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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평화운동 단체들이 23일 오후 2시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아프간 피랍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토론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23명의 한국인들이 탈레반에게 피랍된 지 36일째 2명이 살해당하고 2명은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도 19명이 아프간에 있다.

그동안 국내 평화운동 단체들은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열심히 뛰어왔다. 탈레반이 요구하고 있는 수감자 석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에 인질 맞교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프간에 주둔 중인 한국군을 즉각 철군해 사태 해결의 계기를 해결하라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랍자들의 무사귀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탈레반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살해 협박을 하고 있고 사태 해결의 열쇠인 수감자 석방 여부에 대해 정작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의 부정적인 태도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23일 오후 2시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아프간 전쟁과 한국인 피랍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지 원탁 토론회를 열었다.

"탈레반-미국 패권 다툼에 한국인이 희생당하고 있어"

▲ 유달승 교수는 피랍 사태 장기화의 원인을 미국과 아프간 정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아프간의 분쟁 역사를 설명한 유달승 교수(한국외대 이란어과)는 "아프간에 거듭되는 침략과 전쟁으로 탄생한 탈레반이 미국의 대테러전쟁으로 인해 토착 군벌과 민족주의자까지 결합된 연합전선체로 변모했다"며 "기존 게릴라전에서 발전해 전면전까지 벌이는 신 탈레반을 미국이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유 교수는 이번 피랍 사태의 장기화의 원인을 미국과 아프간 정부 탓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이 이번 사태를 통해 친미 정권을 강화시키고 주변국을 압박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현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을 몸값 협상으로 규정하면서 탈레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도 "탈레반과 미국의 다툼에 끼여 한국인들이 희생당하는 것"이라고 아프간 피랍사태의 본질을 규정했다. 김 기자는 "미국 테러 연구자들은 테러의 근본 원인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그런 접근방식은 정치적 욕구불만을 폭력적으로 밖에 풀기 어려운 제3세계에 적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기자는 "동맹이라는 것이 한 쪽이 힘들 때 도와주는 것이 아니냐"며 "지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움직이도록 한국정부가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군 주장 정치적 견해가 아닌 평화운동의 본성"

정대연 파병반대국민행동 기획단장은 "탈레반의 납치 행위는 절대 정당화할 수 없고 피랍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미국이 제공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단장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낭만적인 발상"이라며 "분쟁 당사자들 서로가 만나 서로의 요구를 조금씩 수용하는 평화적 해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 그들의 납치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고 또 다른 테러행위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19명의 생명을 우선시해야 한다. 미국이 탈레반을 악으로 규정하고 협상 불가의 원칙만 내세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 미국에 피랍 사태 해결을 요구하거나 철군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인 견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운동의 본성이다."

"여권법, 사태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결정"

▲ '여권법'으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된 아프간 현지인들의 사정을 설명하는 이병희 굿네이버스 국제협력본부 과장
ⓒ 오마이뉴스 이경태
이병희 굿네이버스 국제협력본부 과장은 "이번 피랍 사태를 바라보면서 피랍자들의 활동이 순수한 봉사활동이었는지 선교가 목적이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비난보다는 단기봉사활동을 초청해 안내 및 활동을 진행한 NGO가 얼마나 종교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얼마나 현지화 되어 있었는지, 얼마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치안대비책을 잘 갖추고 있었는지를 바라봐야 한다."

또 이 과장은 "산모사망률이 세계 1위이고 오랜 전쟁으로 국토 전역이 피폐화된 아프간 현지의 수 만 명을 버려두고 모든 NGO가 철수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져야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최근 발효된 '여권법'에 대해 비판했다.

"현재 아프간에 있는 굿네이버스 지부에 한국인 직원은 3명, 현지인 직원은 75명이다. 하지만 아프간 국내법상 한국인 직원이 철수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병원 및 학교 등 8개 사업장 중 4개를 폐쇄하고 현지인 직원 40명을 정리해고 해야 한다. 병원을 이용하는 이들이 하루에도 350명이나 되는데 그들을 버리고 와야 한다. '여권법'은 사태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한편, 원탁토론회에 참가한 평화활동가들은 ▲ 철군 요구의 현실성 ▲ 평화운동의 정치성, ▲ 감성적 접근의 필요성 ▲ 국민 참여 운동으로의 발전 등에 대해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 철군 주장의 당위성과 효과에 대해 토론 중인 평화활동가들
ⓒ 오마이뉴스 이경태

태그:#아프간, #피랍, #평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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