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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둑해진 카를교 입구
ⓒ 허선행
일주일 전 프라하 공항에 내렸는데 돌아볼 겨를도 없이 일정에 따라 다른 나라로 움직였다. 마지막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도시이기에 기대가 컸는데, 처음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구 시가지를 지나 곧바로 그 유명한 카를교다.

▲ 한국 학생들과의 재회
ⓒ 허선행
여행 중에는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생각도 못했는데 카를교 가는 길에 벨베데레 미술관에서 만났던 배낭여행을 한다는 대학생들을 만났다. 안 그래도 병원치료를 잘 받았는지 궁금했는데 우연히 광장에서 만난 것이다. 서로 반가워하고 있는데 우리 일행 중에 아들 둘을 집에 두고 온 분이 아들생각이 났는지 그 학생들에게 용돈을 덥석 쥐어줬다. 타국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그 날 우리의 정을 듬뿍 느꼈을 것이다.

▲ 카를교의 악사
ⓒ 허선행
▲ 카를교의 악사
ⓒ 허선행
카를교를 지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제 각각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었고, 화가들은 자기 방식으로 프라하를 표현하고 있었다. 역시 예술의 도시인가 보다.

▲ 소원을 빌었다
ⓒ 허선행
카를교에서 우리는 가이드가 말한 곳이 어디인가 그곳을 찾기에 바빴다. 자기의 소원을 비는 곳이 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왼쪽그림의 개를 만지면 프라하에 다시 올 수 있는 거고, 오른쪽 그림을 만지면서 자기의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우리 일행은 재미 반 진심 반으로 소원을 빌었다. 나는 욕심을 부려 양쪽을 번갈아 만지며 소원을 빌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길 만졌는지 윤이 반짝반짝 났다.

▲ 프라하성의 야경
ⓒ 허선행
언제나 그렇듯 해가 질 무렵이면 더 분위기에 취한다고 하지 않던가. 어둑어둑한 카를교에서 악기의 연주소리와 함께 그 다리를 건너는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있으니 더욱 그렇다. 프라하 성에 은은한 불이 비추니 분위기는 더 고조되고 환상적이다.

내일 낮에 성을 보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성. 오늘은 겉모습만 보지만 내일은 저 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라하에서 마지막 밤이라고 우리 일행이 뭉쳤다. 내일이면 여행의 끝이니 그럴 만도 하다.
체코의 맥주가 유명하다고 하니 우리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그동안의 여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곳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는 이유가 물에 있는 석회성분이 몸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즉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축복받은 나라임이 틀림없다.

다음날 프라하 성을 돌아보러 가는 길에 우리나라의 기업 로고가 보였다. 많은 깃발이 도열해 있는 그 길은 그 기업의 이름을 딴 길이라고 하니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그런데 그 회사를 일본회사로 잘못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니 애석한 일이다. 꼭 "KOREA"라고 표기했으면 좋겠다.

▲ 프라하성 정문 경비병 교대식
ⓒ 허선행
프라하 성의 대통령궁 앞에는 경비병들이 있었는데 시간마다 임무 교대식을 한다고 한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 있다가 교대시간이 되니 절도 있게 움직였다.

우리는 프라하 성 안에 있는 성비투스 대성당 입장을 위해 1시간 정도 기다렸다.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서 설명하는 다른 팀 가이드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는 않다. 각기 다른 화법으로 설명했는데 들고 있는 장식만큼이나 각자 다른 성향이다.

▲ 성비투스성당
ⓒ 허선행
어떤 안내자는 노란 나비막대를 높이 들고 있었는데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우리 뒤에서 설명하는 분은 어찌나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하는지 그들 일행이 즐거워했고, 앞에 있던 우리까지 웃음이 전염됐다.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보고 또 봐도 어쩌면 이렇게 섬세한 장식을 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 스테인드글라스
ⓒ 허선행
▲ 스테인드글라스
ⓒ 허선행
드디어 안에 들어서니 성당 안 유리가 온통 알록달록 테마가 있는 그림책으로 보였다. 색깔도 예쁘거니와 이야기로 연결돼 꾸며져 있으니 더욱 감탄할 만하다. 이곳이 유색유리공업이 발전한 것을 입증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방을 돌아가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성당을 나와 극작가 출신이라는 하벨 대통령의 로맨스 이야기에 매료되어 테라스를 쳐다봤다. "나의 사랑과 나의 사생활을 위해 대통령직을 그만 둔다"는 하벨의 말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그들만의 특별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 중세 연금술사들의 주거지, 황금소로
ⓒ 허선행
▲ 카프카의 집 앞에서
ⓒ 허선행
중세 연금술사들의 주거지였던 황금소로를 갔다. 일자형 좁은 골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곳은 프라하 출신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작업실이었다는 파란색 벽이다.

▲ 프라하의 그림
ⓒ 허선행
다른 곳도 둘러보자며 방패를 따라 올라간 곳에는 금속으로 만든 갑옷과 투구가 있다. 상점마다 작고 예쁜 물건들로 가득했다. 황금소로를 내려오는 길에는 프라하를 그려 놓은 그림을 팔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욕심 낼 만큼 멋지다.

오늘은 천문시계를 본단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재래시장을 돌아보자고 해서 들렸더니 마리오네트 인형과 목각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구경거리가 따로 필요 없다.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웃는 인형 때문에 우리는 다함께 한참 웃었다.

▲ 목각인형
ⓒ 허선행
가는 길은 보헤미아의 크리스털이 상점마다 진열돼 있어 눈이 즐거웠다. 권위와 순결을 상징한다는 준보석 가넷을 지니면 부와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데, 구경으로 만족해야했다. 생각보다 고가였기 때문이다.

천문시계가 있는 광장으로 돌아오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보일 곳을 찾아 시계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문시계의 움직임에 대해 미리 안내자가 설명해줬는데 옮기면 대충 이렇다. 매시정각, 시계의 오른쪽에 있는 해골모양이 자기의 줄을 당기고, 두 개의 창문이 열리고, 열두제자가 움직이고, 닭이 홰를 치고, 시계가 종을 울려 시간을 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불과 몇 초 안에 다 이루어지니 똑바로 잘 봐야 한다고 해서 집중하고 쳐다봤다.

▲ 천문시계
ⓒ 허선행
시계의 움직임에 따라 관중들의 눈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설명을 들어서인지 움직임을 빠트리지 않고 다 봐서 뿌듯했다. 천문시계에 얽힌 슬픈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우린 프라하를 떠났다.

프라하를 세 번쯤 오면 제대로 다 볼 수 있을까? 아직 다 못 본 것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지만 난 믿는다. 프라하에 다시 올 수 있을 거라고.

태그:#체코, #프라하, #카를교, #스테인드글라스, #천문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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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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