낮은 임금과 양질의 노동력, 한국의 창조적 기업가 정신과 국제경영능력, 러시아의 무궁무진한 지하자원 개발, 일본의 배상금 자금이 합해져서 이루어지는 환동해경제협력벨트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좌우하는 성패는 북.미 수교다. 조지 W 부시는 내년 6월까지 일정한 성과를 내야만 하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이 바로 구한말 이래 진행돼 온 우리 민족 국제관계사의 최호기라 말할 수 있다."

-당신은 표현력과 콘텐트는 좋은데 조직력과 인지도가 떨어져서 문제라고들 한다. 이명박 캠프와는 대립각이 확실한데 범여권과의 관계는?
"나는 12월 19일 최후의 순간까지 타협 없이 독자적 노선을 걸을 것이다. 내 인생의 목표가 너무도 확실하기 때문에 어떠한 기존의 가치관에 굴복할 수는 없다. 민심이 나의 좌표다. 그러나 표를 모으기 위한 눈치는 보지 않는다.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으로도 나의 사명은 다한다. 눈치를 안 보면 안 볼수록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이 나에게 있다."

-이 후보를 까는 것은 좋지만, 당신 생애에 조그만 흠집만 있어도 확 무너지는 것이 정치논리라는 것은 잘 알겠지.
"저승객이 되었지만 나에게는 소아마비를 앓는 여동생이 있었다. 동생을 가슴에 안고 계단을 올라갈 때면 '계단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남몰래 울었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동생에 대한 배려를 통해 배웠고 그것이 나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배했다. 나에게는 그러한 삶이 재미였고 보람이었다.'중용'에 이런 말이 있다. '성자천지도야(誠者天之道也) 성지자인지도야(誠之者人之道也).' 완벽한 것은 하늘의 길이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람의 길이다. 나는 윤동주의 시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다. 그리고 이 순간 아무 두려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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